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컴퓨팅이 접목된 기기들이 시장을 점령하는 가운데, 기존에 운동을 보조하는 기능을 넘어서 질병을 진단하고 모니터하는 등 의학이 적용된 웨어러블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뇌전증에서부터 당뇨에 이르기까지 질병을 진단하는 주체가 연구소가 아닌 소비자 시장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향후 수조 원에 이르는 사업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핏빗(Fitbit) 등의 운동용 웨어러블 기기와는 다르게 의학용 웨어러블은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지만 사용될 수 있다. 엄격한 규제적 난관 덕에 1세대 웨어러블 회사들이 의학용 웨어러블 시장을 생성하기 어려웠다.
FDA의 디지털 헬스 부문 배컬 파텔 디렉터는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 헬스 사업만을 집중할 새로운 헬스 전문 과학자를 영입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이전에 수많은 헬스 기술 관련 기업인들이 "건강 증진을 위한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지만, FDA의 규제 등이 엄격해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해온 것의 대응으로 비춰진다.
"소비자, 의사, 헬스 관련 사업자 등 모두가 해당 제품이 실제 사용자에게 의학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을지 알고 싶어 한다"라고 벤처캐피털 회사 '가나안파트너스'의 줄리 파페넥이 말했다. 웨어러블 스타트업에 투자한 바 있는 파페넥은 "FDA와 함께 일하는 것이 제품을 시장화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의학용 웨어러블을 유통하는 회사들은 엠파티카(Empatica) 등 작은 스타트업들이다. 현재 엠파티카는 뇌전증 환자를 위한 손목 밴드를 개발 중이다. 손목 밴드를 착용한 뇌전증 환자가 위급한 상황에 직면할 시 이를 자동으로 보호자에게 알리고 보호자가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웨어러블 기기다.
다른 떠오르는 웨어러블 회사와 마찬가지로 엠파티카도 핵심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의학적 상황에 접목할 케이스를 연구 중이다. 엠파티카의 창업자인 로사린드 피카드는 "현재 엠파티카의 손목밴드를 착용한 우울증 환자들에 대규모 테스트를 진행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Alphabet) 역시 메디컬 웨어러블을 활용한 헬스케어 시장 진입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알파벳의 의학 사업 총괄인 제시카 메가 박사는 "FDA와 가깝게 협력하며 의학 기술을 활용한 기기를 개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소리온 리서치(Soreon Research)는 헬스케어 웨어러블 시장이 2014년 20억 달러(한화 약 2조3천억 원)에서 2020년에는 410억 달러(한화 약 48조4천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더불어 날로 환자의 비중이 늘고 있는 부문인 당뇨, 수면 장애, 비만, 심장혈관 질환 등의 질병 진단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디컬 웨어러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데이터 수집을 위한 고도화된 센서뿐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하는 역량도 갖춰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더불어 모든 기술을 적용한 웨어러블이 실제로 환자의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지를 증명할 광범위한 연구와 테스트 결과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센서는 전반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면에서 모두 우수하다. 하지만 이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의학적으로 사용할 것인지가 성공 제품을 판가름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라고 디지털 헬스 전문가 에릭 토폴 박사가 말했다.
기사, 이미지 출처: REU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