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를 통한 성장
2014년 06월 05일

DreBeats585

지난 주 한국 테크 업계의 가장 큰 소식은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 아닐까 생각된다. 근거없는 소문이 돌 때부터 두 회사의 결혼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실제로 딜이 발표되니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실리콘 밸리의 가장 큰 소식은 애플의 비츠(Beats) 인수가 아닐까 생각된다. 인수 가격은 30억 달러이고 아직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 딜의 소식을 듣고 나는 다시 한번 한국과 미국의 기업 문화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좀 의외였다. 음악이라면 애플이 좀 알고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했고, 음악관련 비즈니스라면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애플이 타 경쟁사 보다는 훨씬 많은 경험, 좋은 인력 그리고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해도 시장을 점유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서히 죽어가는 음악 비즈니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준 건 아이튠즈(iTunes)라고 생각하고 디지털 음악 분야에서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애플을 이기지 못한다고 항상 생각 해왔기 때문이다.

애플이 비츠(Beats)를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 물론, 이건 업계의 생각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 다시 한번 디지털 음악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음반 시장이 죽으면서 MP3 시장이 커졌고 이 시장의 성장에는 애플이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은 다시 MP3에서 스트리밍, 그리고 무제한 스트리밍으로 – 유료 모델도 있지만 광고를 기반으로 한 무료 모델이 주를 이룬다 – 바뀌고 있다. 판도라(Pandora)나 스포티파이(Spotify)가 현재 시장의 강자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도 뛰어들었고 (Xbox Music 솔직히 나쁘지 않다) 많은 기존 및 신규 플레이어들이 이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애플은 이 시장에서 강자가 되기 위해서 Beats를 인수했다고 한다.

실은 비츠 뮤직(Beats Music)이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아직 걸음마 단계의 서비스이지만, 아마도 애플이 봤던 장기적인 비전은 비츠(Beats)의 우두머리들인 음악계의 거장들 닥터 드레(Dr. Dre)와 지미 로빈(Jimmy Iovine)과 이들이 이끄는 비츠(Beats)의 팀원들의 가능성이 아닐까 싶다.

나도 음악을 좀 해봤는데 음악만큼 재미있는 비즈니스는 없다. 하지만, 음악만큼 돈 벌기 힘든 비즈니스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 비즈니스를 할 줄 아는 비츠(Beats)의 하드코어 팀원들만큼 스트리밍 비즈니스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 인력들을 이렇게 한 방에 인수한다는 건 애플한테 매우 중요한 전략일 거 같다.

이 소식을 접하고 역시 미국 기업들은 생각이 다르고 애플이 ‘통’이 크다라는 생각을 다시 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음악 스트리밍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한다는 건 몇 년 전까지만해도 애플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iTunes MP3 비즈니스를 스스로 잠식 하겠다는 뜻이다. 전성기 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상당한 매출을 발생시키는 이 비즈니스를 스스로 죽인다는게 상당히 어렵고 힘든 결정이지만, “스스로 잡아먹기“에서 언급했듯이 남이 내 시장을 잠식하는거 보다는 내가 내 시장을 스스로 잠식하는게 훨씬 낫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에서 보면 애플이 직접 해도 될 법한 음악 비즈니스를 굳이 3조원이라는 돈을 써가면서 비츠(Beats)를 인수한 건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매우 명확하게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엣지를 애플이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 나는 해석한다. 본인들이 스스로 하는 것과 외부 업체를 인수했을 경우의 성공 확률, 투자비용, 시간, 서비스의 확장 가능성 등을 명확하게 비교했고 애플은 인수를 통한 성장을 택했다.

한국의 기업도 애플같이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안 그럴거 같다. 대기업들은 분명히 스스로 모든걸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직접 음악 서비스를 시작했을 것이다. 결과를 떠나서 한국 대기업의 정서 상 수조원을 들여서 다른 작은 회사를 인수한다는 건 대기업이 스스로 자신의 약점과 무능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 되어지기 때문이다. 아, 그렇다고 내가 대기업을 비난하는 건 아니다. 전에도 여러번 언급했듯이 한국의 대기업이 작은 스타트업을 인수하지 않고 뭐든 직접 하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큰 돈을 들여서 인수할만큼 매력적인 스타트업들이 한국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 http://defsounds.com/hip-hop-news/dr-dre-showcases-new-beats-by-dre-line-which-includes-a-wireless-model/>

<원본 출처 = http://www.thestartupbible.com/2014/06/the-art-of-growing-by-acquirin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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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홍 대표는 한국과 미국의 네트워크와 경험을 기반으로 초기 벤처 기업들을 발굴, 조언 및 투자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스트롱 벤처스의 공동대표이다. 또한, 창업가 커뮤니티의 베스트셀러 도서 ‘스타트업 바이블’과 ‘스타트업 바이블2’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어린 시절을 스페인에서 보냈으며 한국어, 영어 및 서반아어를 구사한다. 언젠가는 하와이에서 은퇴 후 서핑을 하거나, 프로 테니스 선수로 전향하려는 꿈을 20년째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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