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배틀과 함께 비글로벌 서울 2015(beGLOBAL SEOUL 2015)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스타트업 부스다. 직접 부스 디자인과 제작을 담당하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큰 공간에 부스를 하나하나 배치하는 역할은 스튜디오 앳(studio at)의 조민서 실장이 담당하고 있다.
무심한 듯 줄지어 서있는 보이는 부스지만, 들어가는 시간과 땀은 결코 무심하지 않다. 공간 안에 최대한 많은 부스가 많은 관심을 받게 하기 위해 전체적인 레이아웃과 사람들의 동선, 부스의 방향, 간격, 위치, 색상 등에 대한 고민으로 골치 아픈 나날을 보내고 있는 조민서 실장을 만나보자.
공간 디자이너시라고 들었는데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저는 공간 디자이너입니다. 공간 디자이너로서 사람들이 만족하는 공간을 만들어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디자인한다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작게는 펜 하나, 컵 하나에서부터 크게는 건물 전체까지 공간 안의 모든 것을 디자인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현재 다른 네 분의 디자이너와 함께 스튜디오엣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1인 기업처럼 움직이고 있어서 모두 디자인에서부터 운영과 영업까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그럼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매일매일 다른데요, 사람들을 만나서 미팅하고 디자인 구상도 하고 프로그램을 사용해 구현하기도 합니다. 또 현장에 직접 작업을 할 때도 있어요. 공간 디자이너라고 하면 멋있는 모습만 생각하시는데 작업복 입고 머리에 페인트 묻힌 채로 도장도 하고, 몸 쓰는 일도 많이 합니다. 아마 비글로벌 행사장에서 이런 제 모습을 보실 수 있을거에요. (웃음)
그럼 디자이너로써 뿐만이 아니라 사업가로도 활동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두가지 역할을 병행하시는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오히려 혼자 다 하니까 이 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회사에 다닐 때는 고객에게 특화된 디자인을 주고 싶은 제 마음과 달리 회사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니 어려움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일률적으로 찍어내는 디자인을 하게 되고요. 사실 이런 점 때문에 내 사업을 하게 됐고 결과적으로는 이윤보다 결과물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 디자이너로서 힘든 점이 있다면요?
모든 사람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 취향에 맞추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공간 디자인을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사람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변호사 사무실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에 대해 많은 것을 공부해야 해요. 그래서 많은 분야를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는 게 중요합니다. 결국 디자인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잘 파악해서 그 부분을 채워주는 거니까요.
이런 힘든 점이 있음에도 디자이너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면요?
그렇게 디자인을 해 만들어 좋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잠을 자고, 일하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엄청난 보람입니다. 그 성취감과 보람은 중독성이 있어요. 정말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하죠.
이번 비글로벌에서는 전시 기획을 맡으셨는데요. 주로 전시 기획 쪽을 하셨나요?
전시기획이 주는 아니고요, 상업공간 디자인을 주로 했습니다. 카페, 오피스, 호텔, 주거 등 여러 분야를 하죠. 사실 전시 기획을 시작한 곳은 지난해 비론치 2014가 처음이었어요. 다른 공간 디자인과는 또 다른 분야여서 개인적으로도 재미있었고, 반응도 좋아서 비론치를 계기로 전시 쪽도 하게 됐습니다.
전시 기획이 다른 공간 디자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다른 프로젝트는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 그 공간이 유지돼요. 그런데 전시는 그에 비해서 아주 짧은 시간에 끝나죠. 또 짧은 시간 동안 그 공간에서 평소와는 다른 많은 이벤트가 일어나고요. 물론 철거할 때는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피드백도 빠르고요.
이번 비글로벌 기획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저는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전시의 경우는 소외된 부스가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동선을 고려해 계속 사람들의 시선을 끌며 모든 부스에 눈길이 가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행사에서도 부스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다들 나름의 의미를 두고 오시는 이상 부스 간 크기나 화려함의 차이없이 모든 부스가 주목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하려고 합니다.
비글로벌 서울 2015은 지난번 비론치 2014와 비교해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지난해의 경우에는 공간이 좁은 게 가장 아쉬운 점이었어요. 부스도 '기역자'여서 복잡해 보이는 감이 있었죠. 이번에는 좀 더 단순하고 한눈에 확 들어오게 디자인을 해봤어요. 부스 간격도 저번보다 조금 넓혔고요. 그래서 부스에서의 모든 프로세스가 더 빠르고 간단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학교에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학생들을 포함해서 공간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 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많은 학생이 멋있는 모습만 보고 기대와 함께 실무에 들어갔다가 실망하고 포기하더라고요. 하지만 힘든 만큼 나중에 보상받을 수 있는 직업이 디자이너인 것 같아요. 조금 더 장기적으로 보고 일희일비 하지 않으면서 묵묵하게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을 말씀해 주세요.
회사 이름인 스튜디오엣은 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고객에 최적화된 공간을 점점 늘려가자는 취지에서 지어졌어요. 앞으로 점점 저희가 만든 공간에서 활동하고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