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Lab Startup Story]혁신이야기 (2), 혁신 기업에 투자하기
2013년 07월 23일

앞서, 혁신이 어떤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설명했다. (혁신이야기 (1),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 혁신)그러면 이제 혁신이 발생하기 직전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아마 이 이야기는 혁신에 관한 이야기보다 더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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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컨데, 필자는 개발에 쏟은 시간보다 수배는 많은 시간을 기업연구에 투자했다. 사실, 필자에게 전산학의 머신러닝 논문을 읽혀봐야 까만것은 잉크고, 흰 것은 종이로 읽히겠지만, 웬만한 수학논문보다 어려운 경제학 논문은 어느정도 읽을 수 있기도 하다. 필자의 연구기간 대다수는 경제학에 투자되었다. 솔직히, 경제나 경영에 관심이 가지게 되었던것은 사실 주식시장,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돈’때문이었다. 그 중 가장 큰 필자의 관심사는 바로 이 것이었다.

 “어떻게 혁신기업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인가”

증권가 찌라시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혁신을 포착해내고, 제때에 투자를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수년간 필자의 머릿 속에 들어있던 질문이었다. 만약 가능하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가, 불가능하다면 왜 불가능 한 것인가.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혁신의 ‘징후’들을 포착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정’이다. 혁신의 방법론을 찾는다면 이전 글에서 소개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책들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이야기에 앞서, 혁신의 세그멘트를 정하고 넘어가야겠다. 사람들은 보통 혁신을 뭉뚱그려이야기하는데, 필자의 의견은 혁신은 정 반대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두가지 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혁신은 공정 혁신과, 제품의 혁신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 공정에서의 혁신은 일반 소비재나 가공업등에서 많이 나타난다. 재고관리를 뛰어나게한다거나, 원자재를 절감한다거나, 공정시간을 단축하는 혁신등이다. 경영학에서의 이론들이나 정통적 혁신방법론이나 테일러를 내세우는 과학적 경영론은 거의 이 분야에 치중되어있다. 경영학교수나 컨설던트들이 활동을 펼칠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90년대 망의 발전이후로 제조업에서 IT로 산업의 정점이 바뀌면서 제조공정에서의 혁신보다 제품의 혁신이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 필자가 이 두개의 혁신을 구분하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 이 두개의 혁신 패러다임이 정 반대의 양상을 띄기때문이다.

물론 이제부터 할 이야기들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추정이며, 검증된 바가 없다는 것을 염두해두고 읽어주셨으면한다.

공정에서의 혁신은 조직체계 내부에서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나타난다는 것이 필자의 가정이다. JIT, 식스시그마 등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장기간의 방향성이 있으며,  뚜렷한 목적성을 지닌다. ‘방법’이 중요하지 ‘목적’은 정해져있다. 누구나 재고가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누구나 원가절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경영학자, 컨설던트가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다.

그러나 IT의 주된 혁신은 단기간이 펼쳐지는 제품 혁신이다. 사회를 변혁한 제품 혁신의 예를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먼저 크리스텐슨 교수가 사랑해 마지않는 그레이엄 벨의 AT&T가 떠오를 것이다. 최근에는 아이폰, 아이패드, 페이스북이 떠오를 것이다. 90년대 문화 혁신의 대명사는 초반엔 서태지와 아이들, 후반엔 해리포터가 떠오를 것이다. 꾸준한 혁신의 대명사로는 구글이 떠오를 것이다. 여기서 경영학자, 컨설던트가 제시하는 방향은 틀린 방향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이 제품혁신과 공정혁신을 분리해야하는 이유이다. VC나 엑셀레이터, (자칭)멘토들도 마찬가지다. 제품의 컨셉레벨에서 VC의 50% 이상이 좋아한다면, 그 아이템은 혁신에 실패한다. 그럼 어떤식으로 제품혁신의 가능성이 있는 제품들을 걸러낼 수 있을까.

