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 네 단어를 말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나는 나의 회사를 사랑합니다. (I've got four words for you. I love this company)” - 2001년 회의장에서, 스티브 발머
괴짜 회장님으로 유명한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 57)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33년 간 몸담아 온 MS 은퇴 전 열린 마지막 사원회의에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 농구 아이스하키장인 ‘키 아레나’에서 열린 사원회의에서 발머는 직원들에게 춤과 노래를 함께한 감동의 작별인사를 고했다. 1만3000여명이 입장 가능한 회의장은 이날 초만원을 이뤘다.
발머는 “여러분은 세계 최고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는 이어 경쟁사 애플, 아마존과 구글과의 차별화된 강점은 ‘더 많이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발머는 “우리에겐 엄청난 가능성이 있고 미래를 써나갈 준비를 갖췄다”고 직원들을 격려하자 직원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하며 “사랑해요 발머(Love, Ballmer)”를 연호했다.
또한 발머는 30년 전 첫 사원회의에서 자신이 공연한 마이클 잭슨의 노래 ‘워너 비 스타팅 섬씽(Wanna Be Starting Something)’에 맞춰 춤을 선보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했지만 막바지에 결국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눈물을 흘렸다. 발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소리”라고 외치며 노래가 끝난 후 “잠시 이 순간을 즐기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1980년 MS에 입사한 발머는 2000년 빌 게이츠(MS 공동창업자)로부터 CEO 자리를 물려받았다. 창업자 빌 게이츠와 하버드 동창생으로 빌 게이츠는 대외활동 등 MS의 바깥 살림을 챙겼다면 발머는 영업 등의 안살림을 담당했다. MS의 판매 및 지원담당 부사장을 지내고 1996년 9인의 이사회 멤버로 승진한 발머는 1998년 8년간 공석이었던 사장에 선임되는 등 고속승진 이후, 2000년 빌 게이츠의 뒤를 이었다.
MS의 최고 전략가이자 야전사령관으로서 13년간 MS를 군림한 그는, 경쟁에서 절대 물러나지 않는 CEO로 MS를 세계 최고 기업에 반열에 올렸다. 업무용 프로그램인 ‘오피스’와 게임 사업인 ‘엑스박스’ 같은 수익원을 키워 MS의 매출을 3배 이상 늘렸고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해 자신을 비롯한 1만2천명의 직원을 백만장자로 만드는 등 스톡옵션 제도를 대폭 수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윈도8 등 실망스런 성과로 은퇴 압박을 받아왔고, 마침내 지난 8월 “앞으로 12개월 안에 은퇴하겠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당시 발머의 은퇴 발언으로 MS의 주가는 당일 7%이상 상승했다.
회의 끝 무렵 발머는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축하하는 곡을 골랐다”며 영화 더티댄싱의 ‘더 타임 오브 마이 라이프(The time of my life)’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무대를 돌며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무대를 내려갔다.
현재까지 MS의 후임자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차기 수장으로 자동차 회사인 ‘포드’의 앨런 물랄리(68) 최고경영자(CEO)가 유력하다. 미국 IT 전문 웹사이트 ‘올 씽즈 디지털(All Things D)’은 MS와 물랄리가 접촉했으며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28일(현지시간) 소식통을 통해 전했다. 물랄리는 최근 MS 구조조정과 관련해 발머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스티븐 엘롭(50) ‘노키아’ 최고경영자(CEO)와 토니 베이츠(47) 전 ‘스카이프’ 최고경영자(CEO), MS에 근무 경험이 있는 폴 모리츠(59) ‘피보탈’ 최고경영자(CEO) 등이 발머의 후임자 물망에 올랐다. 에이미 후드 MS 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9일 이사회가 후임 CEO 선임 절차를 진행했으며 적절한 시점에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