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구독자 17만5천 명의 CB인사이츠가 밝힌 뉴스레터의 기술
2016년 08월 10일

글로벌 생태계,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 생태계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라면 대부분이 기술 기반 생태계와 특히 어울리지 않는 “사랑해요 (I Love You)”라는 구절로 마무리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와 관련된 시장 데이터 및 그에 대한 각종 분석 자료들을 제공하는 CB인사이츠(CB Insights)의 뉴스레터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사랑해요”라는 매우 개인적인 서명 이외에도 “Pizza-as-a-Service(PaaS)”, “유니콘스퀘어벤처스는 완전 훌륭해(Union Square Ventures is f’n good)”, 그리고 “실패한 푸드 스타트업들(failed food startups)”나 “유니콘이 과대평가되었다는 증거(Proof: unicorns are overvalued)” 등과 같은 다른 뉴스레터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트렌디하고 한편으로는 도발적이기까지 한 제목을 사용하고 있다.

그들의 뉴스레터를 받아보며 필자는, 기계적일 수 있는 하이테크 산업의 매우 건조할 수 있는 투자 및 회수 시장에 대한 정보를 매우 완고한 B2B 시장에서 제공하고 있기에 다른 경쟁자들처럼 조금은 보수적이어도 괜찮을 데이터 기업인 CB인사이츠가 대부분이 무료 사용자인 이들에게 제공되는 뉴스레터를 왜 그렇게 개인적인 것으로 만들려는지, 그리고 내용에 직접적인 제목을 사용하는 다른 경쟁사들과는 달리 뉴스레터의 제목을 매번 흥미롭게 만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지 항상 궁금했었다.

마침 얼마 전 아마도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을 이 이유에 대해 CB인사이츠 스스로가 설명(원문은 이곳을 클릭)한 적이 있었고, 그 내용이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직접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을 적지 않는 독자들께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어 오늘은 그 내용을 함께 생각해 보려 한다.

목표: 매출 증분 창출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CB인사이츠는 스타트업 생태계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직접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그와 같은 정보 및 각종 분석 보고서들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의 구독권(Subscription)을 판매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뉴스레터를 개인적으로 만들고 제목을 최적화하려는 수고는, 일반적인 형태의 뉴스레터를 발행했을 때와 지금과 같이 흥미로운 제목을 가진 개인화된 뉴스레터를 발행했을 때 사이에서 매출의 차를 만들어 내는 것, 다시 말해 두 시나리오 사이에서 매출의 증분(增分, Increments)을 만드는 것을 그 목표로 한다.

경험적 데이터 산출

CB인사이츠에 따르면, 2015년도를 기준으로 보수적인 관점에서 뉴스레터를 열어보는 이들 중 CB 인사이츠 플랫폼의 체험용 버전을 사용하는 이들의 비율은 0.09%, 즉 10,000명 중 9명 가량이며, 체험용 버전을 사용하는 이들 중 실제 유료 버전으로 전환되는 비율(Conversion Rate, 이하 'CR')은 1%가량이라고 한다.

가설 설정

만약 무료로 제공되는 뉴스레터에서 CB인사이츠 플랫폼의 체험용 버전으로, 그리고 체험용 버전에서 유료 버전으로의 CR을 고정된 독립요소로 본다면, 이때 CB인사이츠가 뉴스레터를 통해 매출의 증분을 만들어 낼 방법은 크게 뉴스레터 구독자 수를 늘리는 방법과 뉴스레터를 열어보는 비율(이하 'Open Rate')을 증대시키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가설 1 – “개성(Personality)을 담은 이메일이 구독자 수를 증가시킬 것이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필자의 경우 하루에 20개 이상의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있다. 그러나 많은 독자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필자 역시 그들 뉴스레터 중 많은 수를 열어보지도 않고 삭제한다. 때로는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다른 뉴스레터를 포함한 다른 채널을 통해서도 충분히 입수할 수 있거나 이미 입수한 것이기 때문이고 때로는 그냥 재미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날 17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CB인사이츠 뉴스레터의 2010년 구독자 수는 단 1,400명에 불과했다. 물론 그 이듬해에는 구독자 수가 9,000명으로 늘어났지만, 폭발적인 성장이라고 부르기는 힘든 규모였다. 이에 대해 CB인사이츠의 창업자이자 CEO인 아난드 산월(Anand Sanwal)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와의 인터뷰에서, “초기에 우리에게는 ‘개성(personality)’이 없었다”고 말한다.

