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에서 엔가젯 편집장, 그리고 아웃라인 설립까지 -어느 미디어 스타트업 대표의 파란만장한 신화
조슈아 라이언 토폴스키(Joshua Ryan Topolsky),
그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대략 2007년에서 2008년 사이다. 2004년에 생긴 테크놀로지 뉴스와 리뷰를 다루는 '엔가젯'(Engadget, 한국어 서비스도 잠시 선보였던 적 있는...)의 편집장을 맡으며 대외적인 신뢰를 쌓던 그는 지미 팰런(Jimmy Fallon)의 토크쇼에 테크 관련 리포터로 등장하며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졌다. 어딜 가나 방송에 나오면 인지도가 쌓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미 팰런의 토크쇼가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며 성장하는 덕분에 조슈아 역시 자신의 이름을 미국 전역에 알릴 수 있었다. 이는 엔가젯의 탄탄한 신뢰도와 시너지 작용을 했고, 여기에 그의 음악 경력이 붙어 그는 더욱 독특한 이미지를 지니게 되었다. 그는 1997년 전후부터 2005년 전후까지 트랜스 음악 DJ/프로듀서로 활동했다. 50만 장이 넘게 팔린 앨범에 참여하는가 하면, 영국 소니 레이블(소니는 예나 지금이나 세계 3대 대형 레이블 중 하나로 꼽힌다)의 이름으로 음악을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차트 29위도 경험했고, '!!!'(발음은 chkchkchk이다)과 같은 멋진 밴드의 프로덕션을 맡은 적도 있다. 이러한 검증된 음악 경력은 그의 감각을 신뢰하게 만드는 발판이 되었다.
조슈아가 엔가젯에서 커리어를 유지했다면, 지금과 같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당시 엔가젯은 광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온라인 콘텐츠를 생산해온 기업 에이오엘(AOL) 아래에 있는 주목 받는 신생 IT미디어였다. 그때 당시 에이오엘 산하에 있던 많은 블로그나 미디어 중에서도 규모로는 가장 큰 축에 속했다.
그는 엔가젯을 나와 새로 매체를 만들었으니 그것이 '더 버지'(The Verge)다. 더 버지는 조슈아처럼 어느 정도 팬덤을 지닌 이들이 모여 만들었기에 초반부터 빠른 관심을 모았다. 런칭과 동시에 순 방문자 4백 만, 페이지 뷰 2천 만을 기록했을 정도다. 이러한 기록적인 수치를 바탕으로 더 버지는 광고 수익을 얻는 것은 물론 깊이 있는 기사, 팟캐스트, 엔터테인먼트 쇼 등 멀티 포맷을 구축했고 이후 더 버지의 전신이 된 복스 미디어(Vox Media)의 성장과 함께 긴 시간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었다. 이미 형성되어 있던 IT 미디어 시장에 그들이 비교적 후발주자였음에도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조슈아를 비롯한 여러 구성원의 인기가 컸다는 분석이 많다.
이후 조슈아는 갑자기 더 버지의 편집장직을 그만두고 블룸버그(Bloomberg)로 이적을 한다. 긴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 꾸준히 미디어 업계에서 규모와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옮겼기 때문에 그의 움직임은 당시 많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몇 차례 자랑한 바 있지만, 그는 실제로 복스 미디어와 더 버지를 만들었고,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복스는 한때 뉴미디어 중 최초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를 단독으로 인터뷰했고, 백악관 기자실에 입성하는 등 높은 인정과 성과를 보였다. 그만큼 조슈아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블룸버그는 새 벤처 사업 등을 발전시키고 끌어갈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블룸버그에서 나온다. 결론적으로는 그와 맞지 않았고, 그의 기획 등은 블룸버그에서 실현되기 힘들었다고 한다.
이후 그가 새로 설립한 것이 바로 '아웃라인'(The Outline)이다. 아웃라인은 복스 이후 그의 넓어진 시각을 제대로 보여주는 미디어다. 2015년 12월에 처음 런칭한 뒤 조슈아는 직접 투자자를 찾아 다녔으며 여러 벤처 캐피탈로부터 한화 50억 정도의 투자를 받았다. 이전부터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잠재력을 주장했던 조슈아는 아웃라인을 통해 깊이 있는 기사, 세련된 프레임과 비주얼 디렉팅, 흥미로운 인터페이스 등을 선보이며(인터페이스는 모바일에서 더욱 잘 맛볼 수 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 (본인은 기성언론에 적응하지 못하였으나)기성 언론사의 기자 뿐만 아니라 자신이 몸담았던 복스를 비롯해 바이스(Vice), 버즈피드(Buzzfeed) 등 핫한 미디어에서 인력을 수급하는 등 저널리즘과 뉴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빠른 인재들로 아웃라인을 채우고 있다.
아웃라인은 배너 광고가 아닌 10~12개 정도의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브랜디드 컨텐츠로 수익을 내고 있다. 아웃라인만의 독특한 디자인과 내용을 통해 나가게 되므로 어쩌면 아웃라인의 포맷 자체가 하나의 메리트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이번에도 역시 조슈아의 인지도는 먹혔다. 개업하자마자 캐딜락(Cadillac), 언더 아머(Under Armour)와 같은 대기업 클라이언트를 유치한 것이다. 조슈아는 여전히 자신의 인지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내가 제일 잘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