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러레이터 법’, 우리 생태계 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2016년 05월 25일

지난해 10월, 국내 생태계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받으며 발의된 소위 '액셀러레이터 법(원제목: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그 발의로부터 반년여만인 지난 5월 10일 국회에서 가결되어 이제 그 시행을 앞두게 되었다.

* 발의 이후 가결까지의 회의록 및 법안 원본은 우리 국회의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열람할 수 있다.

본 법안에 대해, 그 발의 당시 필자는 비석세스 칼럼을 통해 ‘정부가 계속해서 주도적으로 스타트업 및 그 생태계를 성장시키고 통제하려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으며, 현재에도 그와 같은 정부주도시책들에 대한 실효성 및 효율성은 점차 반감될 것이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될 것이 가시화되었기 때문에, 그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앞으로 그것이 우리 생태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를 함께 생각해 보려 한다.

이번 '액셀러레이터 법'의 주요 골자는,

1) 액셀러레이터의 지원 대상인 '초기 창업자'를 '창업 후 3년 이내인 자'로 명문화하고 그에 따라

2) 액셀러레이터가 초기 창업자에 투자를 하기 위한 ‘개인투자조합’ 형태의 펀드를 조성하고 운영하는 것을 포함한 각종 운영의 범위를 법제화한 것, 그리고

3) 그와 같은 액셀러레이터의 운영에 대해 정부가 불성실 혹은 부적절 운영에 대한 처벌을 포함하는 관리권한을 가지도록 한 것

의 세 가지 큰 틀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포괄적이며, 아울러 생태계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두 번째인 액셀러레이터의 운영에 관한 내용일 것이다.

이번 법안에 따르면,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창업자를 발굴해 그들이 빠르게 초기제품을 출시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정의되는데, 이때 액셀러레이터가 제공해야 할 지원의 범위는 초기투자금 이외에도, 본 법령에서 '전문보육'이라 정의되어 있는 사업모델, 기술 및 제품의 개발을 위한 지원, 또 이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시설 및 장소를 포함해야만 한다. 액셀러레이터가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금액은 별도의 대통령령에 의해 정해지는 금액 이상이어야 하며, 직접적인 투자 및 전문보육 이외에도 자신의 보육기업에 대한 홍보 및 외부 투자자들과의 제휴, 다른 기업들과의 인수 및 합병, 그리고 해외 진출을 위한 지원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본 법안에 의해 전국에 280(2014년 중소기업청 등록 수 기준)개 이상 존재하는 '창업보육센터' 가운데 본 법안의 규정에 부합하는 센터는 액셀러레이터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경우에는 다른 액셀러레이터와 마찬가지로 자체 투자조합(펀드)을 결성해 초기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이와 같은 액셀러레이터의 운영에 관한 규정 및 지위들의 신설이 가져올 것으로 생각되는 순기능으로는 먼저, 초기기업, 그리고 초기 창업자에 대한 투자 및 지원 상의 질적 개선일 것이다.

