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마저 경계하는 작은 사업의 비밀, 허슬(hustle)
2014년 12월 08일

필자는 최근 발견한 매우 흥미로운 스타트업을 소개해 드리기 위해 로스앤젤레스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독자께서 잘 아시는 것처럼 미국, 특히 여러 목적지가 넓은 공간 위에 분산되는 반면 대중교통체계는 효율적이지 못한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자동차가 필수다. 따라서 필자는 Avis, Budget 등의 여러 렌터카 업체를 검색하였고 그러던 중 New York Times에서 AutoSlash.com 이라는 흥미로운 스타트업에 대한 기사를 발견하였다.

미국에서의 렌터카는 한국과는 달리 업체, 예약 시기, 사용 시기, 사용 기간 및 다양한 이벤트 딜(Deal) 등에 따라 같은 등급의 차량을 같은 업체에서 렌트한다 하더라도 그 이용요금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렌터카를 이용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새로운 이벤트 딜을 찾아 검색을 계속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을 인식한 렌터카 업체들은 반대로 소비자 컴퓨터의 캐쉬나 IP를 인식하여 동일한 컴퓨터로 계속 접속을 시도하는 경우, 이를 반드시 차량을 이용할 소비자로 보고 계속해서 요금을 올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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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Autoslash.com 웹사이트 화면

 

AutoSlash는 이와 같은 상황을 기회로 인식하고 렌터카의 경우 어떠한 선결제도 필요치 않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고객이 웹사이트를 통해 한 번 예약해 두면 더 저렴한 요금에 이용할 수 있는 딜이 있는지를 계속 검색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딜이 발견되는 경우 알아서 해당 딜로 예약을 갱신하여 준다. AutoSlash를 이용하면 소비자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차량에 따라, 혹은 시기에 따라 수십 달러 혹은 수백 달러까지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타 사이트를 통해 350달러 가량에 최초 예약했던 Full-size 차량을 AutoSlash를 통해 170달러 가량에 최종 예약할 수 있었다.)

AutoSlash라는 스타트업을 발견하자마자 독자들에게 소개하지 못했던 이유는 실제 차량을 이용하기 전에는 실제로 이 예약이 제대로 처리될지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 흥미로운 스타트업이라고 소개했는데 실제 현지에서 차량을 사용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어쨌든 LAX에 도착한 필자는 차량이 예약된 업체를 찾았고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예약번호를 업체 카운터에 불러주었다.

잘된다!

어떤 쿠폰을 사용했는지, 어떤 딜을 통해 차량이 예약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이 필자가 예약한 등급의 차량을 체크아웃할 수 있었고 심지어 요금도 AutoSlash에서 약속한 그대로였다!

분명 AutoSlash는 소비자의 저렴한 가격에 대한 니즈와 선결제를 요구하지 않는 렌터카 업체의 운영방식을 기회로 잘 활용한 흥미로운 사례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필자가 이 AutoSlash의 사례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것만이 아니다.

(최소한 자신들의 주장에 따르면) 오늘날 AutoSlash는 진보된 시스템으로 사용해 보다 나은 딜을 검색하고 자동으로 예약을 갱신하여 준다. 소비자에게는 최초 1회 이메일을 통해 보다 나은 딜이 검색되었음을 알리고 앞으로 그와 같은 딜이 나오는 경우 자동으로 예약이 갱신되게 하려면 Yes라는 단어를 회신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이들이 처음 시작할 때에도 이와 같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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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필자가 Autoslash.com으로부터 받은 예약갱신 안내 메일

 

NYT의 기사에 따르면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한 이들은 최초에는 온라인상에서 수동으로 가능한 모든 딜을 검색하고 새로운 딜이 검색이 되는 경우에는 해당 업체에 일일이 전화를 하여 사용자들의 예약을 갱신해 주었다고 한다.

