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클래스에게 묻는다! “스타트업에는 일과 라이프의 균형이 있다?없다?”
2013년 0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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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 힘들지 않으세요?"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경력 좀 쌓고 대기업 가려고요."

"스타트업에서 일하다보면 점점 자기 자신의 삶이 없어져서 무력해지지는 않나요?"

사실 스타트업/중소기업/대기업 가릴 것 없이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하는 직원의 입장에서는 어디든 다 힘들다. 상사와 넘쳐나는 업무, 그리고 직원들과의 트러블은 사람사는 곳이라면 있는 것이니까. 다만 스타트업에서 일해서 매력적인 이유는 본 질문(스타트업에는 일과 라이프의 균형이 있다?없다?)에 대해 유연하게 대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비즈니스를 직접 이끌어가야 하는 대표의 입장에서 기술된 논리이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직원, 인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다면 편향적인 목소리인지, 아니면 스타트업의 매력이 바로 '이점'인지는 곧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ulnityou@besuccess.com 이수경기자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균형의 중추점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균형점이 있을 수는 없죠.”

김문수(Smatoos 대표)

크게 3개의 부류에 따라 라이프와 일의 균형에 대한 관점이 서로 다른 것 같습니다.

1. 먼저 CEO의 관점
일과 라이프가 거의 일치합니다. 오히려 업무 외 시간에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하죠. 굳이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2. 간부/리더급의 관점
일을 통해 자기 자신의 커리어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라이프를 통해 휴식을 취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3. 일반직원/구성원의 관점
회사 구성원으로서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큰 과제죠. 또 적절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통해 라이프를 균형 있게 꾸려나갈 수 있는 것 또한 중요하죠.

자아 성찰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부류에 상관없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고찰하고, 왜 이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인지 그 답을 찾아가죠. 일종의 동기부여랄까? 물론 일과 라이프는 구분하여 놀 땐 놀고, 일할 땐 열심히 일하자는 주의도 있습니다. 휴식의 시간까지 일을 가져온다면 늘어지게 되어 오히려 체력을 고갈시키는 상황을 야기하기 때문이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자신이 번아웃되지 않는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자체가 넌센스예요. 적어도 스타트업은 자기가 선택해서 일하는 곳이잖아요.”

문종수(Design Your Life 대표)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개고생을 한다, 자기의 삶은 없다는 편견이 가득하죠. 그런데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을 만나보면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일’에 투자하더군요. 컨설팅하는 친구는 새벽 3시에 퇴근해서 5시에 출근한다고 합니다. 보통 대기업에서 일하려면 아침 7~9시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출근해서 온종일 갑갑한 사무실에 있어야 하잖아요. 그게 더 일과 라이프의 균형이 깨지는 삶이 아닐는지.

오히려 스타트업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죽도록 할 수 있어서 행복한 낙원이 아니겠느냐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은 같이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대표, 직원 가릴 것 없이. 그래서 더욱 더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업무와 책임을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다만, 스타트업이 개인의 커리어를 다 관리해줄 수 없으므로, 알아서 찾아서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더욱 행복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자신이 선택한 것에 스스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또래끼리 가시화된 서비스를 만들어나간다는 건 멋진 일이죠!

그러므로 개인적으로 이 질문이 넌센스라고 봅니다. 스타트업을 하고 있다고 해서 밸런스를 못 맞추는 게 아니라, 재미있으면 일을 더 할 때도 있는 것이고 조금 힘들면 자신의 생체 주기를 챙기면서 빨리 컨디션을 회복하면 되는 것이죠. 


 

 “모든 창의적인 행위는 ‘아이디어’의 영감을 얻기 위한 비즈니스 프레임이라고 볼 수 있죠.”

박재욱(VCNC 대표)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의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라이프와 일의 균형을 찾는 건 물론 가능하죠! 하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단시간에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early stage일수록 그 균형의 접점을 찾는 것은 어려운 것 같아요. 일하느라 밸런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보지 못한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역시 정성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답은 없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일하는 스타일이나 역할이 모두 다르니까요. 개인적인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몰입’의 관점에서 일을 얼마나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창의성이라는 게 술 먹고, 목적 없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나온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영화든, 아웃 스포츠 활동이든 바로 모든 행위와 생각의 펼침이 바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비트윈(Between)이라는 아이디어도 ‘오프라인 관계성을 좋게 만들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쓰면서 들었던 역발상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까요.

의미 없는 활동은 없어요. 의미가 없다면 그 의미 없는 활동에 의미를 만들어나가는 건 온전히 자신의 선택과 몫인 거죠.