가정 1)

뭔가 사업가가 열심히 노력 한 제품이 제품이 많은 투자가들의 외면을 받거나, 전문가들에게서 욕을 열심히 받고 있는 그 제품에 투자를 신중히 검토한다면 – 대박이 날지도 모른다.

앞선 혁신 제품들의 공통점은 “그 어떤 기업/제품도 초반 투자자의 환영을 받지 못하였다.”는 데에 있다.

그레이엄 벨이 자신의 특허를 아무데서도 사주지 않아 열이 뻗친 나머지 자기가 직접 회사를 설립한 이야기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서태지와 아이들 등장할 때에 많은 문화평론가들은 음악같지도 않다며 욕을 해댔으며, 구글은 초창기 하드웨어때문에 펀딩을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아이패드때는 어땠는가. 아이패드가 등장한뒤에 애플 주가가 바로 다음날 폭락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JK롤링은 수많은 출판사에게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왜 그럴까. 필자가 짐작하기에, 전문가들은 기존의 산업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준 사람들로 이루어져있기때문이 아닐까 한다. 예를들어 커피에 관한 원자재전문가라고하면, 날씨가 이렇게 되니까 올해 브라질의 커피생산량은 얼마가 될 것이고, 사람들 기호가 이러니까 원두의 가격이 어느정도 라인에 형성될 것임을 대강이나마 추정할 수 있다. 그러면 이 사람은 전문가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IT업계에서 Next제품을 예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거의 랜덤워크의 방향성인데, 이때에 대다수의 전문가나 제품 분석가들은 주식시장의 차티스트와 비슷한 역할밖엔 안된다. 내년에 유행할 제품을 예측하라니, 이건 원두전문가에게 내년 특정 날짜의 브라질 날씨를 맞추는 것과 마찬가지의 난이도이다. 아니, 오히려 더 어렵다. 전문가는 자신의 틀을 가지고 말을 할 것이고, 이 틀은 과거에 고정되어있기 때문이다. 랜덤워크의 방향성을 찍자면 50%의 확률로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의 틀로 혁신제품을 바라본다면 80%의 확률로 틀리게 나올 것이다 (앞서 셀트리온 유석환 대표님의 ’80%가 아니라고 하면 거의 맞는 길이다’의 발언을 소개했었다)

그렇기때문에 잡스와 같이 통찰력이 있는 사업가 한 명이 뭔가 깊게 팠다면, 그리고 이 제품에 대해 월가 실망했다면 이 제품은 대박이 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제품이란 말이 되어버린다. 아, 물론 많은 전문가의 조사한 똥을 먹어봤더니 실제 똥이더라. 이 경우도 많다. Enjoy at your own risk이다.  사실 이정도의 난이도라면, 수많은 제품군들중 어느 하나정도는 될테이니 그냥 Spray 방식으로 섹터투자를 하는게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자면, 월가는 혁신에 대해 언제나 쓴소리만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혁신제품이 등장했다고 해보자. 월가의 전문가들은 과거 잣대로 제품을 평가할 것이므로, “이게 대체 뭐냐” 는 식의 맹비난을 해댈 것이다. 아이패드때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번엔 아이패드 – 레티나 가 나왔다고 해보자. 월가의 전문가들은 “아이패드 1과 같은 혁신에 한참 모자란다” 라는 맹비난을 해댈 것이다. 그러므로 월가나 여의도 애널리스트의 말은 머릿 속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인생사는데에 도움이 된다.

가정 2)

사업가도, 투자자도 제품의 혁신을 목표로 한다면 다른 사람의 말을 굳이 따를 필요는 없다. 아니, 따라선 안된다.

앞선 가정1) 이 징후에 관하였다면, 이번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설적 주식투자가들이 서로 친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워렌버핏이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방법론을 따른다면? 박경철 원장이 워렌버핏의 투자공식을 따랐다면?. 이들의 투자이론을 살펴보면 매우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 결국 언어로는 설명될 수 없고, 심미안으로만 이해가능한 어떤 투자체계가 있지않나라고 필자같은 범인은 추정할 뿐이다.

