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엔젤리스트등의 스타트업에 투자한 바 있는 벤처 캐피털 아레나벤처스의 창업자인 페이지 크레그(Paige Craig)는 지난 22일, 아레나 벤처스의 블로그에, "에어비앤비, 나의 1조원짜리 교훈(Airb&b, My $1 Billion lesson) “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페이지 크레그는 2008년 8월경 에어비엔비를 발견해 초기 투자를 집행하려 하였으나, 투자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는 이 글을 통해, 당시 에어비앤비와 진행했던 딜 소싱 (Deal Sourcing), 듀 딜리전스(Due Diligence), 협상(Negotiation), 클로징(Closing)의 단계별 진행사항들을 소상히 밝히며, 초기 엔젤투자자로서 얻게 된 몇 가지 교훈들을 전했다.
사실, VC들 역시 스타트업들과 같이 치열하게 발품을 팔아가며 좋은 딜을 소싱하고 펀드의 수익률을 관리하며, 테크 트렌드 및 업계 네트워크를 쌓아가고 스스로의 평판을 유지하지 않으면 뒤쳐지기 마련이다. 오늘은 페이지 크레그의 "에어비앤비, 나의 1조원짜리 교훈(Airb&b, My $1 Billion lesson)"을 함께 살펴보며, 초기 투자 유치 시 스타트업으로서 얻을 수 있는 통찰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딜 소싱(Deal Sourcing)
페이지 크레그는 2008년 8월, 어떻게 에어비엔비라는 스타트업을 발견했을까? 그는 미래의 솔루션에 대해 상상하고 구글링을 통해 해당하는 기사나 서비스 소개를 리서치하는 매우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페이지 크레그는 당시, 호텔 및 식당 등 접객업으로 분류될 수 있는 버티컬 영역에서 공유 경제(collaborative economy)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2007년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가상의 호텔(the biggest virtual hotel in the world)에 대해 꿈꾸곤 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주변의 지인들과 상의하고 간단한 브레인 스토밍을 거친 후 그는 연관된 창업자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페이지 크레그는 2008년 8월 'Airbedandbreakfast.com'을 발견하고, 그들의 공식 이메일 계정을 통해 연락을 취한 후 48시간 만에 회신을 받고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들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현장 실사(Due Diligence)
페이지 크레그는 당시 에어비앤비가 제시하는 수치 자료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래의 도표를 참고하면 에어비엔비가 2008년 9월 20일 기준으로 이용자의 수 및 예약율, 수익이 8월에 비하여 50%나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에어비엔비의 팀을 이해하고자 하는 데에 집중하였으며, 그들의 일에 관한 비전과 철학에 대해 특히 큰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에어비엔비의 창업자들은 당시, 그들의 형편없는 숙소를 시험대(test bed)로 활용하며, 2008년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의 영향력을 통해 여행객들을 모으려 하고 있었다.
페이지크레그는 업계 관련 네트워크를 그들에게 소개하며, 서비스 사이트의 버그 리포팅을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들에게 전하였고 그들은 신속히 응대했다. 페이지 크레그는 에어비엔비의 창업자들과 함께 제품 및 고객 개발을 위한 기능들, 초기 유저 유입, 예산 및 초기 투자 유치를 위한 전략에 대해 브레인 스토밍을 진행하였으며, 그들은 정성껏 답변했다.
협상(Negotiation)
페이지 크레그는 에어비엔비의 창업자들과 함께 8월 26일부터, 9월 25일까지 4주 동안 회사의 가치 평가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당시 회의에는 2가지 중요한 이슈가 있었는데, 그 첫 번째는 그들이 펀드레이징을 통해 얻고자 한 금액의 크기였다.
에어비엔비의 창업자들은 100,000달러(약 1억천만 원) 의 투자 유치를 원했는데, 페이지 크레그는 서비스의 트래픽 유입 정도 및 월 소요 예산 등을 고려해 볼 때 그 금액이 너무 적다고 판단했다. 페이지 크레그는 250,000달러(약 2억6천만 원) 정도를 적절한 펀드레이징의 규모로 산정했고, 창업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벨류에이션을 더욱 높게 설정하자는 의견을 제시하였으며, 창업자들은 이에 동의하였다.
페이지 크레그는 그 이후 두 번째 이슈에 관한 사항, 즉 기업 가치를 협상하는 과정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책임이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회사의 가치를 약 20억 원에서 약 25억 원 사이로 결정하는 데에 3주의 시간을 허비하였으며, 이 기간 동안 함께 투자를 고려했던 다른 투자자들은 모두 떠나고 혼자 남게 되었다.
클로징(Closing)
9월 말경, 페이지 크레그는 에어비엔비의 창업자들과 상호의 계약 조건에 동의하였고, 샌프란시스코의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투자 계약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 다음 날, 에어비엔비의 창업자 브라이언은 그에게 이번 라운드에서 와이 콤비네이터가 단독으로 투자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왔다.
페이지 크레그는 그야말로 낙동강의 오리알 신세가 되어 버렸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에어비엔비는 이후 훌륭하게 성장해 왔으며, 오늘날 접객업이라는 버티컬 영역에서 공유 경제(collaborative economy)의 훌륭한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페이지 크레그가 꿈꿔왔던 것이다.
페이지크레그는 그가 100여 개가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해온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에어비엔비와의 딜을 놓친 것은 전적으로 자신으로 잘못이었다고 시인했다. 페이지 크레그는 당시 그들을 다시 찾아가 어떻게서든 투자에 참여할 방법을 모색했어야 했다고 반성하고 있다. 그는 이같은 경험을 교훈 삼아, 이후에는 실제로 딜이 클로징될 때까지 죽을 힘을 다해 전념한다고 밝혔다.
몇 가지 교훈들
페이지 크레그는 에어비엔비의 교훈을 통해, 더욱 견고한 네트워크와 투자자로서의 브랜딩을 쌓아야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이후 페이지 크레그는 다음 투자를 집행할 때까지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다양한 투자자와 창업자를 만나고, 컨퍼런스에 참여하며 혹독한 수련의 시간을 갖게 된다.
페이지 크레그가 에어비엔비를 통해 얻게 된 또 다른 교훈을 누구보다 빨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에어비앤비의 회사가치를 평가하는 데에 3주라는 시간을 소비한 점에 대해 반성하며, 최근 몇 년간 신속하게 딜을 클로징하는 방법을 배워왔다고 한다.
페이지 크레그는 이후 메트릭스가 아닌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페이지 크레그는 창업자들이 제시하는 메트릭스란 단지 그들 스스로를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파악하는 데에 유용할 뿐이라며, 차트나 스프레드시트가 아닌 회사를 만든 사람들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페이지 크레그가 이야기하는 두 번째 교훈은 만약 창업자들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면, 다른 투자자들이 떨어져 나가더라도 그 신념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이론과 팀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면, 다른 투자자들의 결정 사항은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오늘은 아레나벤처스의 창업자인 페이지 크레그가 에어비엔비의 투자 집행에 실패했던 사례를 살펴봤다. 페이지 크레그의 사례는 시드 투자 혹은 엔젤 투자 유치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에게도 몇 가지 훌륭한 통찰을 던진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프레임 설정과 이를 위한 제품 설계는 기본이다. 이에 기반한 메트릭스, 즉 숫자를 넘어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함께 공유하는, 파트너로서 긴 항해를 함께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창업자들에게도 필요로 되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propertyinvestingge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