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들도 멍청하다
2012년 11월 05일

힘들게 개발한 제품을 여러 VC들한테 보여줬는데 모두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유명한 VC가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면 창업자 대부분은 낙심하면서 포기하던지 아니면 전략을 완전히 바꾸고 pivot한다. 하지만, 소수의 용감한 이들은 신념을 갖고 계속 밀어붙인다. 어떤게 맞는 걸까?

대부분의 VC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일반적으로 창업자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다수결이 옳을까, 내가 옳을까? 투자자 다수가 고개를 저으면 사업 여부를 재고해야 하나, 아니면 소신껏 추진해야 하나? 솔직히 답은 없다. 적중률 100% 증권 분석가가 없듯이 세상 어디에도 미래를 훤히 바라보는 족집게 도사는 없다.

나도 투자를 하고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데 지금까지 나는 성공적인 투자보다는 실패한 투자를 훨씬 더 많이 했다. 그리고 이건 비단 나만 그런게 아니라 아무리 유명하고 존경받는 VC라도 성공한 투자 한 건 대비 실패한 투자가 많게는 20건 이상 있다. 내가 존경하는 투자자인 Vinod Khosla는 실리콘 밸리 미다스의 손이라는 호칭까지 받을 정도로 지금까지 성공적인 투자를 많이 했다. 하지만 실패한 투자가 더 많았다고 자인한다. 아무리 유명한 VC라도 신이 아닌 이상 항상 홈런을 칠 수는 없다. 성공적인 투자를 할 확률은 5%일 뿐이다. 즉, 성공을 확신하고 투자한 벤처가 망하기도 하고, 싹수가 노래서 투자를 하지 않은 벤처가 엄청나게 성공하기도 한다.

관련해서 몇가지 사례를 보자:
Airbnb – 에어비앤비는 온라인 민박 중개 서비스로 창업 4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현재 밸류에이션은 무려 25억 달러가 넘는다. 실리콘 밸리 최고 VC들 – Y Combinator, Sequoia Capital, Andreessen Horowitz – 이 투자했고 현재 Peter Thiel이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하지만 Airbnb도 창업 초기에는 대부분의 VC가 퇴짜를 놨다. 특히 동부 최고의 VC인 Fred Wilson조차 에어비앤비 창업 초기에 투자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블로그를 통해서 공개적으로 후회한적도 있다.

Google – 구글도 초기에는 VC들이 눈길도 주지 않았다. 다음은 Bessemer Venture Partners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David Cowan의 구글 관련 유명한 일화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창업 초창기에 코완의 친구 집 차고를 임대해서 사무실로 쓰고 있었다. 하루는 코완이 친구 집에 놀러 왔고, 친구는 구글의 창업팀을 소개하려고 했다.

친구: 우리 집 차고에서 일하는 스탠퍼드 학생 두 명이 있는데 만나볼래? 검색 엔진 만든대.
코완: 학생? 검색 엔진?(1999년 당시 웹 검색 엔진의 왕은 알타비스타였다)
코완: 차고를 지나지 않고 이 집에서 가장 빨리 나가는 길은 어디지? (=그런 싹수가 노란 애들 얼굴 마주치기도 싫어)

요즘도 데이비드 코완은 투자 요청하는 회사가 어수룩해 보이면 구글 일화를 다시 떠올린다고 한다.

Color – 에어비앤비와 구글과는 반대로 많은 VC들이 확신을 하고 투자했지만 무참하게 실패한 사례이다. 컬러는 제품도 내기 전에 이미 Sequoia를 비롯한 유수의 창투사로부터 4,100만 달러를 유치했다. 그러나 제품의 치명적인 버그와 팀 불화 탓으로 창업팀이 공중분해 됐다. 덕분에 Wall Street Journal의 2011년 최악의 스타트업 실패로 선정되기도 했다.
*참고로 컬러는 최근 애플한테 수천만 달러에 (추정) 인수되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창업자가 VC의 판단으로 중간에 포기하는 것은, 어쩌면 애초부터 자신이 없어서 VC의 말을 듣고 소신을 접은 것인지도 모른다. 본인의 확신 없음을 VC가 인정해줘서 안도했을지도 모른다. 그냥 소신 있게 비즈니스를 했다면 지금쯤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스타트업 바이블2: 계명 14 – VC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를 잘 읽고 VC의 말을 맹신하지 말고, 결단은 소신 있게 하라. 당신이 제2의 에어비앤비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제2의 컬러가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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