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자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등 주요 언론사들은 롯데 그룹 신동빈 회장의 1,000억 원 규모 펀드와 액셀러레이터 개소 발표를 다루었다. 그 주 내용은, 내년 1월에 청년 창업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롯데 액셀러레이터’라는 이름의 투자 법인을 설립하여 1,000억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것이며, 아울러 신동빈 회장도 그의 자산 100억 원을 출연해 스타트업들에게 초기 자금과 인프라, 멘토링 등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그와 더불어 신 회장은 앞으로 3년간 100개 이상의 우수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필자가 스타트업계에서 약 4년간 국내 재벌그룹의 스타트업계 지원 참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느낀 바는, 주요 그룹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설립이 국내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한 진정한 지원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단지 지원이 아니라 해당 그룹의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와 같은 액셀러레이터 설립 중 많은 경우가 정부의 환심을 사기 위한 창업 장려 프로그램의 일환이거나, 기업 내부 고위 간부를 만족하게 하기 위한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액셀러레이터 설립을 알리는 출범 이벤트를 전 세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를 초청하여 거창하게 하고 나서 실제 후속 활동을 찾아볼 수 없는 경우나, 해당 임원의 교체, 혹은 정부 기조의 변화로 인해 액셀러레이터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들이 있었다.
이번 롯데 액셀러레이터 출시에 대해, 스타트업계로부터 "왜 이제서야? 면세점과 롯데 사태 해결을 바라는 마음인가?", "롯데 임원의 멘토링이라, 무엇을 멘토링 해줄 수 있을지", "뭔가 사재출연이 벌금 내는 것처럼 보임", "기사에는 1,000억 원인데 고작 신동빈 회장의 사재는 1백억 원? 기부도 아닌 투자금 조성 아닌가?" 등 부정적인 반응이 관찰되는 것 역시 그와 같은 과거의 실망스러운 형태가 학습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부정적 반응을 어떻게 타파할 수 있는지를 필자에게 묻는다면, 필자는 무엇보다도 실무 담당자의 스타트업에 대한 시각 변화를 주문할 것이다. 이제 우리 스타트업계에도 많은 경험이 축적되었고, 따라서 기존 기업 담당자가 스타트업을 '잠깐의 이득을 위해 보듬는'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쉽게 알아챌 수 있는 정도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롯데의 발표가 그와 같은 실망스러운 기존의 행태에서 벗어나 기존 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진정으로 '함께' 멋진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파트너로 보아주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번 롯데를 비롯해 현재 액셀러레이터 사업을 진행 중인 모든 기업의 관계자들은 “왜 우리가 액셀러레이터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로부터 어떻게 우리가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1년, 2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과 같은 보다 긴 호흡에서 어떻게 장기적인 '사업'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인지를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해 주시기를 주문하고 싶다.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