코스톨라니도, 워렌 버핏도 월가에 살지 않는다. 심지어 코스톨라니는 0.1%의 경제성장률에 울고 웃는 신문보다 그냥 미술책이나 역사책을 읽는 것이 투자에 더 도움이 된다는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왜 그럴까. 두가지 설명이 가능할 듯 하다. 하나는 이들이 심미안을 가져서 월가에 없어도 흐름이 읽힌다는 가정이고, 두번째 가정은 월가에 없기 때문에 심미안을 깨우칠 수 있었다는 상반되는 가정이다. 어느게 진실인지 알 수 없으며, 둘 다 진실일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진정한 무언가를 이루고자 했을때, 주변의 조언들은 별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성공과 실패에 관한 거의 대부분이 개인의 역량이나 심미안과 같은 기본적 내용에서 결정되며, 주변의 조언은 그것에 10%를 더 얹어주냐 마느냐정도의 싸움이지 않을까하는 추정을 해본다. 물론 개인의 역량이 쌓이는 그 도중엔 주변의 조언이 매우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혁신의 과정에서, 주변의 조언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또한 이 가정이 사실이라면, 개인의 권력에게 의존하는 서양기업이 집단적이고 민주적인 국내 대기업보다 혁신 제품엔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혹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동양의 집단주의 문화에 기반한 대기업의 집단 의사 결정 체계는 실리콘밸리보다 훨씬 민주적이다. 이에 관하여서는 다음에 기회가 있을때 논하고자 한다.

가정 2에 관한 검증은 다음과 같이 할 수 있을듯하다.

당신이 1880년의 미국인이라면, 그레이엄 벨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당신이 2009년의 미국인이라면, 아이패드를 놓고 고민하는 스티브잡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그 누구도 제품에 관한 조언을 하기 힘들 것이다. 1880년에 인큐베이터를 운영하는 VC가 존재했다면 그레이엄 벨은 그 VC에게 문전박대를 당했을 확률이 90%는 될 것이다. 그 어떤 통신회사도 그레이엄 벨의 특허를 사들이지 않았다.

가정 3)

혁신 제품 자체를 포착하기는 힘들어도, 기술의 발전 속도로 제품이 존재하는 산업군을 예측할 수는 있을 것이다.

혁신은 아무데서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필자의 추정이다. 제품에서의 혁신이 일어나려면, 기술적으로 일단 가능해야한다. 그러나 ‘기술 혁신’은 ‘제품 혁신’보다 매우 점진적이다. 황우석박사의 열렬한 팬들에겐 미안하지만, 과학이란 업계에서는, 특전대가 나오는 비디오물처럼 천재 개발자가 괴수를 일주일에 하나씩 만들어낼 수는 없다. 혁신이 일어나기전에 오래전부터 그 기술이란 존재한다. 게다가 그 기술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다. 그레이엄 벨의 전화엔 무려 3명의 동시 발명자가 있었다. 축음기, 백열전구 등 기술은 언제나 동시다발적으로 진화한다. 불은 인류에서 어떻게 발견되었을까.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전 세계 여러 대륙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대 이내에 불을 피우는 법이 동시다발적으로 발명되었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기술혁명의 신기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팩트이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예로들자. 아이폰과 위피가 탑재된 폰과의 다른점은? 사실 사용성이야 말로 할 것 없이 다르지만, 기술적 가능 여부를 따지고보자면 참으로 난감하다. 아이폰으로 만들 것을 위피로 만들기 불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인터넷 되고, 앱 된다. 그러면 아이폰은 앱+써드파티 오픈 API인가? 아이폰 개발 API가 오픈된건 아이폰이 발표된 후로도 시간이 조금 지나서이다. 아니, 그렇다면 윈도우 CE는? 윈도우 모바일은 윈CE이후에도 계속 발전해오고 있지 않았던가. 오히려 오픈 API라면 아이폰이 나오기 5년도 전에 윈도우 CE가 해먹던 시장 아닌가.