최근 특히 Internet-specific의 창업자들을 들여다보면 멋진 Website, 혹은 Mobile Application의 구축이나 섹시한 시스템의 구축에만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여기여기, 그리고 여기에서 이미 반복적으로 언급해오고 있는 것처럼 웹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 혹은 시스템은 결국 Interface에 불과하다. 이는 결국 그와 같은 Interface 뒤에 실제로 구동되는 Operations와 Logistics가 없다면 아무리 멋지고 섹시한 Interface 혹은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그 가치는 내가 이런 “'코딩'을 할 줄 알아요”라는 팀의 이력서 수준을 벗어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별한 시스템이나 섹시한 인터페이스 없이 일일이 딜을 검색하고 렌터카 업체에 전화를 걸어 고객의 예약을 갱신했던 초기 AutoSlash의 사례는 Internet-specific이라는 말이 때때로 단지 그 주된 고객 획득 및 서비스 제공 채널이 온라인일 뿐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수백 시간을 들여 제대로 구동하지도 않을 Website 혹은 Web Service를 만들어 놓고 그때부터 고쳐나가기보다, 컴퓨터 한 대와 전화기 한 대만 놓고 자신들의 가설을 먼저 시험하였고 그 결과 위에서 Interface를 설계했던 AutoSlash의 사례는 필자가 일전에 여기에서 언급했던 불확실성에 기인한 위험을 사전에 가능한 제거하려는 노력과도 완벽히 일치하는 것이다.

사업은 훌륭히 디자인된 웹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사업은 가설에 대한 실질적인 검증과 그와 같은 검증을 위한 허슬링(Hustling, 매번 딜이 검색되었을 때마다 렌터카 업체에 일일이 전화하여 예약들을 갱신하느라 얼굴을 붉혔을 AutoSlash 팀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와 같은 허슬링의 과정 끝에 가설에 대한 검증이 끝나고 난 후에야 말 그대로 Interface로서의, 사용자들을 위해 훌륭히 작동하는 웹사이트, 혹은 어플리케이션이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분명 먼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정의가 이루어지고 나면 과연 무엇이 내 의도를 실현하는 데 필요할 것인가에 대한 가설들이 세워질 것이고 나머지는 결국 그 검증을 위한 허슬링에 달려있는 것이다.

물론 AutoSlash는 다른 스타트업들처럼 아직 브랜드 자산도 충분치 않고, 시스템적 요소에서 개선할 점도 분명 여럿 존재한다. 그러나 동시에, 2010년도에 우리 돈으로 고작 2천5백만 원 정도를 들여 시작한 AutoSlash가 오늘날 10만 건 이상의 예약을 처리했, 이 중 85%에서 가격할인을 제공할 수 있었으며 그 할인율은 평균 25%에 달한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 파급력이 너무 커지자 Avis, Hertz 등의 대형 렌터카 업체는 AutoSlash가 자신들의 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하기까지 했다.

스타트업은 결국 파급력에 관한 것일 수밖에 없다. 만약 독자 중 이처럼 대형 기업들마저 경계할 수밖에 없을 파급력을 발휘하는 사업을 만들고 싶은 독자들께서 계신다면 AutoSlash 처럼 실제로 시장에 나가 허슬링을 시작하라고 조언해 드리고 싶다. 그것이 쉬운 길이기 때문이 절대로 아니다. 어렵고 익숙지 않고 얼굴을 붉히느라 거북하겠지만 사업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것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요한 일이라면 지금 해 치우는 것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을 수 있는 현명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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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e Lee is a career founder and now is the founder and Managing Partner at 541 Ventures - a Los Angeles-based VC that invests in frontier tech companies predominantly in their seed and pre-seed stage. Before founding 541, Eunse has served as the Managing Director at Techstars Korea - the first- ever Techstars’ accelerator for the thriving Korea’s ecosystem, after co-founding two prior LA-based VC firms. Having his root in the strategy world, he empowers deeply technical startups to start an industry and strives to be a catalytic partner for them in their journey to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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