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끝났다… 포스트 버블 시대
거품 경제 (bubble economy)가 형성 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실물 경제의 성장 속도를 뛰어 넘는 급격한 자산 가격의 상승이다. 이를 통해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사이 우리나라의 벤처 열풍을 되돌아 본다면 ①인터넷 기업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기대감, ②전 세계적인 IT 붐, ③사활을 건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 정책, ④투기 세력의 주가 왜곡 시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체 판을 지나치게 가열 시켰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벤처 기업의 주식 가격 상승 속도가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의 속도를 압도해 버렸고 코스닥 벤처지수는 1년 남짓한 기간에 무려 9.6배나 상승했다가 1년이 못 돼서 다시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쳤다. 시장은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어 버렸고 살아 남은 벤처 기업들도 냉혹한 환경으로 내몰렸다.
네이버의 사례
벤처 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2000년 초반의 네이버는 아직 야후, Daum에 밀려 시장에서의 생존을 고민 하던 벤처 기업이었다. 당시 네이버는 생존의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한 두 가지 결단을 내리게 되는데 한가지는 사용자 기반을 넓히기 위해 한게임을 인수 하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한가지는 새롬기술에게 인수 되어 안정적인 자금원을 확보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벤처 버블이 터지고 새롬 기술의 주가가 95% 폭락 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새롬 기술은 네이버의 지분 10%만을 250억에 인수 하는데 그쳤다.) 하는 수 없이 네이버는 한게임 만을 인수해 독자 생존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다행히도 그때까지 아무도 성공한 사례가 없었던 온라인 게임 유료화를 성공 시키고 검색 광고 시장에서 약진을 거듭 하면서 네이버는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 섰다. 2001년 말에는 회사 이름을 지금의 NHN으로 바꾸고 2002년 상반기에는 매출 300억에 영업이익 136억을 내며 업계 최고 영업이익률인 45%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NHN은 2002년 코스닥 상장 심사에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벤처 버블 이후 IT 업체들의 코스닥 상장은 사실상 정지 된 상태였고 당시 Daum, 옥션, 새롬기술 등 IT 기업들의 실적 저조도 영향을 미쳤다. 벤처 버블로 인해 드리워진 그늘이 한동안 계속해서 IT 기업들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위축 되어 온 IT 스타트업
어찌 되었든 네이버는 포스트 버블 시대의 어려움을 잘 극복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벤처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국내 굴지 기업으로 성장 했다. 문제는 네이버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그에 필적할 만한 IT 기업이 등장할 기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리콘 벨리에서는 야후 이후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굵직한 IT 기업들이 계속해서 등장 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루며 우려를 불러 일으키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스타트업 발전사 Part 1의 서두에서도 언급했던 통계청의 벤처 기업 숫자 증감 추세(하단 그래프)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 벤처 기업의 전체 숫자는 확실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료: 중소기업청
그러나 벤처 업체의 전체 수를 분야별로 나누어 다시 들여다 보면 2001년 이후 우리나라 IT 벤처의 수는 별로 증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단 그래프에 붉은 색이 제조업, 노란색이 IT 벤처)
자료: 중소기업청
그리고 이 같은 IT 스타트업의 약세는 분야별 신규 투자 현황에서도 나타난다. 전체 신규 투자 대비 IT 스타트업에 대한 신규 투자 비율은 점점 줄어 들기 시작해 2009년부터는 제조업 신규 투자에 역전 당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단 그래프 참고)
자료: 중소기업청
희망의 빛이 비치기 시작하는 IT 스타트업
하지만 최근 서울을 방문했던 미국 판도 데일리(Pando Daily)의 하미쉬 맥킨지 (Hamish McKenzie) 기자는 최근 기사에서 지난 10년간 잠잠했던 한국의 스타트업 업계에 변화의 징조가 포착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하미쉬 기자는 카카오톡의 사례를 들며 모바일 분야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한국 스타트업의 변화에 주목했다. 뿐만 아니라 티켓 몬스터, 엔서즈, 로티플, 틱톡의 사례를 들며 점차 눈에 띄기 시작하는 한국의 M&A 시장과 새롭게 형성 되고 있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국내 언론들도 이전 세대와 전혀 다른 새로운 벤처 세대가 등장 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한국의 IT 스타트업 업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미래?
모바일 플랫폼이 확산 되었고 벤처 버블로 인한 어두운 기억보다는 디지털이 주는 비전에 더 친숙한 당찬 세대가 주역으로 나서고 있다. 거기에 성공한 1세대 선배들이 그 동안 축적 해온 전문성과 경험 그리고 자본을 바탕으로 가능성 있는 후배들이 성장 할 수 있는 생태계와 플랫폼 구축에 힘쓰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beSUCCESS도 국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위해 힘쓰고 있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은 분명히 점차 활기를 띠고 있으며 아주 좋은 두 번째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새롭게 부상하는 대한민국의 스타트업들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형성 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 해야 할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벤처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오히려 버블이 형성의 밑바탕으로 작용 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반면 스타트업들은 큰 아이디어 한방으로 큰 성공을 거두려는 욕심에 대해 경계 해야 할 것이다. 과거 싸이월드는 시대를 훨씬 앞서 가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소셜 네트워크를 내놓고도 그것을 더 큰 성공으로 확장 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반면 페이스북은 싸이월드 보다 늦게 출발 하고도 집요한 집중력과 엄청난 실행력으로 하버드 대학교의 작은 소셜 네트워크를 세계적인 소셜 네트워크로 키워 냈다. 쓰리고도 안타까운 과거이지만 그만큼 다시 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뭐 꼭 세계 무대에서 성공 해야지만 그게 진정한 성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30여년간의 드라마틱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대한민국 스타트업계에서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을 서비스가 탄생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스타트업을 아끼고 응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한번은 보고 싶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지금 글로벌 기업이 된 삼성그룹도 삼성 상회라는 작은 가게에서 출발했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못하란 법은 없다.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스타트업 발전사의 역동적인 새 장을 써내려 가고 있는 대한민국 모든 스타트업들 모두 파이팅이다!
참고 자료
한국기업생태계의 역사적 변화와 경영성과, 네이버 성공 신화의 비밀, ‘싹’ 못 틔우는데 ‘거목’을 바라나, 중소기업청 중소기업 조사통계 시스템, 벤처 2세대, 10년 전과 '노는 물'이 다르다
Editor’s note : 창조경제 붐과 함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beSUCCESS는 이 숨가쁜 상황에서 잠깐 멈춰서서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어떠한 과정을 겪으며 지금까지 왔는지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고자 기 발행된 글을 재조명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