따지고보면, 아이폰만의 미칠듯이 ‘이것’이라는 기술이란건 없다. 그러나 아이폰의 기술이 WIN CE와 다르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바일 것이다. 결국 사용성이 핵심일 것이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계속하여 IT산업군에서 지속적으로 폰에게 투자하였고, 그러므로 진화에서의 다른 방향성이 나타났다면 이 제품은 혁신이 된다.

이번엔 드랍박스의 예를 들자. 드랍박스의 기반기술은 무엇일까. 창업자가 밝힌 글로 추정한다면, 드랍박스에 영향을 끼친건 FTP와 같은 파일 공유 시스템, GIT와 같은 소스 컨트롤 시스템, MAC PORT 와 같은 패키지 컨트롤 시스템이다. 만약 세가지 시스템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면,  곧 파일 공유 시스템에 혁신이 올 것임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쉽겠지만 ) 드랍박스의 기획서를 보고, 이 제품이 대박을 칠 수 있으리란것을 알게 되지 않을까?

혁신이 일어나는 산업군은 이미 존재하는 산업군이다. 그레이엄벨 전에도 전보시스템은 존재했고, 드랍박스 전에도 알FTP가 있었지 않은가.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사용성에 기반한다. 그러므로 특허나 논문, 관련제품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어떤 분야가 있다면 이 분야는 계속적으로 주시해야 되는 제품군이 아닐까 한다. 생각해보면 아바타의 성공 이전에 가상현실이나 HCI가 중요하게 다루어졌고, 현재의 바이오인더스트리 직전엔 DNA 시퀀싱 랩들이 출현하였다.

아, 물론 1990년대부터 시작해 소득없이 물러난 카오스이론이나 (그래도 머신러닝->빅데이터로 발전하긴했다) 십여년째 계속 방황하고있는 전자결제 제품군에서 보듯, 언제나 그 분야가 화려한 결과물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님을 염두해두자.

가정 4)

경쟁사가 없고, 마켓사이즈가 불특정하되, 사용성이 높은 제품을 눈여겨보면 어떨까.

혁신 제품은 애시당초 혁신 제품이기때문에 마켓사이즈가 추정 불가능하다. 앞서 설명했지만, 마켓사이즈가 존재한다면 그 제품군에선 결코 혁신제품이 나올 수 없다. (맥킨지가 LG전자에게 스마트폰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를 잊지 말도록하자) 중요한 것은 마켓사이즈가 아니라 마켓사이즈의 미분 값. 즉, 변동성이다.

경쟁사도 마찬가지다. 투자가가 그레이엄벨에게 ‘왜 전보 사업자는 이렇게 좋은 전화를 아직도 상용화하지 않은거죠?’ 라고 물으면 그레이엄벨이 과연 무엇이라고 대답해야될까. “기존 전보 사업자들은 다 멍청하니까요!” 라고 대답해야할까? 스티브잡스와 애플 이사진에게 주주들이 “아이폰 좋다합시다 그래, 근데 왜 노키아에선 이렇게 좋은 제품들을 안만든거죠?” 라고 물으면 뭐라고 해야할까. (물론 국내 모 전자회사에선 경쟁회사가 그 제품을 안한다는 이유로 프로젝트가 접히기도하고, 경쟁사가 한다는 이유로 죽었던 프로젝트가 살아나기도 한다 ) 앞서 말했듯이 혁신제품은 사용성이 핵심이지, 기술이 핵심이 아니다. 기술적 차별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제품군에서 경쟁자는 존재하는데, 제품에서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혁신제품의 요체이다. 드랍박스-FTP, 아이폰-노키아의 휴대폰, 전화-전보 등, 혁신 제품은 기존 제품군을 대신하도록 설계되지만, 그 제품 자체의 경쟁자가 없다.
사실 어찌보면 이 말은 혁신제품이란 말을 다르게 정의한 것임에 지나지 않는다. 애시당초 경쟁자가 있으면 혁신제품도 아니고, 제품이 나왔으니 제품군은 반드시 존재할 터이니 말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필자의 추정은 <제품군을 대체하는 사용성 높은 제품>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심미안을 가지고 있다면, 승리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한다.-by 보통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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