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유니콘 사냥에 나선 아시아계 VC들이 '비글로벌2014(beGLOBAL2014)'에 모였다. 테크톤 벤처스(Tekton Ventures)의 매니징 디렉터인 자이 최, 더 벤처스(TheVentures)의 창업가이자 비키(VIKI)의 공동대표인 호창성, 굿워터캐피탈(GoodwaterCapital)의 매니징 디렉터인 에릭킴, DCM의 파트너인 오주케 혼다가 그 주인공 들이다.
회사의 가치가 천억 대를 넘어 조 단위에 이르는 스타트업을 ‘더 유니콘 클럽(The Unicorn Club)’이라고 부른다. 대담에 앞서 '비글로벌2014'를 주최한 비석세스 미디어의 네이슨 밀라드 글로벌 디렉터는 급성장한 한국의 유니콘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2003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1조 밸류에이션을 넘는 업체가 39개 이상 나타났다"면서, "한국에서도 최근 1조 가치로 투자자들에게 평가 받는 회사들이 나타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강하지만, 소프트웨어에서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이 이제는 소프트웨어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구글, 야후가 한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점을 볼 때에 한국에는 현지 시장만의 특수함이 있으며, 현지 서비스 간의 매서운 경쟁을 바탕으로 점점 더 빠른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한국의 유니콘 기업 분석 기사 보러가기) 네 패널과의 토론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해봤다.
▲좌측부터 비석세스 네이슨 밀라드 글로벌 디렉터, 굿워터캐피털의 에릭 킴 대표, 비키의 호창성 공동대표,
테크톤벤처스의 자이 최 매니징 디렉터, DCM의 오주케 혼다 파트너.
- 해외에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에릭 킴(이하 에릭): 실리콘밸리 내에서 한국의 유니콘인 쿠팡, 카카오는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고, 다른 한국 스타트업도 글로벌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에코챔버(Echo Chamber, 메아리 효과를 만들어내는 방)라서 투자자들끼리 모여 잘 나가는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게 된다. 이번 비글로벌이 한국 스타트업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이미 많은 스타트업이 글로벌 관점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해외 진출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
오주케 혼다(이하 오주케): 이미 한국의 스타트업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관심이 높으며 점점 그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이제 일본에서는 한국의 유니콘인 라인, 카카오, NC소프트를 잘 안다. 중국 최대의 IT기업인 텐센트에서 역시 카카오에 투자했다.(텐센트는 2012년 카카오에 720억원을 직접 투자해 13.8% 지분을 확보, 김범수 의장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말레이시아의 친구에게서 카카오, 라인이 아시아에서 무척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모바일에 강한 한국 스타트업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 생각한다.
- 한국 스타트업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호창성: 한국 시장의 큰 특징은 빠르게 변화하는 데 있다. 한국인은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바이럴 효과가 매우 잘 일어난다. 그만큼 새로운 기술에 빨리 적응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자이 최(이하 자이): 한국이 기술에 대한 적응력이 빠르다는 것에 동의한다. 한국인의 혁신적인 성격으로 인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인지 한국 사람들은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것을 국내 상황에 맞게 현지화를 무척 잘 하는 것 같다.
에릭: 한국은 일인당 GDP가 높은 만큼 소비문화가 매우 발달했다. 한국의 고객서비스를 보면 매우 훌륭하고, 기업에서도 고객서비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듯 고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한국 사용자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글로벌 시장으로 가져가면 더 좋은 서비스로 구현되는 것 같다.
- 호창성 대표가 라쿠텐에 매각한 비키(VIKI)이야기를 듣고 싶다. 싱가폴에 많은 기회가 주어져 있는 것을 확인한 뒤에도 두 번째 회사는 한국에서 설립한 이유가 무엇인가?
호창성: 팀이 시장이 입지한 곳에 함께 위치해야 한다는 것이 전통적인 생각이라면, 나는 팀이 어디에 있느냐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비키(VIKI)는 미국 회사이고, 북미와 남미 시장을 타깃 마켓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은 싱가폴에 있고 한국에도 팀이 있다. 비키의 경험을 통해 좋은 팀이 있다면 초기 팀의 위치는 상관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미 시장을 타깃으로 하면서 어떻게 팀을 싱가폴에서 꾸리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싱가폴은 글로벌 기반 회사를 만들기 매우 좋은 곳이었다. 10명 이하가 싱가폴 사람이고, 한국, 인도네시아, 유럽, 일본 사람이 직원이었으며, 프로덕트 팀에는 헝가리, 일본 사람이 있는 식이었다. 비키의 경우 이런 국제적인 팀을 꾸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다음 유니콘이 아시아의 어느 국가에서 나올 것인가에 대한 패널들의 의견이 궁금하다.
오주케: 중국에서 유니콘이 나올 것 같다. 그런데 변수가 되는 것이 모바일이다. 한국, 일본 회사들은 모바일을 아주 잘 한다. 오픈 플랫폼으로 넓은 세계 시장을 바탕으로 하는 모바일 서비스가 성공하리라 생각한다. 한국, 일본의 경우 국내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으로 침투하는 것이 힘들겠지만, 이것을 성공할 경우 다음 유니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에릭: 4억 5천만 인구의 동남아시아를 언급하고 싶다. 아직 3G 단계이지만, 필리핀, 베트남의 스타트업을 포함한 동남아 시장의 성장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자이: 미국에서 매우 성공한 모델이 아시아에서는 잘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아시아만의 엑셀러레이팅과 아시아 고유의 소비 패턴이 새로운 기회와 혁신을 이끌어 낼 것이라 생각한다.
오주케: ‘국가’라는 구분을 짓는 방식도 앞으로 없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2010년 중국의 시장은 그닥 긍정적이지 않았다. 타이완/ 1/3 중국 1/3 일본 1/3에 투자했다. 우리 회사 본사는 베이징에 있는데 말이다. 우리는 별로 국가를 가리지 않으며, 앞으로는 팀이 더 글로벌하게 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유니콘이 한국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는가?
에릭: 미국의 투자자들은 한국의 초기 회사들을 잘 봐야 할 것 같다. 현재 내가 주목하고 있는 곳은 싱가폴이지만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점점 더 커가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 일본에 비해 국내 시장이 작다고 판단해 글로벌하게 나가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 10년 후에는 한국 내에서 유니콘이 나와서 많은 기업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