CB인사이츠 역시 초기에는 “B2B 기업은 무미건조해야 한다(we thought that B2B had to be boring)”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그에 따라 무미건조한 분석자료들을 내는 것에 그치고 있었다. 그러나 분석자료만을 가지고는 충분한 규모의 성장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CB인사이츠는 이제 비즈니스 이슈에 대해 더욱 강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게 된다. 산월에 따르면 "그와 같은 의견 개진은 특정 이슈에 대해 CB인사이츠 내부에서 발생하던 대화들을 구독자들과 공유하는 것"이었다.

산월이 '부활절 달걀(Easter Egg, 장난 혹은 사용자에 대한 보너스로 아무도 기대하지 못했던 기능이나 속성을 삽입하는 것)'이라 부르는, 뉴스레터에 개성을 담는 CB인사이츠의 변화들은 독자들과 CB인사이츠 사이에 그리고 독자들 대화를 유도(Conversational)는 동시에 CB인사이츠를 더욱 친근하게(Approachable)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부활절 달걀들이 들어있는 CB인사이츠는 곧 독자들 사이에서 더욱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시작했고 결국 독자들이 훨씬 빠른 속도로 CB인사이츠의 뉴스레터를 공유하게 했으며 그 결과 구독자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가설 2 – “뉴스레터 제목의 최적화가 독자들의 Open Rate를 개선할 것이다.”

부활절 달걀 전략은 17만5,000명 이상이 오늘날 CB인사이츠의 뉴스레터를 구독하게 해 주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그 모든 구독자가 매일같이 뉴스레터를 열어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아닐 것이며 따라서 이제 CB인사이츠의 도전은 어떻게 하면 구독자들이 실제로 뉴스레터를 확인하고 그 콘텐츠에 주목(Engage)하도록 하는지, 즉 Open Rate를 증대시키는 것에 있다.

복수의 계정으로 CB인사이츠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때때로 아래 Figure 1.에서 보는 것과 같은 동일한 내용의 뉴스레터가 제목만 달리해 인박스(Inbox)에 담겨 있는 것을 발견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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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동일한 내용이나 상이한 제목으로 발송된 CB인사이츠의 뉴스레터 예시

고백하건대 필자는 이러한 중복된 메시지를 보면서 그것이 CB인사이츠의 실수나 단지 구독자별로 다른 제목을 달아 보내는 것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서두에 살펴보았던 CB Insights 측의 설명은 실제로 이것이 그들이 매일 Open Rate를 증대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실험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들에 따르면, 뉴스레터의 제목은 구독자들의 뉴스레터 Open Rate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그들이 축적한 데이터에 따르면 최적화된 제목과 그렇지 않은 제목들을 비교했을 때 사용자들의 Open Rate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따라서 그들은 매일 발송하는 뉴스레터의 제목을 독자들의 Open Rate를 높일 수 있도록 최적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경험적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Open Rate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제목들을 추출한다 하더라도 실제로 그것이 독자들의 행동을 성공적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문제다. 따라서 그들은 위 Figure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동일한 내용을 상이한 제목으로 발송하는 실험을 매일 진행하고 있으며, 이때 그 배후의 기재(Mechanism)는 다음과 같다.

