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스타트업이 되는 방법”의 세가지 키워드
2013년 06월 05일

2008년 말 실리콘 밸리. 에버노트의 최고 경영자 필 리빈은 "내일 우리 회사는 문을 닫는다"라는 메일을 전 직원에게 보낸 후, 자리에 앉았다. 에버노트는 그의 세번 째 스타트 업이었으며,  이 전 스타트업들의 공동창업자, 지인들과 함께 한 8번째 도전이기도 하였기에 그는 더욱 가슴이 아팠다. 100년 동안을 지속하는 기업을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벤처에 뛰어든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를 감당해 내기엔 그에게도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메일을 점검하던 필 리빈은 스위스에서 도착한 메일 한 통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을 에버노트의 고객이라 밝힌 발신자는 "이렇게 좋은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며, 혹시 투자가 필요하다면 연락해 달라"며 회신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눈이 번쩍 뜨인 필 리빈은 바로 회신을 보냈고, 결국 50만불을 투자받을 수 있었다. 현재 전세계 5000만명, 한국에선 170만명이 사용하는 노트 어플리케이션 에버노트가 극적으로 회생하는 순간이었다.  이 후, 에버노트는  “당장 돈을 받는 것보다 이용자들이 서비스에 오래 머무르게 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꾸준히 사용하도록 한다면 이용자는 자연스럽게 지갑을 연다”라는 긴 호흡으로 회원들의 신뢰를 쌓아왔고, 결국, 2012년 5월  메리테크 캐피탈(Meritech Capital)과 CBC캐피탈(CBC Capital)이 주도하고 티 로우 프라이스 어소시에이트(T. Rowe Price Associates), 하버 퍼시픽 캐피탈(Harbor Pacific Capital), 알랜 앤 컴퍼니(Allen & Company)를 비롯한 여러 투자가가 참여한 시리즈 D 펀딩을 통해 7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지난 달,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축제 ‘비런치 2013’에서 그는 지난 시절의 시행착오, 노하우와 함께에버노트의 공생과 협력의 비전을 담은  ‘100년 가는 스타트업 만들기’라는 주제의 강연을 펼친 바 있다.(영상 바로가기)  필 리빈은  "100년을 넘기는 스타트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며 "왜 이런 서비스를 내놨는지, 제품을 내놓은 후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라며, 단순한 수익 모델 및 경쟁사들과의 협력과 공생의 전략 등을 강조한 바 있는 데, 본 기사에서는 그의 강연을 관통하는 3가지 핵심 키워드에 대해 집중적으로 정리해 보고, 그것이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 고민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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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긴 호흡으로 본질에 충실 하라 WHY

영어 속담에 "꼬끼리는 절대 잊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똑똑하면서 기억력도 좋다는 뜻에서 꼬끼리를 로고로 삼은 회사가 에버노트다.  인류의 삶에 2번째 뇌를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시작된 에버노트의 기조는 '모든 것을 기억하라'.

재미있게도, 필 리빈은 에버노트라는 그의 3번째 스타트업을 시작하며, 공동 창업자들과 다짐한 사실은 더이상 남들을 위한 수요를 가정하지 말고,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어 보자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정작 본인들의 기억력이 별로 좋치 않았기에, 그들은 스스로 제품의 고객이 될 수 있었으며,

회사의 비전에도 충실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와 같은 회사의 명확한 비전에 충실하고자, 고객들의 구매 보다는 장기간 서비스에 머물도록 하는 데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친다.  리빈 CEO는 "처음에 서비스를 다운로드 받은 이용자는 머무는 시간이 길지만 시간이 지나면 30~40% 수준으로 떨어진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이 늘어 날 수 있도록 꾸준히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람들은 쇼핑을 좋아하지만 하지만 강제로 구매를 했다거나 구매부담을 받는 것을 불쾌해한다"며 "꾸준히 서비스를 개선하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면 이용자는 스스로 지갑을 연다"고 밝혔다.

