메디치 가문 이후 새로운 금융 모델을 제시할 비트코인, “가격이 중요한게 아니다”
2015년 0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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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 가상화폐로 반짝 관심을 받다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던 비트코인이 다시금 한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었다. 스트롱 벤처스는 2개의 비트코인 관련 회사에 투자했고, 개인적으로도 작년 한 해 동안 비트코인 관련 소식, 기술, 회사를 많이 보고 공부도 많이 했다.

솔직히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과 비트코인 가격만을 보면 2014년은 비트코인한테 굉장히 좋지 않은 한 해였다. 작년 1월에 거의 1,200 달러(한화 약 132만 원)까지 올라갔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현재 200 달러(한화 약 22만 원) 이하로 떨어졌고, 그동안 좋지 않은 악재들이 많았던 건 부인할 수 없다. 나도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있고 매달 정기적으로 아주 조금씩 사고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져도 나는 크게 걱정하지도 않고 이젠 아예 신경도 안 쓴다. (물론 올라가면 기분은 좋다)

장기적으로 보면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올라갈 것으로 나는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트코인의 핵심은 전자화폐로서의 수단보다는 그 근간을 이루고 있는 기술과 이 기술에 내포된 잠재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 보면 마치 HTTP가 웹페이지 전송을 위한 프로토콜이고 SMTP가 이메일을 보내기 위한 프로토콜인 것처럼 프로토콜으로서의 비트코인은 인터넷을 이용해 특정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한 공개 프로토콜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프로토콜에 대해서 처음 정의를 했고 대부분의 비트코인 어플리케이션은 이 프로토콜 기반으로 개발되어 있다.

비트코인 프로토콜의 목적은 서로 모르지만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용자들이 운영하는 컴퓨터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블록체인(blockchain) 이라는 공유/공개 DB를 유지하고 확인하는 것이다. (참고로, 블록체인은 전체 비트코인의 거래와 소유 상황을 공개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 즉 공개장부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개념은 바로 인터넷이라는 신뢰할 수 없는 공간에서 서로 모르는 사용자들이 '협업'과 '협조'를 할 수 있는 프로토콜, 그리고 그 누구도 그걸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분권화된(decentralized) 프로토콜이라는 것이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비트코인 프로토콜은 인터넷이라는 태생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공간에 안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개념을 내포하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오픈소스 코드를 이용하면 인터넷상에서 중개인 없이 거래를 가능케 하는 제품들을 누구나 개발할 수 있다. 은행, escrow 업체, 공증 업체, 심지어는 변호사들… 모두 다 중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거래를 할때는 항상 이런 중개인들이 개입된다. 그리고 이로 인해 막대한 비효율성과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 이론적으로는 비트코인 프로토콜을 활용하면 모든 거래에서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신뢰를 가져올수 있다. 심지어는 인간의 제어가 전혀 없이 모든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평화롭게” 작동하는 이상적인 세상을 그려볼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비트코인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다. 새로운 기술과 개념이 주류로 인정되려면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르고 그 전에 치명적인 오류들이 발견되어 몇 년 후에는 우리 모두가 “아, 과거에 비트코인이라는 게 있었지. 엄청 떴었는데 망했어” 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비트코인을 열심히 응원하는 투자자, 창업자, 관계자들은 요동치는 비트코인 가격보다는 비트코인이 제시하는 새로운 기술, 모델, 개념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는 여러가지 제품과 서비스에 베팅을 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이 개념을 잡고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중앙집중형 금융모델은 그동안 500년 이상 국제금융과 상업의 근간이 되었다. 비트코인의 분권화된 모델은 역사상 최초로 이 중앙집중형 모델을 파괴하고 엎을 수 있는 “분권화된 신뢰(decentralized trust)” 모델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그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에 흥분되지 않을 수 없다. 뭐, 수백 년 동안 중앙집중형 모델을 잘 사용했으니 이젠 좀 바꿀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자료 출처 : STARTUP BIBLE 사진 출처 : Washingto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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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홍 대표는 한국과 미국의 네트워크와 경험을 기반으로 초기 벤처 기업들을 발굴, 조언 및 투자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스트롱 벤처스의 공동대표이다. 또한, 창업가 커뮤니티의 베스트셀러 도서 ‘스타트업 바이블’과 ‘스타트업 바이블2’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어린 시절을 스페인에서 보냈으며 한국어, 영어 및 서반아어를 구사한다. 언젠가는 하와이에서 은퇴 후 서핑을 하거나, 프로 테니스 선수로 전향하려는 꿈을 20년째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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