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스타트업이 공통적으로 하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인재 구하기’인 것 같다. 창업을 하려면 2PM(People, Product, Money)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마땅히 사람을 찾을 곳이 없다는 하소연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고벤처 모임과 스타트업 위켄드에서도 노골적으로 “같이 일할 사람을 구하러 왔다.”며 자기소개를 하시는 분도 있다. 최근에는 동업자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된 행사도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때문에 스타트업 채용 소식을 공유하는 카페나 온라인 공간들이 급하게 생겨났는데 현재는 페이스북의 I want you for startup 이라는 그룹이 가장 활성화되어 있다. beSUCCESS도 메일로 채용 홍보를 요청해오는 분들이 있어서 매주 월요일마다 [이주의 스타트업 구인]코너를 통해 소식을 발행하고 있다.
IT스타트업 산업이 활성화된 외국의 경우에는 이미 IT스타트업 채용만을 위한 서비스들이 있다.
CrunchBase TechCrunch에서 운영하는 오픈 스타트업 DB이다. 현재 10만 개의 스타트업과 13만 명의 인재들의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
Creww 일본에서 출시한 서비스로 일어, 영어, 한국어, 중국어를 지원한다. 스타트업의 기업 정보와 서비스 소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채용소식은 물론 투자자가 기업을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보여주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한 서비스다. 얼마 전 beSUCCESS에서 소개한 바 있다.
AngelList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매칭시켜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사이트로 기업의 기본 정보, 서비스 소개, 투자단계 등의 정보가 타임라인 기반으로 보여진다. 가입된 사람들 간에 SNS 기능을 넣어 특정 기업을 follow하게 되었을 때, 새로운 소식들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어서 투자자들이 많은 스타트업들을 어장관리(?)하기에 좋다.
Startup Life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전용 채용 플랫폼이다.
위의 서비스들이 모두 약간씩 다른 형태를 가지는 것은 각 지역과 문화권마다 규모와 상황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IT스타트업이 사람인이나 잡코리아, 인크루트와 같은 기존의 채용 플랫폼을 통해서 사람을 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방법이다. 첫째, 일반 채용 플랫폼에 올려져있는 스타트업의 채용 공고는 너무나 초라해 보인다. 대기업의 채용 공고에 비해 복지, 임금 등의 단편적인 스펙만 놓고 비교해 보았을 때 스타트업이 지닌 가치를 표현해내지 못한다. 둘째, 지원자들의 대부분이 이력서를 100통씩 돌려서 넣는 워너비 직장인들이다. 스타트업에서는 워너비 창업자를 더 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타트업과 함께 하는 멤버들은 한 명 한 명이 중요한데 무작위 지원을 하는 사람 중에서 힘든 역경을 오래 버텨나갈 팀원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IT 스타트업을 위한 전용 플랫폼이 나왔다. 무려 두 개가 동시에 나왔다. VENSTER와RocketPun.ch이다.
두 팀 모두 인재를 찾으려고 할 때 적절한 플랫폼이 없는 것을 몸소 경험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비스를 준비했다고 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두 서비스 모두 페이스북의 COO 쉐릴 샌드버그가 스타트업을 로켓에 비유한 것을 그대로 인용해 브랜드화 했다는 것이다. VENSTER는 “VENTURE+BOOSTER”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RocketPun.ch는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스타트업 로켓에 올라타라”는 의미이다.
나는 당시 막 CEO가 된 에릭 슈미트와 마주 앉았다. 그리고 내가 정리한 내 잡오퍼를 담은 스프레드시트를 그에게 보여주며 구글이 제시한 포지션이 내 기준에는 하나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내 스프레드시트에 손을 올리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멍청한 소리 하지 마세요.(Don't be an idiot)" 훌륭한 커리어조언이었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로켓에 올라타세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 때에는 많은 충격이 있고 커리어는 알아서 성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회사의 미션이 별로 얘기가 안될 때에는 정체와 사내정치가 시작됩니다. 로켓에 자리가 나면 그 자리가 어디 위치했는지 따지지 마세요. 우선 올라타세요." (출처 : http://estima.wordpress.com/2012/05/28/sheryl/)
물론 약간의 차이점도 있다. RocketPun.ch의 Pristone팀은 먼저 간단한 블로그형 웹사이트에 게시글 형식으로 채용공고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해 몇 차례 리뉴얼을 거듭하면서 제 모습을 찾아나가고 있다. I want you for startup 그룹에 있는 모든 공고를 가져와서 게시하는 수고를 직접 하는 것은 물론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벤스터 팀은 아주 장기적인 목적을 가지고 준비했다고 한다. 스타트업에게 적합한 인재를 찾아주는 시스템은 다른 조직에도 활용할 수 있는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업들의 기존 조직들도 벤처의 조직처럼 바뀔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론칭 직후인 지금은 1주일에 한 개의 스타트업만 소개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VENSTER의 김범섭 대표와 RocketPun.ch의 신범준 마케팅팀장의 답변을 통해 들어보도록 하자.
- 다른 구인 구직 사이트가 아닌, IT스타트업 전용의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VEN : 전 스타트업의 성공 요소를 right time, right people, right money 라고 생각하는데요. 타이밍은 창업멤버들의 인사이트와 시장의 흐름에 따라 결정되고, 자본은 벤처캐피탈이 있습니다. 이제 사람에 대한 문제를 벤스터가 해결해준다면 스타트업의 성공가능성은 높아질 것입니다.