 

만약, 이들이 스스로 내면의 수요에 입각한 명확한 비전이 세팅되어 있지 않았다면, 이 비전을 위해 긴 호흡으로 고객들과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 없었다면, 오늘날, 전세계의 5000만명의 유저와 7000만 달러의 투자 유치는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2.  조화와 동맹을 통해 단순함을 도출하라 WHAT

대부분의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는 그 경험화 단계에서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를 기획 및 실현의 단계로 발전시켜 나아가는 과정, 즉 체계화, 제작화, 편집화하는 단계에서, 그 본질적인 가치가 희석 되기 마련이다.  특히 당장의 수익성이라는 과제와 함께 마케팅과 광고의 이슈들이 등장하게 되면, 서비스의 본질에 충실한 단순함은 어느새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복잡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을 시장에 런칭하기 마련이다. 수익 모델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에 대해, 필 리빈은  "많은 창업가들의 수익모델은 그들의 서비스보다도 더 복잡한 경우가 많다"며 "수익모델이 복잡하면 해당 부분에 매몰돼 서비스에 대해 집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이 서비스의 본질에 충실한 단순함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개발, 기획, 마케팅 영역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율하며,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명확히 제시하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창업자가 이 프로젝트를 대하는 자세와 진정성, 그리고 스스로가 얼마나 똑똑하고, 대단한지 증명하려는 화술보다는  애티튜드와 정보, 유머 그리고 진심이 화학 결합하여 만들어 내는 “합목적 전달력”, 즉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필요하다. 사실, 자신의 콘텐츠를 듣는 리스너의 수준과 주어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공간과의 화학적 반응을 캐치하며, 명확히 메세지를 전달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도 않으며, 더욱이 책과 이론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스티브잡스와 같은 뛰어난 리더들은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비전에 기반하여  리스너의 비언어적/무의식적 반응들에 대해 입체적으로 대응하며, 화자와 청자와의 정치적 요소들을 고려하며, 전달하고 하는 메세지의 수준과 태도, 화법을 순발력있게 변화하고 대응해 나아가는 데, 훌륭한 표본이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서비스의 단순함을 위한 조화와 동맹이라는 덕목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며, 수 십년에 걸친 진정성있는 노력과 시행착오를 통해 얻게 되는 소중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3. 경쟁사와 공생하고 협력하라 HOW

마지막으로 필 리빈 대표는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도 경쟁을 하지만 만일 서로가 없었으면 다른 서비스가 탄생하거나 발전할 수 없었다"며 "스타트업은 제로섬 게임이 아닌 만큼 경쟁이 아닌 상생과 협력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생과 개방이 가장 강력한 생존의 전략이라는 사실은 이미 역사적, 생태학적으로 증명되어온 사실이다. 납자루 무리는 아주 경제적인 생식 전략을 구사한다고 한다. 암컷 한 마리가 수천개 이상 많은 알을 낳는 대부분의 물고기와는 달리 납자루는 수십개만 낳을 뿐이다. 두꺼운 껍질을 가진 조개 몸속에 알을 낳으면 다른 물고기가 먹을 수 없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납자루와 조개의 공생 전략이다. 납자루가 산란하기 위해 민물조개 가까이 접근하면 조개는 알에서 바로 부화한 자신의 어린 새끼들을 밖으로 내보내, 납자루의 몸이나 지느러미에 붙인다. 자기 자손이 다른 장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남자루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납자루 무리와 민물 조개들이 오랜 세월 동안 성공적으로 종족을 유지해 온 것은 바로 이런 현명한 공생 전략을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

한마리의 포식자가 되어, 외로이 생태계를 군림하며, 먹이 사슬을 지배하는 자들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필리빈이 꿈꾸는 100년의 비전 역시, 전 세계의 스타트업들이 서로 공생하고 협력하며,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며, 함께 진보해 나아가는 세상일 것이다.

 

자, 이제 우리의 100년에 대해 고민해 보자. 당신의 100년은 어떠한가? 그것이 필리빈이 제시한 3가지 키워드일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링크드인의 창업자, 리드 호프먼이 이야기 하였듯,  당신이 인생의 어떤 단계에 있든, 당신이 삶에서 핵심이 되는 한가지 열정을 정확히 포착하려는 시도는 무모하다. 지속적인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들이 세운 가설을 검증함으로써 불확실성을 뚫고 전진하는 사업가들과 같이, 어떤 상황이든, 현실에서 당신이 세운 가설을 검증해 주는 건 계획이 아닌 실행이니, 플랜ABZ를 통해 유연하게 대처하며, 칠흙과 같은 경쟁세계에서 자신만의 북극성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자.

어쩌면, 위인들이 이야기하는 내면의 목소리와 심오한 자기 성찰은,  실수하고 실패하더라도, 하루, 하루 열정과 헌신적인 자세로 새롭게 시도하는 자신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하는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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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종은 연쇄 창업자로, KBEAT의 공동창업자이자 CXO. 스타트업을 위한 초기투자 심사역 및 엑셀러레이터로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디지털 콘텐츠 및 뉴미디어 플랫폼 영역의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연세대학교, SKP,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의 멘토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06년 런던 영화학교를 졸업했고, 2011년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walterlee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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