물론 기존의, 혹은 새로이 설립되는 액셀러레이터는 이번에 법안이 통과된 액셀러레이터 법의 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개인투자조합을 구성해 다수로부터 출자한 사모펀드를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팁스(TIPS)를 비롯한 각종 정부의 지원 사업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청에 액셀러레이터로 등록하고 본 법안이 규제하는 것과 같이 ‘전문보육’을 제공하기 위한 물적, 인적 자원을 보유해야만 하며, 또한 계속된 정부의 감독을 받는 것이 필요하므로 지금까지 민간의 영역에서 별다른 규제 없이 제각각으로 이루어졌던 다수 액셀러레이터의 운영에 질적 차원에서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액셀러레이터마다 천차만별이었던 초기기업의 투자금 규모 역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 이상으로 규제되기 때문에 초기기업 입장에서는 더욱 확대된 런웨이를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시점까지의 마일스톤을 설정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선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울러 그와 같은 질적 개선 이외에도 본 액셀러레이터 법은 초기 창업자의 지원에 있어 상당한 양적 증대 역시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례로 본 법의 시행에 따라 전국의 창업보육센터 중 상당수가 액셀러레이터로 전환한 후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보육시설과 새로이 결성하는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해 초기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300여 개에 가까운 액셀러레이터들이 새로이 생겨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이 수도권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초기기업 투자기관이 비수도권에 위치한 대학 부설 창업보육센터 등을 거점으로 전국적 규모로 증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그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본 액셀러레이터 법이 신중하게 시행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역기능에 대한 우려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일례로,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의 양적 확대가 역으로 초기기업의 생존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국내 시장의 절대적 크기는 스타트업이 자생하기에 충분한 규모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 그와 같은 상황이 세심하게 고려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양적으로만 확대되는 초기기업에 대한 지원은 결국 초기기업 간의 경쟁 악화로 이어지게 될 것을 예측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유사한 제품을 가지고 유사한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수가 적정한 규모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면 그들은 결국 기존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제품의 차별화보다는 결국 광고를 비롯한 각종 마케팅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려는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처럼 제품이 아닌 마케팅을 통한 경쟁이 발생하는 경우, 그와 같은 경쟁상황에 놓인 스타트업은 더욱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야 할 것이며 이는 결국 그들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투자 회수 차원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음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액셀러레이터 법의 지향점이 결국 이전의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여러 정부시책과 마찬가지로 정부주도의 양적 확대이며, 게다가 그것이 '초기(Early-stage)'라는 특정 단계에만 집중된 파편적 차원에서의 지원이라는 것 역시 장기적 실효성 측면에서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물론 이 방법이 초기 단계 기업 수의 늘리고 결국 큰 틀에서는 성공 사례의 수를 증대시키는 방법 중 하나라는 점은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다른 생태계들과 비교해 볼 때 국내 생태계 내에서 창업하는 것에 특별한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이미 초기기업을 위한 우리 생태계의 토양은 우호적인 것이 사실이며 실제로도 그와 같은 우호적인 토양 덕분에 국내 초기기업의 수는 지난 몇 년 동안 큰 폭으로 증대됐다.

따라서 국내 생태계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이제 초기 기업의 양적 증대뿐 아니라 그와 같은 기업이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생태계 전반을 고려한 지원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필자가 있는 미국 생태계 내에서 스타트업은 초기투자와 더불어 성장자금(Growth Capital) 역시 상대적으로 쉽게 획득할 수 있으며, 동시에 그와 같은 성장자금을 획득한 스타트업은 그의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성장에 필요한 다른 스타트업을 애드온(Add-on) 형태로 인수함으로써 전통적 형태 이외의 엑시트 모델(Exit Model)이 구성되고 있으며 그것이 결국 생태계 전반의 역동성 형성에 이바지하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혹자는 얼마 전 우리 생태계에서 붉어졌던 팁스(TIPS)를 둘러싼 한 초기투자사에 대한 논란을 들어 이제 정부의 지원 정책이 그 실효성 차원에서 이제 변곡점을 지나 부정적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나라와 같이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추고 창업자를 지원하는 것이 국가 전체의 차원에서 매우 훌륭한 방향성이며, 실제적으로도 매우 큰 의미를 가지기에 약간의 역기능은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와 같은 정부의 노력이 시장 내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축적되면서 분명 우리 생태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으며 그와 같은 압축적인 성장은 정부의 노력 없이는 분명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제 우리 생태계가 그처럼 크게 성장한 오늘이기에 이번 액셀러레이터 법의 통과가 생태계 내 특정 단계에서의 추가적인 양적 확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세밀한 운영을 통해 생태계 전반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질적 향상은 이제 단지 투자금의 규모를 늘리거나 액셀러레이터의 수를 늘리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액셀러레이터들이 실제로 누구에 의해,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그리고 어떠한 파트너십 위에서 운영되며, 또한 그들을 관리·감독할 정부 주체들은 어떠한 역량을 가져야 할 것인지 등의 시장 원리와 역량이라는 관점이 자리 잡을 때에만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액셀러레이터 법이 이번에 국회의 심의를 통과함에 따라 반년 후, 그러니까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액셀러레이터 법이 시행되게 될 것이다. 모쪼록 그 반년 동안 정부와 액셀러레이터, 그리고 모든 생태계 내의 관련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시장원리와 역량의 관점에서 훌륭한 시행 방안을 도출해 낼 수 있기를 바라며, 그것이 우리 생태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되어주기를 생태계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바란다.

이미지 출처: Visual.ly

Eunse Lee is a career founder and now is the founder and Managing Partner at 541 Ventures - a Los Angeles-based VC that invests in frontier tech companies predominantly in their seed and pre-seed stage. Before founding 541, Eunse has served as the Managing Director at Techstars Korea - the first- ever Techstars’ accelerator for the thriving Korea’s ecosystem, after co-founding two prior LA-based VC firms. Having his root in the strategy world, he empowers deeply technical startups to start an industry and strives to be a catalytic partner for them in their journey to success.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