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 중 최초 상장사가 모바일 게임사인 것만을 봐도 알 수 있듯, 게임은 소위 말해 ‘돈이 되는 장사’다. 한국콘텐진흥원의 발표에 의하면 올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1조 2천억이며, 매 달 15개가량의 게임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확대된 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상위 4.7%에 들지 못한 스타트업은 생존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 속에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영역을 개척하고, 이제 막 시장으로 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게임 스타트업을 만나기 위해 네오위즈 산하의 네오플라이 센터를 찾았다. 오는 2분기, 첫 게임의 론칭을 앞두고 있는 비컨스튜디오의 김영웅 대표는 이름처럼 다부진 어투, 그 안에 자리 잡은 확고한 신념이 인상적인 인터뷰이였다.
비컨스튜디오가 설립된 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김영웅 대표는 KOG, 블루홀 스튜디오, 엔씨소프트 등에서 7년간의 개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 모인 7명의 팀원 역시 모두 김영웅 대표와 한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비컨스튜디오 팀이 게임을 만드는 목적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것’이다. 그들의 롤모델은 미국의 밸브사. 창의적인 것을 위해 모든 불필요함을 없애는 조직 문화로 유명하다. 밸브사는 한 때, 유머 넘치는 신입사원 안내서로 누리꾼 사이에 화제가 된 바 있다.
김영웅 대표를 움직인 것은 밸브사의 대표 게이브 뉴웰의 “우리는 위대한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위대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위대한 환경을 만들어야만 했다.”라는 말이다. 비컨 스튜디오 조직 역시 창의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수평적인 조직을 추구한다. 한 예로 회의 때에는 무조건 만장일치가 되어야만 일이 진행된다.
“저희가 5명입니다. 팀원 중 한 명이 아이디어에 대해 안 좋다고 생각하면 단순히 말해 전체 유저의 20%가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찬성한 안을 도출할 때까지 노력한다.
“다른 개발사 대표들이나 선배 개발자분들이 만장일치 제도로 개발을 진행하면 언제 마무리할 수 있느냐고 하시는데, 저는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들은 항상 천천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게임 개발 역시 ‘사람들에게 얼마나 새로운 경험을 주는가’를 늘 생각하며 틀리지 않게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미국의 신종 마약이라고 불리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 충격을 주었던 게임, ‘플래피버드’에 대해서도 물었다. 플래피버드는 베트남의 1인 개발자가 만들어 별다른 홍보 없이 미국과 유럽 앱스토어를 흔들어 놓은 후, 개발자 본인이 자진 삭제해 더 화제가 된 모바일 게임이다. 김영웅 대표는 플래피버드의 사례를 통해 게임 개발자들이 스스로 반성해야 할 것 같다는 의외의 목소리를 냈다.
“플래피버드가 촌스러운 UI와 별다른 홍보없이도 성공한 원인은 그야말로 게임다운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게임사들과 퍼블리셔들은 유독 사용자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패배의 경험을 주지 말자'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경험을 제공하자.' 식의 결정을 합니다. 서비스는 중요하지만, 게임의 본질을 헤치는 판단들로 이어집니다. 결국, 유저들은 게임다운 게임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죠. 플래피버드는 5초마다, 10초마다 장애물에 부딪히면 무조건 죽습니다. 패배를 겪어도 극복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게임의 본질입니다.”
그는 게임과 음식점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하면서 재밌는 비유를 덧붙였다. “백화점 푸드코트는 메뉴 고르는 것도 간편하고 음식도 먹을만하고 식기 반납도 편리합니다. 하지만 구태여 찾아가서 먹게 되는 곳은 아니죠. 플래피버드는 멀리 있고 불친절한 욕쟁이 할머니가 사장인데도 아주 맛있어서 다음에도 찾아가는 맛집입니다. 비컨스튜디오도 본질에 집중한 ‘맛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이 카카오톡 생태계에 잠식된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 김영웅 대표는 긍정적인 미래를 전망한다. 그는 앞으로 게임 유저들이 SNS 플랫폼에 의지해서 게임을 접하는 것을 넘어 재미있는 게임을 직접 앱스토어에서 찾고, 접하는 등 적극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따라서 모바일 게임사들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한다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 그의 생각이다.
최근 모바일 게임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수익배분 문제에 대해서 그는 다소 냉정한 평가를 덧붙였다. “퍼블리셔와 플랫폼(카카오톡)에 각각 수익을 나눠줘야 하는 모바일 게임의 수익 구조는 온라인 게임에 비해 솔직히 좋지 않습니다. 그로 인한 매출대비 영업이익이 적은 것에 대해서는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이 개발비조차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고, 유저들의 관심이 지속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현재 비컨스튜디오는 유저가 마피아가 되어 서로 보스가 되기 위해 경쟁하는 실시간 대전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2D 캐쥬얼 게임이 넘쳐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생동감과 깊이가 있는 미들 코어 게임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다. 올해 2분기 론칭을 목표로 한다.
비컨스튜디오의 새 게임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이미 권준모 전 넥슨 대표가 설립한 ‘4:33’과의 글로벌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 ‘활’이라는 실시간 대전 게임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이력이 있는 만큼, '4:33'은 비컨스튜디오의 새 게임에 대해 가장 높은 이해도를 가진 파트너다.
이번 3월에는 코트라가 주관하는 'GDC 2014(게임개발자 콘퍼런스)', 'GCA(Game Connection America)' 참가기업'으로 선정되어 미국 시장에 비컨스튜디오를 알릴 기회도 얻었다.
“저희 비컨스튜디오는 '재밌는 게임을 만들자' 라는 목표를 향해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것과도 타협할 생각이 없죠. ‘맛있는 게임’을 들고 글로벌 시장에 나가 성공하는 것이 비컨스튜디오의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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