  • 본격적인 뉴스레터 발송 이전에 상이한 제목 세 가지(A/B/C)를 추출
  • 독자들 중 6.67%에게 제목 A, 다른 6.67%에게는 제목 B, 그리고 또 다른 6.67%에게는 제목 C를 달고 있는 뉴스레터를 먼저 발송
  • 발송 후 통상 1시간 정도 경과 후 상이한 제목 세 가지 중에서 가장 높은 Open Rate를 보이는 제목을 그날의 제목으로 결정하여 나머지 구독자들에게 발송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이처럼 간단한 뉴스레터 제목에 대한 A/B/C 실험의 결과는 일반적으로 가장 높은 Open Rate를 보인 제목과 가장 낮은 Open Rate를 보인 제목 사이에서 약 2.6%가량의 차이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때 주목할 점은 2.6%의 차이가 비록 작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전체 구독자 수가 17만5,000명에 달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이 작은 차이만으로 인해 [(175,000)*(2.6%)]의 식에 따라 제목의 최적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 비해 매일 4,620명(필자 주: 175,000명의 2.6%는 4,550명이나, CB인사이츠는 4,620명으로 표기하고 있음)의 독자가 추가로 이메일을 열어보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를 월 단위로 환산해 보면 그 차이는 11만5,500명으로 늘어난다.

이 11만5,500명의 구독자의 이메일 확인 증분은, 제목 최적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 비해 매월 약 104명의 신규 체험용 버전 사용자 증분(뉴스레터-체험용 버전 CR 0.09%)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다시 매월 1명(1.04)의 신규 유료 사용자로 전환(체험용 버전-유료 버전 CR 1%)된다. 이를 확대해보면 우리는 CB인사이츠가 아래 Figure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무료로 발행되는 뉴스레터의 제목 최적화만을 통해 연간 12명 이상의 신규 유료 사용자를 유치하고 있으며, 이때 발생하는 매출의 증분은 600,000달러 이상, 그러니까 한화로 7억 원 이상의 매출을 추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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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뉴스레터 제목 최적화로 발생하는 매출 증분 (출처: cbinsights.com)

맺음말

CB인사이츠는 자신들의 뉴스레터 제목 최적화를 다룬 게시물에서, Δ 브랜드명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 Δ 짧은 제목을 사용할 것, Δ 부정형 문장(Negativity)을 사용할 것, 그리고 Δ 대중들이 일반적으로 가진 생각과 상충하는 내용을 제목으로 할 것 등과 같이 자신들이 지금까지 성공적인 뉴스레터 제목 최적화에 대해 경험적으로 체득한 노하우를 함께 공유했다.

그러나 이번 칼럼을 읽다 보면 독자 여러분께서는, 뉴스레터에 개성을 담는 것에서부터 효과적인 제목을 결정하기 위한 A/B/C 실험, 그리고 그 이외의 노하우들이 실제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매우 유의미한 방법들이지만, 결코 '로켓 사이언스(Rocket Science)'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번에 함께 살펴본 CB 인사이츠의 뉴스레터와 그를 활용한 성공사례는 지극히 단순한 수준의 논리를 세우고 그것을 차근히 그리고 철저히 검증하면서 그 결과들을 실제 기업의 운영에 착실히 적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필자는 평소, “(사업이라는 것이) 항상 합리적일 수는 없더라도 논리적이기는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항상 맞을 수는 없는 것이 사업이지만, 맞는 것이라는 논리조차도 없다면 그 사업의 결과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오늘 함께 살펴본 CB인사이츠의 사례가 그것이 스타트업이건 혹은 사내(社內)의 프로젝트가 되었건 독자 여러분들이 각기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논리를 더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데 조금이나마 영감을 줄 수 있었기를 바란다.

이은세와의 직접 소통은 그의 개인 블로그인 http://eun5e.com 을 통해 가능하다.

이미지 출처: Inspiring Speaker

Eunse Lee is a career founder and now is the founder and Managing Partner at 541 Ventures - a Los Angeles-based VC that invests in frontier tech companies predominantly in their seed and pre-seed stage. Before founding 541, Eunse has served as the Managing Director at Techstars Korea - the first- ever Techstars’ accelerator for the thriving Korea’s ecosystem, after co-founding two prior LA-based VC firms. Having his root in the strategy world, he empowers deeply technical startups to start an industry and strives to be a catalytic partner for them in their journey to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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