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랑을 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남들 앞에서 발표를 꽤 잘하는 편이다. 긴장하지 않고, 아주 편하게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다 하면서 청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많은 사람이 말을 하면서 ‘타고난’ 연예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이들도 간혹 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모르는 점이 하나 있는데 나도 10년 전까지만 해도 무대나 청중 앞에 서면 뱃속에서 나비들이 난리를 치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소심한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솔직히 내 public speaking 실력은 99%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고, 그 노력은 99년도 스탠포드 유학 시절 2학기 연속 수강하였던 Public Speaking 클래스부터 시작되었다. Public Speaking 클래스라고 하면 가장 먼저 “말 잘 못 하는 저능아들이 듣는 수업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지만, 절대 그런 게 아니다. 스탠포드 공대가 배출하는 인재들은 머리는 똑똑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는 “공돌이”들이 대부분이다. 공돌이들은 머리는 좋은데 본인의 생각을 남들한테 전달을 못 해서 항상 비즈니스맨들과 공돌이들은 구분되는데 (주로 비즈니스 하는 애들이 더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번다), 이러한 괴리를 방지하기 위해서 스탠포드 공대에 설립된 수업이다.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3시간 동안 상당히 빡시게 진행되었는데 아직도 그 수업의 tight한 분위기와 긴장되었던 모의 public speaking session들이 실전을 앞둔 날이면 항상 생각난다. 솔직히 나한테 스탠포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을 골라보라고 하면, 노벨 물리학 수상 교수한테 들었던 기초 물리학 수업도 아니고, Netflix 사장 Reed Hastings한테 들었던 세미나도 아니다. 바로 이 public speaking 수업이다. 현재 내가 하는 일과 나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연습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기 때문이다.
Anyways, 그래서 오늘은 public speaking을 잘할 수 있는 tip 11개를 소개한다. 참고로 이 내용은 Guy Kawasaki가 Entrepreneur 잡지에 기고한 글을 많이 참조했다.
1. 재미있는 내용이 아니면 말을 하지 마라.
이 규칙만 잘 지켜도 80%는 성공한다. 뭔가 재미있는 내용이 없으면, 그냥 입 닥치고 집에서 잠이나 자라.
2. Sales pitch를 하지마라.
모든 강연/연설의 목적은 청중을 즐겁게 하기 위함이다. 이 점을 명심하고, 쓸데없이 자기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제품을 팔려는 영업적 목적으로 speech를 하지 마라. 만약 디지털 음악의 미래에 대한 강연에 초청을 받으면 자기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제조하는 MP3 플레이어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말라는 말이다.
3. 청중을 즐겁게 해주는 데 집중해라.
이 점에 대해서는 많은 웅변 전문가들이 동의하지는 않지만, 어찌 되었던 간에 바쁜 사람들을 잡아놓고 그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면, 그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의무가 speaker한테는 있는 거다. 강연이 재미있으면 그 사이사이에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지만, 강연 자체가 재미없으면 게임 오버다.
4.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해라.
한 12년 전에 어떤 강의를 들었는데, 내 나이 또래의 젊은 청중들을 대상으로 어떤 나이 많으신 분이 6.25전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열심히 떠들고 계셨는데, 시작한 지 한 15분 후에 방에 있는 사람들 절반이 나갔다.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강연 시작하자마자 청중들에게 내가 당신들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전달되면 2시간 강연 내내 청중들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5. 옷은 항상 잘 입어라. (Overdress)
반드시 청중들보다 옷을 잘 입어라. 청중들이 츄리닝을 입고 있으면 면바지에 남방을 입고, 청중들이 면바지에 남방을 입고 있으면 양복에 넥타이를 입어라. 청중들이 양복에 타이를 매고 있으면, 더 고급스러운 양복에 타이를 매라. 청중들보다 연설하는 사람이 옷을 후지게 입으면 이건 마치 “당신들보다 나는 더 똑똑하고, 돈이 더 많고, 더 잘난 사람이니까 이렇게 옷을 입은 거다. 꼬으면 출세해라.”라고 말하는 거와 같다.
6. 경쟁사 흉을 보지 마라.
강연하면서 경쟁사 흉을 보면, 이건 강의하는 사람한테 주어진 특권을 남용하는 범죄이다. 바쁜 사람들 붙잡아 놓고 강의하라는 부탁을 받았으면, 강의나 해라. 남 욕하지 말고.
7. 연설하지 말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라.
주제를 잘 설정해서 연설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story telling을 한다고 생각해라. 그 어떤 이야기라도 괜찮다. 어렸을 때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 기억에 남는 고객에 대한 이야기 등. 위대한 연설자들은 관중들과 interactive한 대화를 한다.
8. 강의 전에 청중과 교류하라.
청중들을 조금 더 entertain하고 싶다면, 실제 강연 시간보다 더 일찍 가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이야기를 나누어라. 특히, 맨 앞줄에 앉은 사람들과 많이 교감하면 무대 위에 올라가더라도 친숙한 얼굴들이 보이기 때문에 그다지 긴장하지는 않을 거다.
9. 항상 행사 첫날, 오전 session에 강연을 해라.
잘 아시다시피 재미있는 연설자들과 중요한 speech는 (except for closing speech) 대부분 행사 초반에 있다. 3일 동안 진행되는 행사의 예를 들어보면, 첫째 날 청중의 관심도는 하늘을 찌를듯하고, 출석도 엄청나게 높지만 갈수록 그 수는 낮아지며 마지막 날은 거의 나가리 분위기다. 만약에 선택권이 있다면 (보통 없지…) 항상 행사 첫날, 그것도 오전 session에 강의를 하는 게 훨씬 좋다.
10. 큰 강의실보다는 작은 게 효과적이다.
이거 또한 선택권이 있다면 가장 작은 강의실에서 강연해라. 큰 강의실이라면 대학 강의실 스타일의 방을 선택해라 (책상이랑 의자가 있는). 작지만 꽉 찬 방에서 강연하면 더욱 더 청중과 공감대를 잘 형성할 수 있다. 200명을 수용하는 방에 200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게 1,000명을 수용하는 방에서 500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강연 하는 거 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강연이 끝난 후 청중들 머릿속에서는 “와, 방이 꽉꽉 찰 정도로 인기가 많더라.”라는 인상이 지배적이지 “방이 작아서 그런지 꽉꽉 차더라.”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 거다.
11. Practice, Practice and Practice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 11번째 tip이 가장 쉽고 중요한 점이다. 타고난 speaker들도 연습을 많이 하는 사람은 당할 수 없다. 이런 말이 있다. “Good speakers are born, but great speakers are made.” 아마도 이 말 뒤에는 made by practice and practice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을 거다. 강연할 내용을 최소한 20번은 연습을 해라. 15번 정도 연습을 하면 대략 내용을 외울 수 있을 것이다. 20번을 외우면 틀리지 않고 외울 수 있을 것 이다. 가족이 있다면 가족 앞에서 연습하고, 싱글이라면 개 앞에서 20번 연습을 해라. 개가 없다면 그냥 벽을 보고 연습해라. Practice makes perfect. 이거 이상도 아니고 이거 이하도 아니다.
원문 출처: THE STARTUP BI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