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를 변화시키기 위한 두 소셜벤처, ‘에트리카’와 ‘텔라’ 이야기
2014년 06월 18일

모든 사랑은 발견(discovery)으로부터 시작한다.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옥상 화단에 볼품없이 자란 꽃 한송이도 내 마음에 들어오는 작은 차이를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놀랄만큼 특별한 존재가 되어 우리 삶의 결을 바꾼다. 어린왕자의 '장미'와 김춘수 시의 '꽃'은 그래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다.

그리고 여기, 머나먼 땅 아프리카에서 '차이'와 '의미'를 발견한 20대 중반의 두 젊은 창업가가 있다. '에트리카(Ethrica, 대표 이진아)'는 아프리카 전통 원단 키텡게의 아름다움을, '텔라'(TELLA, 대표 조호연)는 영어가 유창한 우간다 젊은이들의 잠재력을 발견했다. 대학 시절, 아프리카의 부룬디로 함께 선교를 떠난 적도 있다는 '에트리카'의 안지혜 공동대표와 '텔라'의 조호연 대표를 한 자리에서 만났다.

Untitled-1▲'텔라'의 조호연 대표(좌), '에트리카'의 안지혜 공동대표(우)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께 '에트리카'와 '텔라'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에트리카' 안지혜 공동대표(이하 에트리카): '에트리카(Ethrica)'는 패션을 통해 아프리카 빈곤의 악순환을 끊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입니다. '아프리카에 숨어있는 코코샤넬을 발굴한다'는 것이 슬로건인데요. 향후 현지인들에게 디자인 교육을 실시하고, 그들이 디자인한 원단으로 패션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현재는 자체 제작한 의류를 명동 눈스퀘어, 동대문 두타에 입점하여 판매하고 있고, 수익금을 바탕으로 이번 여름에 교육 대상자 선발을 위한 아프리카 현지 방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캡처

'텔라' 조호연 대표(이하 텔라): '텔라(TELLA)'는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한 1:1 영어 튜터링 서비스입니다. 카카오톡을 이용해 사용자가 우간다인 튜터와 대화를 나누면, 튜터가 실시간으로 첨삭해주는 식이예요. 텔라는 영어 원어민인 아프리카의 우간다 청년들에게 전문직 일자리를 제공하면서도, 사용자들에게 효율적인 영어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현재 베타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2,000여 명 정도가 직접 서비스를 이용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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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도 특별히 '패션'과 '언어'라는 테마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에트리카: 현재 저는 카이스트의 사회적 기업 MBA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데요. 학부생 시절 아프리카에 갔을 때, 그들의 전통 원단인 키텡게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사회적 색깔을 제외하고 디자인 자체만으로도 시장성이 있다고 생각했죠. 처음에는 다른 소셜벤처를 찾아가 서브 브랜드로 제안하기도 했는데, 결국 아무도 안해서 제가 직접 하게 됐어요(웃음).

텔라: 저도 아프리카에 가서 청년들을 만났는데, 생각보다 영어를 너무 잘해서 놀랬어요. 다른 아프리카 지역과 달리 우간다는 영어가 단독 공용어이기 때문에 엄연히 말해 그들은 영어 원어민이거든요. 이런 강점에도 불구하고 우간다에는 저임금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가거나 실직 상태에 있는 청년들이 많아요. 교육은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에 우간다 청년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죠.

- 아프리카 현지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네요. 

에트리카: 기본적으로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처음 비즈니스를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소위 말해 돈이 흘러가는 과정에서 일방적인 지원이나 원조가 아닐 것을 원칙으로 해요. 빈곤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단순한 원조는 오히려 현지 시장을 죽일 수 있어요.

텔라: 지난 50년 간 우리나라 돈으로 1,000조원에 이르는 돈이 아프리카에 투입되었지만, 오히려 산업 구조를 파괴시키는 부작용을 낳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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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트리카: 예를들어 최근 우간다에서 다리를 하나 건설했는데, 일본에서 공적 개발 원조로 자금을 지원했어요. 다리 건설 사업을 따낸 것은 우리나라 대기업이었죠. 다리는 깔려요. 하지만 그 돈은 국내 대기업으로 흘러들어오고, 노동자들도 한국에서 데리고 가기 때문에 아프리카 현지 산업은 전혀 성장하질 못하죠. 결국 에트리카가 풀고 싶은 문제는 '무역의 회복'이예요. 절대 우위가 아니라 '아프리카가 잘하는 건 뭘까'하면서 비교 우위를 발견하고자 했고, 그 기회를 에트리카는 '패션'에서 텔라는 '언어'에서 본 것입니다.

