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공부를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프랑스의 교육 제도는 한국과는 조금 다르다. 자신의 재능에 조금 더 집중되어 있는 교육 시스템이며,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회사 지원서에는 한국의 지원서처럼 자신의 자격증 등을 따로 넣는 공간도 특별히 없다. 대신 자유양식으로 자신의 가치관과 포트폴리오와 같은 실무 경험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프랑스 IESEG대학에서 비즈니스 마케팅을 공부하며, 모든 사업영역에 있어서 실무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공부를 하며 나는 자신만의 포트폴리오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언젠가는 하게 될 나만의 의류 브랜드 사업에 대한 준비를 위해서라도 가장 역동적인 실무 경험을 쌓을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아는 지인의 추천으로 한국이라는 나라의 한 IT스타트업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비전과 함께 ‘한국’이라는 나라의 역동성이 내가 필요한 그것을 채워줄 수 있으리라 확신하였다. 그렇게 나는 한국을 왔다.
▲왼쪽부터 김민욱 피플게이트 공동창업자, 알렉상드르 르무엔, 권태호 피플게이트 대표
최고의 커리어는 가장 아래의 경험부터 시작된다
프랑스의 창업자 수는 약 300만~400만 명 가량이다. 한국의 사업자 수도 이와 비슷한 수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프랑스의 인구가 6,000만으로 한국의 인구보다는 조금 많지만 사업자의 비율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대학문화는 한국의 대학문화처럼 다양한 공모전이나 대외활동이 존재하진 않는다. 물론 학교 곳곳에 좋은 프로젝트를 지원해주는 기관들은 잘 발달되어 있지만, 한국처럼 취업을 위한 대외활동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대학교 역시 학교별로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1학년에서 2학년 올라갈 때 과를 바꾸는 사람이 절반이 될 정도로 전공공부만 해도 그리 만만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학생이 공부를 하면서 창업을 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프랑스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과 ‘실무적 경험’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대학인 IESEG(프랑스 명문 경영대학)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외 인턴십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러한 졸업자격 역시 프랑스의 교육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다. 만약 한국에도 대학생들이 한국 벤처나 해외 벤처에서 실무적 경험을 쌓아야 하는 졸업제도가 있다면, 조금 더 역동적인 스타트업 생태계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생태계도 한국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EU국가들을 포함한 세계 경제 정세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스타트업의 성장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처럼 IT회사들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프랑스에는 독특하게도 건강과 복지 분야의 창업이 상당수 이루어지고 있다. 각 국가의 문화와 정서가 창업 문화에 영향을 끼치는 면도 있다.
덧붙여 OSEO(프랑스 기술금융기관)에서는 거의 0%에 가까운 이자율로 돈을 대출해주기도 하면서, 사회적 혁신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개발자를 유치하기 위해 개발자를 위한 비자 프로그램을 만들어 쉽게 프랑스에서 정착할 수 있는 지원도 도입한 상태다.
작년 9월에는 파리에 세계 최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단지를 구축할 계획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1000스타트업'이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낡은 창고 9,075평을 1,000개 스타트업의 입주 공간으로 개조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1,000 프로젝트 예시 영상
'1,000 프로젝트'를 이끄는 인물은 프랑스 이동통신사 프리(Free)의 자비아 니엘 사장이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 1억 5,000만 유로(약 2,175억 원)를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과 비슷하게도 프랑스 역시 정부로부터의 각종 규제가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또한 정부나 공공단체의 지원 측면에서 이미 사모펀드 등의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가 조성된 미국의 실리콘밸리보다는 한국이나 싱가포르 등의 경우가 프랑스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기도 하다.
한국 스타트업, 유럽의 인재들에게도 분명 사랑받을 수 있다
사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알고 있던 편은 아니었다. 예전에 인도, 태국, 네팔을 여행을 한 경우는 있지만 한국이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뤘고, 케이팝(K-pop)같은 엔터테이먼트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 정도를 제외하고는 관련 지식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동기 중에 실리콘벨리 IT벤처를 선택하는 친구들은 보통 ‘미국의 벤처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거 역시 물론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시작하는 생태계’에서 본질적인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프랑스와 같은 유럽에서도 분명 실무적 경험을 쌓고 싶은 뛰어난 인재들이 상당히 많은데 그들에게 한국 스타트업 시장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만해도 지인의 추천으로 연락처를 듣고, 스카이프(Skype) 영상통화를 통해 회사의 현황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프랑스에는 해외 인턴자격이 졸업 자격의 필수조건인 대학이 상당하다. 한국의 유망 스타트업들의 정보를 취합하여, 해외 각 대학측에 데이터베이스를 전달해준다면 보다 많은 해외 인재들이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피플게이트를 통해 배우는 한국 스타트업의 역동성
해외 인턴쉽 기간 동안 일하게 될 피플게이트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2년 전만해도 컴퓨터 한대와 작은 책상만이 전부였던 회사이다. 20대로만 이뤄진 이 회사가 현재 수익화 3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는비즈니스를 보여주고 있다. 투자를 유치하지 않는 팀이 이런 추진력을 보여준다는 점은 나와 같은 학생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피플게이트는 재능기반 SNS으로 가장 효과적인 인맥 구축을 도와주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한 그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외 시장 준비에도 열심히이다. 국제특허에 대한 준비도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나는 이 작은 IT회사가 어떻게 수익화를 이뤄냈고, 다양한 제휴를 통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였는지 배워보고 싶다. 또한 내가 맡은 한국 내 동아리나 스타트업들과 협업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커뮤니케이션 스킬 역시 배워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피플게이트가 제휴맺은 케이팝(K-pop) 연예 기획사들과의 만남도 기대된다.
앞으로의 연재를 통해 프랑스 청년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 스타트업의 생태계와 체험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주로 나는 피플게이트의 콘텐츠 기획팀으로 외국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는 일을 하게되겠지만, 그 과정 속에서 바라보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장점과 단점, 시장 상황과 매력적인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한다. 한국이 나를 불러주었고, 이제 내가 여러분을 찾아갈 차례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게는 한국의 순살치킨에서부터 김밥(저렴한 스시)까지 모든 것이 흥미롭다.
Editor's Note: '알렉상드르의 한국 스타트업 인턴기'는 매주 월요일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뵐 예정입니다. 프랑스 학생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프랑스 스타트업 환경과의 차이점, 국내 흥미로운 스타트업의 인터뷰 등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