Rok : 잡코리아, 인크루트가 스타트업들(구인자)와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구직자) 양쪽의 원하는 것들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이랑 다릅니다. 단순히, 연봉과 사무실 장소보다는 스타트업의 '아이템' 혹은 '멤버'들에 더욱 더 관심을 갖습니다. 스타트업 또한 출중한 능력을 가진 회사랑 계속 같이갈 인재를 찾고있구요. 그래서, 양 쪽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 스타트업과 인재를 연결시키는 데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VEN : 우선 큰 문제로 서로의 눈높이가 맞지 않습니다. 벤처는 낮은 연봉, 높은 업무 강도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도 불구하고 슈퍼인재를 찾습니다. 반대로 구직자들은 대기업에선 인턴, 신입사원이어도 벤처에 가면 임원이 되어 많은 스톡옵션을 받을 거라 예상합니다. 그래서 서로의 눈높이를 맞춰줄 필요가 있습니다. 벤처입장에서는 반드시 지금 그리고 모든 면에서 슈퍼인재가 아니어도, 그 사람의 잠재력을 보고 조직 내에서 다른 능력들을 보완해주어야 합니다. 모든 면에서 슈퍼인재가 왜 우리 회사로 들어오는 선택을 해야 하는지 거꾸로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특정 부분에서 부족한 인재들을 슈퍼인재로 길러낼 수 있는 능력이 그 조직의 경쟁력입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커리어를 쌓는다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 벤처에 입사하는 사람들은 벤처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무리한 연봉과 지분을 바라기보다는 이곳에서 얻는 최고의 가치는 경험이다라는 자세가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본인이 직접 창업을 하거나 창업멤버로 갈 때 자연스럽게 원하는 조건을 제안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성공한 벤처에 있었다는 커리어는 대기업에서 빠르게 승진한 커리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값집니다.
데이터 관리의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스타트업의 직군이 체계화되지 않은 것이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어려운 문제입니다. 대기업의 업무는 일정 정도 규정이 되어 분류가 가능한데, 스타트업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포지셔닝을 맡기도 하고. 정확히 어떤 포지셔닝을 맡았다고 얘기하기 어려운 업무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이걸 데이터로 만들어 매칭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타트업의 직군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매우 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 같습니다.
- 서비스가 잘 활용되었을 때 벤처 생태계에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VEN : 우선 right time right people 을 통해 벤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현재 벤처 열기가 거품인지 아닌지는 2~3년 뒤 성공한 벤처가 얼마나 많이 나오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그 때 거품이 아닌 것이 입증되면 더욱 많은 관심과 자원이 몰릴 것이고, 거품이란 인식이 퍼지면 몇 년 전처럼 다시 벤처 열기가 식겠지요.
벤스터가 잘 활용되면 벤처의 성공케이스가 늘어나고, 그래서 다시 벤처 자원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Rok : 정말 좋은 로켓(스타트업)에 정말 뛰어난 탑승자(구직자)가 로켓펀치를 통해서 탑승한다. 그리고, 능력이 출중한 멤버를 만난 스타트업이 덕분에 큰 성공을 거둔다. 그것이 저희가 가장 바라는 것이고 벤처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줄거 같습니다.
- 해외에는 유사한 서비스들이 있는데 한국 벤처 생태계에 localization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필요한가요?
VEN : 한국에서는 좀 더 많은 노가다가 필요합니다. ^^ 이건 미국의 그루폰과 한국 티몬의 차이와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미국 그루폰은 텍스트 중심의 식당 정보만 올라와 있는 반면, 한국의 티몬은 수많은 사진과 편집을 동원한 컨텐츠 중심이거든요. 한국 사람들이 인터넷 정보에 있어서는 훨씬 까다로운 것 같습니다.
- 어떻게 이 서비스를 계속해서 이어나가실 계획인신가요?
VEN : 서비스를 준비하여 벤처 대표님들을 많이 만나보았습니다. 그 때 거의 모든 대표님들이 적합한 사람들만 뽑아주면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만큼 사람이 절실한 것이죠.
그럼 어떤 방식으로 비용을 산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데요. 헤드헌터처럼 채용된 인력 연봉의 몇 %를 수수료로 받는 방식, 인크루트와 같은 채용광고 방식, 링크드인과 같은 인재검색과 커뮤니케이션에 비용을 매기는 방식이 있습니다. 올해까지는 수익 모델에 대해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사업의 스케일 문제를 언급하자면, 전 벤처 채용 시스템이 벤처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벤스터는 우선 벤처의 인력난 문제를 해결합니다. 벤스터가 이 문제를 잘 해결하면 벤스터는 벤처에게 적합한 인력을 뽑아주는 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벤처에게 적합한 인력을 뽑아주는 시스템은 벤처와 비슷한 조직의 인력을 뽑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신규사업 부서 등이 있구요. 더 나아가서 벤처라는 조직 형태 자체가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들면, 대기업의 기존 조직들도 벤처와 같은 형태로 조직을 구성할 것이고, 벤처의 조직형태가 일반화되는 만큼 벤스터의 시장은 커질 것입니다. 요즘 대기업들이 벤처 경험을 한 인재들을 선호하는 것이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봅니다.
Rok : 현재 단계에선 학교 동아리후배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회사의 적은 개발 리소스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큰 비용이 들지않아 수익고민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회공헌 차원에서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개선시켜 스타트업의 이 불편함을 해결할 때까지 이 프로젝트는 진행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분들의 피드백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