- 구체적으로 현지 인력 채용과 관리는 어떻게 하실 예정인가요. 아프리카 IT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운영 문제도 생길 것 같은데요.

텔라: 아직은 미국인 튜터들로 베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중이고, 올 여름 우간다에 방문해서 현지 회사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운 좋게도 우간다 정부의 정보통신부와 협약을 맺어서, 인터넷이나 컴퓨터와 같은 기반 설비를 제공하는 BPO 센터의 사용 허가를 받게 되었어요. 우간다 교사협회를 통해서 현지 인력 채용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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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트리카: 저희도 올 여름 아프리카에 방문해서 일주일 정도의 기본적 디자인 커리큘럼 이후 잠재력 있는 현지인들을 고용할 예정입니다. 현지인 매니저가 중간에서 인력 관리를 할 예정이예요. 확실히 아프리카는 IT 인프라를 포함해 디자인 소프트웨어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에 처음엔 그들이 손으로 스케치한 것을 스캔해서 저희 측에서 디지털로 변환하는 방식도 생각하고 있어요. 빠르면 이번 가을, 겨울 신상품에 디자인이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에트리카'와 '텔라'는 스타트업 중에서도 소셜벤처에 속하는데요. '현지 일자리 창출'이 소셜 벤처를 구분짓는 기준이 되는 건가요?

텔라: 그렇지는 않아요. 많은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들이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은 데 피해를 보고 있는 측면도 있죠.

- '소셜'이라는 단어가 주는 애매모호함이 있군요.

텔라: 사실 어떤 것이 '사회적 가치'를 가진 비즈니스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혼란이 많아요. 하나의 마케팅 구호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기업의 대표가 결정적인 순간에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었느냐를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 소셜벤처가 비즈니스적으로도 성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요.

에트리카: 다양하겠지만 사회적 공감도가 하나의 조건이 될 수 있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과제에 대해 공감하고, 참여하는지가 사실 상 소셜 벤처의 승패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해요. 예를들어 위안부 할머니들을 후원하기 위해 팔찌를 판매하는 '희움'같은 경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죠. 게임을 통해 나무를 심는 '트리플래닛'도 마찬가지예요. 환경 보호라는 보편적 이슈를 다루면서도 나무는 어디에다 심든 자기 자신이 수해자죠. 반면 본인은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이게 과연 사회적 문제인가?'라고 반문하게 되는 이슈에서는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워요.

dd▲'움'의 의식팔찌

 - 에트리카나 텔라도 아프리카 빈곤 문제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는가가 중요하겠군요. 

에트리카: 중요한 요소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소셜벤처가 크는 이유는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제대로 '소셜'하거나 비즈니스 영업을 월등히 잘하거나. 에트리카 같은 경우엔 사실 '아프리카'라는 키워드를 많이 부각시키지 않으려고 해요. 국내에서 비비드한 스타일로 확고하게 포지셔닝한 디자인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제품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물론 저희가 아프리카에서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매우 사회적인 일들을 하고 있긴 하지만 국내에서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캡처

텔라: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특별히 교육 분야에서는 '사회적 가치'라는 키워드가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아요. 교육은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치'보다는 '서비스의 질'이 가장 우선시 되는 시장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간다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원어민 튜터와 나눌 수 있는 영어 대화'라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 어떻게 보면 똑똑한 소셜벤처들이 택한 하나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에트리카: '불쌍하니 도와주자'는 식의 마케팅은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프로덕트와 브랜드가 좋기 때문에 구매하지만, 알고보면 사회적 가치까지 실현할 수 있는 플러스 알파의 경험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찢어지는 빈곤의 고통, 빼빼 말라 비틀어진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신은 왜 아프리카를 만드셨을까'하는 한탄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텔라'와 '에트리카'는 동정과 연민을 뛰어넘어 보다 더 개성있고 영리한 방식으로 아프리카를 변화시키기로 결정했다. 패션과 교육이라는 상반된 카테고리에 있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이들의 앞날에 건투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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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롬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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