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가치의 회사가 될 것이라고 믿어야 성장할 수 있어요. 'Think Big', 말 그대로 크게 생각해 믿고 성장하는 거죠. 하지만 자신을 과대평가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목표를 잡아야 성장할 수 있어요.”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알토스벤처스(Altos Ventures)는 최근 한국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600억 규모의 펀드 조성에 성공하여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 벤처 생태계의 청신호를 감지한 한킴 대표가 처음으로 한국에서의 펀드 조성을 시도한 것이었다. 한킴 대표의 한국 벤처에 대한 인사이트와 알토스 벤처스의 투자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알토스벤처스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알토스벤처스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펀드를 조성했다고 들었어요.
맞습니다. 알토스벤처스는 1996년에 설립이 되었고 2006년부터 한국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이번 펀드 조성하기 전까지는 미국 펀드의 일부분으로 한국 기업에 투자했어요.
- 한국에서 펀드를 조성하게 된 것이 한국 벤처 성장에 대한 확신을 하게 되셨기 때문인가요?
확신이라는 것은 없어요. 벤처 펀드를 대략 3~4년에 한 번씩 새로 조성하는데 그때마다 돈을 잃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죠. 항상 그런 두려움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어느정도 수익이 나기 전까지는 그런 위험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죠.
- 펀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펀드를 조성할 때에 생기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펀드 조성에 성공하더라도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수익률을 예측하는 부분도 매우 어렵습니다. 한 펀드 당 약 20개 정도의 기업에 투자를 하게 되는데, 그 펀드의 운명은 두, 세개 기업으로 갈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두, 세 개 회사가 펀드의 리턴값을 결정하는 셈이죠. 약 15~20% 가 80%의 펀드 수익을 좌우해요. 그런 기업들이 그만한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죠. 그 와중에 별의별 문제가 있는데 그런 문제들을 견디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단기간 안에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일찍 맘고생을 접을 수 있게 되죠.
- 오랜 시간 동안 조마조마 하시겠네요.
투자할 때에는 10배 이상의 가치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을 하고 시작해도, 아슬아슬하게 3~4배의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기대를 적게 한 기업이 큰 성공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투자하기 전에는 어느 곳이든지 큰 가치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려고 합니다. 물론 투자하기 전에 리스크와 리워드를 머릿속으로 계산하지만요.
- 아이디어나 프로토타입을 봤을 때 큰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는 감이 오시나요?
그런 경우는 드물어요. 모든 선택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항상 따릅니다. 하지만 크게 될 것이라고 믿어야 해요. 저는 1년 전부터 쿠팡이 1조 가치의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을 해왔어요. 그만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설득을 해왔던 거죠. 1조 가치를 달성하고 나서는 더 큰 목표를 잡았어요. 10조 가치의 기업이 되자.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가치를 높이고, 믿고, 큭그만큼 되려고 노력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어요. 'Think Big', 말 그대로 크게 생각하고 믿고 성장하는 거죠. 하지만 자신을 과대평가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목표를 잡아야 성장할 수 있어요
- 한국에서 투자하신 곳 중 가장 성공을 거둔 기업은 어디인가요.
대표적으로 쿠팡과 배달의민족, 그리고 블루홀스튜디오가 있어요.
- 그 세 기업의 공통점이 있다면요.
이 세 기업의 공통점은 사업 본질에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이 말이 당연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사실 시장, 산업 현장에 놓이게 되면 그러기가 참 힘듭니다. 외부에서 기업을 바라볼 때 어떻게 비추어질지를 고민한다기보다는 그 기업 자체가 현재 시장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고 가장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 그렇군요. 그럼 한킴 대표님은 한국 기업들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가장 피해야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실패한다는 것이 망하는 것이라고 하면 보통 금전적인 문제가 주원인이 되겠죠. 여러 가지 케이스가 있을 것 같은데 실패를 하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있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아마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투자를 많이 받아서 기업 자체가 스스로를 과대평가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투자를 많이 받아서 그 이상의 가치와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라고 착각을 하는 거죠. 그러다 기대에 맞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더 무리하게 도전을 해요. 사람들에게 ‘우리 기업은 투자를 받은 만큼 가치가 높은 기업이에요.’라고 말하다가 그만큼의 가치를 못 보여주니까 인정하지를 않는 거죠. 하지만 이런 마음가짐과 태도는 큰 문제를 가져올 가능성이 큽니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현실 그 자체를 인정하면서 문제를 개선해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해요.
