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은 팔을 걷고 남을 도와줘야 직성이 풀리는, 정말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에요.”
본지는 지난 7일 아시아나 항공 OZ 214편 여객기의 착륙 도중 충돌사고에서 갈비뼈 골절상에도 승객들의 탈출을 도운 벤 레비(Ben Levy)와 그의 아내 수미 레비(Sumi Lee Levy)씨와의 20여 분 간의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항간에 알려진 ‘부트스트랩 연구실 직원’은 오역으로 일어난 해프닝이다. 사실 그는 BootstrapLabs라는 실리콘밸리 기반의 벤처 캐피털 공동 대표로, 현재는 사랑스러운 한국인 아내와 두 장난꾸러기 아들과 한 가정을 이루는 가장이다.
다음은 수미씨와의 일문일답.
Q : 벤이 전화상에서 ‘나의 아내와 같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밝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둘이 같이 미국에 올 예정이었나?
A : 맞다. 한국 스타트업을 돕는 차원에서 한국에 방문했으며, 나는 아이들이 걱정되어 1주일 앞당겨 유나이티드 항공사로 갈아탔다. 벤은 곧이어 말레이시아(Malaysia)의 쿠알라 룸푸르(Kuala Lumpur)에 위치한 매드 인큐베이터(MAD Incubator)와의 협업 때문에 그곳을 경유하는 아시아나 비행기에 탑승했다.
Q: 벤이 50여 명의 승객의 탈출을 돕는 사례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방송인 WSB-TV의 페이스북 소식을 통해 ‘최초’로 보도되었다.
A: 일부러 사건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가 탄 비행기의 충돌사고로 걱정하고 있는 프랑스에 있는 그의 부모님과 가족, 친구들에게 그가 현재 괜찮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SNS를 활용했다. 사고가 나자마자 벤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벤이 집으로 무사히 귀가하기 전까지 그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려 지인들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다. WSB-TV 페이스북을 통해 이 사실이 전파된 건 아는 친구의 지인이 전 WSB-TV의 직원이었기 때문이다.
Q : beSUCCESS도 실시간으로 수미씨의 페이스북을 통해 긴급한 상황을 전해 들었다. 당시 상황은 어땠나?
A : 벤은 비즈니스 출장을 자주 다니는 사람이기에 그날 따라 비행기가 저공비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벤은 오른쪽 날개 쪽 비상구 창가 쪽에 앉아있었는데 활주로가 다다르지 않은 상태에서 물과 상당히 근접했다고 묘사했다. 파일럿이 그 순간 ‘아차’다 싶어서 순간 고공비행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위로 급하게 오르려다가 꼬리 부분이 방파제에 부딪히면서 중심을 잃은 비행기가 활주로에 미끄러졌다. 그 충격으로 벤은 갈비뼈에 골절상을 입게 되었고, 옆에 앉아있던 승객은 머리에 피를 많이 흘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했다. 영어를 못하는 승객들도 상당수가 있어 마치 비행기 안은 ‘카오스’ 상태였다고 말했다. 승무원들조차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고로 충격을 받았고, 당시에 어떤 조치를 하라는 안내 방송조차 없었다.
Q : 그렇다면 비상구의 탈출구를 열 수 있던 건장한 체격의 남성은 벤 밖에 없었는가?
A : 갈비뼈에 골절상을 입기는 했지만 그래도 벤은 옆에 앉아 있던 한국인 승객과는 달리 두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바로 천천히 ‘Calm down’이라고 외쳐 사람들을 안정시킨 뒤, 승객들의 도움을 받아 비행기 하차를 시도했다. 당시 충격으로 인해 비상구쪽 계단이 파괴되었는데 비행기 잔해를 징검다리 삼아 무사히 활주로에 안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마 그가 승객들의 탈출을 돕는 데에는 4살짜리, 6살짜리 아이들의 존재가 크지 않았나 싶다. 동승한 승객 중 16, 17살 학생들이 많이 있었는데 어린 학생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끝까지 비행기에 남아서 도왔다. 벤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며, 영웅으로 불리길 원하지 않는다. (벤은 실제로 누구라도 그 상황이라면 했을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만약 그 희생자들이 당신이었다면, 혹은 우리 아이들이었다면 나는 손 놓고 상황을 방관했다는 그 사실을 더 후회했을지도 몰라요.”
본지는 그의 가족과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 보여준 그의 선의들이 가식이 아니었음을, 진짜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는 멋진 사람이라는 ‘진실’을 깨달았다. 사실 그는 5월 1일부터 3일간 코엑스에서 진행된 beLAUNCH2013에서 ‘Next-Gen Asian Accelerators (올바른 차세대 액셀러레이팅의 길은?) 섹션에 참가했으며, 지난 6월 21일 Inside the founders의 연사로 출연한 바 있는, beSUCCESS와는 상당히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한국인 아내를 둔 벤은 그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는 프랑스계 미국인으로, 행동으로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을 관철하는 사람이다.
벤은 beLAUNCH2013 – Day3에 있는 private Global VC meet-up에서 끝까지 남아 건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피드백을 준 투자자 중의 하나로, 이번 한국 비즈니스 방문 또한 그런 차원에서 이루어진 산물이다. 성공한 창업가를 스피커로 초청하여 그의 활약을 조명하는 Inside the founders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해달라는 beSUCCESS의 요청을 기꺼이 수락한 그는 한국에 머무는 기간에 최대한 많은 한국 스타트업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벤과 수미는 점심과 저녁 시간을 쪼개면서까지 만난 사람들을 단순히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선 ‘동행’하는 파트너로 대했으며, 더불어 ‘대안’을 제시해주는 조력자로 활동했다. 실제로 벤은 자신의 링크드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히기도 했다.
Dear LinkedIn users: I have an Open Profile on LinkedIn, which means you can always contact me without knowing my email address or costing you an InMail. Please respect this generosity and openness to meet new people i do not know by at least customizing your request to "connect with me" and indicating why I would want to do that or maybe why you are interested in reaching out. Seriously getting annoyed at people not even making the effort to write a personalized intro message. If you don't care, why should I.
창업하고 싶다는 10대 어린 소녀를 만나기 위해 개인의 시간을 내는 것도 마다치 않은 그가 보여준 영웅담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선의가 조명되는 건 단순히 시간문제였을까? 분명한 것은 그가 보여준 과감한 결단력과 용기는 평소에 그가 보여준 ‘기업가정신’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평소 그가 얼마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행동했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러한 행동은 충동과 계산에 따르지 않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위였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그의 쾌차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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