 

“자기가 만족할 때까지 한 가지에 올인해봐야 승부수를 띄울 수 있지 않을까요?”

손요한(플래텀 이사)

저는 8년 정도 고리타분한 직장에서 반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8년은 거의 프리랜서로 일했고, 현재는 플래텀에서 이사 겸 편집인으로 있습니다. 수십 년 일하면서 제가 어떠한 상황에서 즐기면서 일하는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죠. 재미도 없고, 밥벌이 이상의 의미가 없으면 그 일에 더 투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요.

지금은 일이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모든 생활이 일 위주로 돌아갈 정도로 즐겁게,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자신의 삶의 균형은 자신이 만족하는 그 순간 그때에 정점을 찍을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이 삶의 만족을 추구한다고 해서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일을 못하면 오히려 내가 만족할 수준으로 끌어올릴 때까지 일만 하는 게 옳지 않을까요? 그때쯤이면 명성과 커리어도 쌓으면서 동시에 균형을 서서히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일에 시달려서는 안 돼요, 자신을 잃어서도 안 되고요. 공간과 사람에 먼저 친해지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양재일(코스믹칼라 대표)

여자친구에게 몇 년째 “일에 휘둘리는 게 안타깝다.”라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초기에 ‘몰두’하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일과 라이프에 균형에 서서히 감을 잡아가고 있다고 봐요.

아마도 그건, 일을 같이하는 사람과 공간이 편안해지는 그 시기부터 시간과 마음의 분배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발휘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개인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회사가 가진 색깔을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삶과 라이프의 중추는 자신이 가져가야죠.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신이 가진 고민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봐야죠. 자신의 삶도 즐기면서 커리어도 착실하게 챙겨가는 이들이 더욱 매력적이지 않을까요?


 

“일과 라이프의 균형은 자신의 선택이죠, 정석이란 건 없어요.”

천계성(Tripvi 대표)

역시 어려운 질문이군요. 그렇다는 건 역시 정석이라는 게 없는 뜻이죠. 균형을 찾으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도, 일에 몰입해서 멋진 작품을 내놓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도, 결국 자신이 선택해서 하는 것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임지훈 대표가 소개해준 Paul Graham의 인용문대로 ‘당분간’은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스타트업은 당신의 직장생활을 가장 짧은 시간으로 압축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냥 평범하게 40년간 일하는 것 대신, 죽도록 4년을 일하는 것이다. 당신이 일하지 않는 시간 동안 경쟁자들이 일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일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마주해야 하는 이 거지 같은 일의 양이 평범한 직장 생활에서 해야 하는 것보다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은, 아마 더 적을 거다; 많아 보이는 이유는 단지 짧은 기간에 압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타트업이 주로 당신으로부터 사는 것은 시간이다."


 

“대표에겐 일=라이프, 직원들에겐 라이프>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최종진(How2Company 대표)

아무래도 자기 소유의 비즈니스를 하는 처지에선 대표들에겐 일이 곧 라이프가 될 확률이 높겠죠. 얼마나 더 버텨내느냐의 이슈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요? 수익을 꾸준히 벌지 못하거나, 혹은 적자가 나면 사업을 지속해야 하느냐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들겠죠. 지치지 않도록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건 대표에겐 없을 것 같은데요?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기로에 있기 때문이죠.

반면, 직원에게 있어선 일과 라이프를 일치하라고 종용하는 것보단 적절하게 그 정점을 찾을 길을 주고 답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치지 않도록 격려하고, 같은 비전을 바라볼 수 있게끔 해주는 것보다 앞으로 무조건 내달리는 게 중요한 건 아니죠. 얼마나 꾸준히, 또 오랫동안 버텨서 이곳에서 살아남느냐가 중요하니까요.


 

“생체주기에 따라 일의 강약을 조절해야죠, 우리는 로봇이 아니니까요.”

하형석(미미박스 대표)

정답은 없으니까 제 경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제가 지금까지 체득한 경험에 의하면 ‘생체주기에 따라 일의 강도’를 조절하는 게 가장 좋더라고요. 한동안은 일에, 또 한동안은 라이프에 집중합니다. 회사에도 성장과 하락이 있듯이, 회사를 움직이는 사람에게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시기와 셔야 하는 시기가 있는 법이죠.

회사를 책임지는 처지에서 일이 늘어지지 않도록 기분과 직감에 따라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라이프에 초점을 맞추면 어느새 일하고 싶어 안달 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친구와 가족들과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땐 또 한동안 휴식기를 가지기도 하죠.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바로 기업가정신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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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기자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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