실제로 알토스벤처스에서 투자를 결정할 때에도 서비스나 기술에 대하여 장단점을 솔직하게 말해주는 기업을 더 선호하게 됩니다. 현실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여야해요. 그래야 문제를 같이 풀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 현재 한국 벤처 생태계에 대한 한킴 대표님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저는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국은 돈은 많은데 투자할 곳이 없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투자할 곳은 충분히 많고 투자 산업도 점차 커지고 있어요. 한국 벤처 생태계는 지금 긍정적인 발전 중입니다.
모건스탠리가 이번 펀드 조성에 참여했는데 이것은 한국 벤처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한국 시장이 의외로 크고,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좋아지고 있으며, 알토스벤처스를 통해서 좋은 회사들을 만나 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참여했다고 판단됩니다. 거기에 쿠팡, 카카오톡와 같은 기업들이 한국 벤처의 모범을 보여주어 좋은 영향을 주었죠. 한국 시장이 점점 흥미로워져 점차 해외로부터의 투자가 증가하고 있어요.
- 그래서인지 최근 투자자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네. 그만큼 투자할 곳이 많다는 뜻이죠. 개인적으로 경쟁이 있어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이 없는 분야는 느슨해지기 마련이죠.
사실 3~4년 전만 해도 투자가들이 경쟁하는 구도는 없었습니다. 그때와 달리 현재는 상황이 역전된 것이죠. 하지만 지금 이러한 흐름도 어느 순간에 다시 바뀌어서 순환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향후 몇 년간은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서 투자가들이 바쁘게 움직여야겠지만 과열이 되면, 또 다시 회사 숫자 대비 시장에 돈이 적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소극적으로 변하겠죠. 이런 순환은 미국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투자자들이 살아남으려면 과열된 상태에서도 조심스럽게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뛰어다녀야하죠.
- 투자하기 전에 특별히 고려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아까 말했듯이 기업이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를 고려하기도 하고, 또 기업 대표가 일단 사업에만 집중하여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가도 중요합니다. 알토스벤처스 파트너들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기업 대표가 그 분야에서만큼은 파트너들보다도 더 똑똑해야합니다. 투자가들은 하루에 여러 회사의 문제를 고민해야하지만 그 기업 대표는 24시간 집중해서 자신에 회사에 대해서 고민하죠. 하루에 2~3시간 고민하는 사람이 24시간 고민하는 사람보다 문제에 대한 좋은 해결책을 내놓는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우리는 기업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입장이지, 기업의 앞날을 지휘하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래서 우리가 지휘자의 위치가 되었다고 생각되면 빨리 정리하려고 하죠. 투자가들이 회사의 운명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에요.
- 마지막으로 투자를 선호하는 분야라던가, 향후 시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가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특정 분야가 유망하다고 해서 투자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세쿼이아 캐피탈의 마이클 모리츠가 이런 말을 했어요. 새들이 날아갈 때 어느방향으로 날아가는지 예측하는 사람도 있지만 각자 다르게 생긴 새들 중에서 가장 특이하게 생긴 새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메크로(Macro) 움직임을 보는 투자가도 있지만 마이크로(Micro) 움직임을 보는 투자가도 있다는 말입니다. 알토스벤처스는 마이크로에 좀 더 충실한 투자가입니다. 기업 하나하나를 보면서 그 기업만이 가진 강점, 유니크한 점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우리가 조금이라도 쉽게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분야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서비스, 모바일 분야 위주로 보는데 이 분야가 뜨는 분야라서 그렇다기 보다는 저희 입장에서 아무래도 쉽게 이해, 분석하고 더 진중하게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일상 속에서 우리가 겪는 문제들을 풀어줌으로써 시장에 혁신을 가져오는 기업에 대해서도 눈여겨 보고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금융, 운송 그리고 음악은 눈여겨볼 만한 분야이죠. 개인적으로 기존에 불평, 불만이 많은 분야일수록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스타트업들이 그런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한국에서는 죽어도 이 분야는 해결이 안될 거야.’ 라는 생각보다는 ‘~한 기술이 있으면 참 좋겠다. 왜 사람들은 이런 시도를 안 하는 거지?’ 라는 생각으로 오기를 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덤벼봤으면 좋겠어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