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그리고 권리
2016년 03월 25일

지난 12월, 필자가 사는 LA에서 한 시간도 떨어지지 않은 샌 버나디노(San Bernadino) 시에서 괴한들이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해 무려 14명을 살해하고 22명에게 총상을 입힌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도주한 범인들을 찾기 위해 해당 지역의 치안 당국들은 물론이고 FBI까지도 즉시 수사에 개입했고, 결국 사건 발생 후 10여 시간 만에 세 명의 범인 중 둘이 사살되고 나머지 하나는 체포되면서 범인 검거는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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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후속 수사과정에서 살해된 두 명의 범인이 자생적인 테러리스트로 확인되면서 이 사건은 국내 범죄사건에서 이슬람 세력에 의한 테러사건으로 발전하게 되고, 수사는 완전히 FBI의 소관으로 바뀌게 된다. 이후 FBI의 수사관들은 과연 캘리포니아와 미국 다른 지역들은 안전한가를 판별하기 위해 이 두 명의 테러리스트가 접촉한 인물들에 대한 파악에 나서고. 그 과정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자신들의 전화기에 저장한 정보의 입수를 시도한다. 이때, 테러리스트가 사용하던 전화기가 바로 아이폰이었고, 자력으로 테러리스트의 아이폰에 침입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FBI는, 애플이 4자리 숫자로 이루어진 아이폰의 패스코드(Passcode)를 우회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작성하도록 하는 법원의 명령을 받아내기에 이른다.

미국인들에게 충격적이었던 이 사건을 서두에 이처럼 자세하게 소개하는 이유는 이 사건이 총기 난사사고와 자국 내에서의 테러리즘이라는, 미국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이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독자 여러분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애플은 패스코드 우회 소프트웨어 작성에 대한 법원의 명령을 계속 거부하고 있으며, 며칠 전 열렸던 이벤트에서 팀 쿡 (Time Cook)은 FBI에 협조하지 않을 것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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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팀 쿡이 위 이벤트에서 밝힌 이번 사건에서의 애플의 입장 전문이다.

“우리는 여러분, 우리의 고객을 위해 아이폰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매우 개인적인 기기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대다수에게 아이폰은 자신의 연장이기도 합니다. 한 달여 전에 우리는 한 대화에 참여해 줄 것을 미국인에게 부탁했습니다. 그 대화는 ‘정부가 우리의 데이터와 프라이버시에 대해 과연 얼마만큼의 권력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전국에서 미국인들이 보내준 지원은 놀라웠고 또 그에 대해 깊은 감사를 느낍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정부와 대치하게 되는 이런 입장에 서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분이 여러분의 데이터를 보호하고, 또 여러분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도울 책임이 있음을 강력하게 믿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책임은 우리의 고객을 위한 것인 동시에 우리나라 전체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책임을 다하는 데 있어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입니다.”

“We built the iPhone for you, our customers. And we know that it is a deeply personal device. For many of us, iPhone is an extension of ourselves. About a month ago, we asked Americans to join in a conversation. We need to decide, as a nation, how much power the Government should have over our data and over our privacy. I’ve been humbled and deeply grateful for the outpouring of support that we’ve received from Americans across the country. We didn’t expect to be in this position, at odds with our own Government. But we believe strongly that we have the obligation to help you protect your data and protect your privacy. We owe it to our customers and we owe it to our country. This is an issue that impacts all of us. And we will not shrink from this responsibility.”

애플의 이와 같은 정책에 대해 그것이 옳다, 혹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아울러 애플을 이전에 이슈가 되었던 국내 기업들의 행태를 평가하기 위한 잣대로 사용하려는 것도 아니며, 사용자의 정보 보호에 관한 국내 기업의 행태를 비판하려는 것 역시 아니다. 나라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며, 또한 이미 이야기한 것과 같이 이번 샌 버나디노 테러사건이 미국인과 미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것이기 때문에, 사실 애플의 이번 대응에 대해서도 미국 내에서조차 적절함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필자가 이번 이슈를 독자 여러분들과 살펴봄에 있어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것이다.

얼마 전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s)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미 몇 번이나 간 곳이지만 '분노의 질주'가 스튜디오 투어에 새로 포함되었다는 소식에 다시 방문한 것이었는데, 새로운 기구여서 인지 작동 오류로 결국 해당 세션은 보지 못하고 말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측에 이 이야기를 전달했을 때 그들의 대응은 매우 신선했다.

“당신은 우리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있는 모든 놀이기구를 사용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표를 구매했으니, 그중 하나라도 이용하지 못했으면 당신은 지불한 돈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앞으로 1년 이내에 언제라도 방문해주셔서 매표소에 이 메모를 보여주시면 유니버설 스튜디오 이용권을 다시 발급해 줄 것입니다.”

물론 놀이기구 하나를 타지 못했을 뿐인데 전체 이용권을 다시 준다는 그들의 대응도 신선한 것이었지만, 더욱 인상 깊었던 것은 그들이 나의 '권리'를 이해하고, 심지어 그것을 나에게 상기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것은 필자가 그것이 어떤 관계이든 계약을 맺을 때도 반복되는 것이었다. 어떤 계약을 할 때라도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굵은 글씨로 다음과 같이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계약서의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전 복수의 전문가로부터 자문한 후 최종적으로 이 계약을 성사시킬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당신의 권리이며, 우리는 당신이 그런 권리를 충분히 사용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권리', 다시 말해 어떠한 관계의 성립이 자연히 발생시키는 주장 가능한 내용에 대한 이해 위해서라면, 애플이 법원의 명령에 대해 대담하게 거부할 수 있는 근거는 자명해진다. 다시 말해, iOS의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iOS를 사용하면서 애플에 전송되는 자신들의 프라이버시와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가지게 되며, 이때 애플은 개별적 제품의 판매가 아니라 iOS 전체 생태계의 중심축으로서, 해당 생태계 내의 모든 사용자로부터 주장되는 집합적 권리를 보호할 책무를 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각은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적극적인 대리인으로서의 기업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는 것이며, 비단 미국의, 그리고 우리나라의 기업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모든 사업의 주체들에게 상당히 무거운 주안점을 던져준다. 기업이 단순히 어떠한 제품 혹은 서비스의 제공자라는 단편적인 역할을 넘어,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를 재정의하고 일회적인 '거래'의 순간을 넘어 시간의 개념 위에서 자사 고객의 권리에 대한 고려와 그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대응을 지켜본 이들의 평가가 모두 일치하지는 않을지라도, 그들의 자세는 분명 우리 모두에게 절대 가볍지 않은 고민을 하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든 절대로 전과 같지 않을 것이며, 만약 그렇다면, 생태계 내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모든 독자가 '권리'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자신을 위해, 그리고 또 각각의 고객들을 위해 그 위에서 더욱 훌륭한 가치를 제공할 길을 발견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은세와의 직접 소통은 그의 개인 블로그인 http://eun5e.com 을 통해 가능하다.

이미지 출처: LA Times, Apple.com

Eunse Lee is a career founder and now is the founder and Managing Partner at 541 Ventures - a Los Angeles-based VC that invests in frontier tech companies predominantly in their seed and pre-seed stage. Before founding 541, Eunse has served as the Managing Director at Techstars Korea - the first- ever Techstars’ accelerator for the thriving Korea’s ecosystem, after co-founding two prior LA-based VC firms. Having his root in the strategy world, he empowers deeply technical startups to start an industry and strives to be a catalytic partner for them in their journey to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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