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스타트업, 저널리즘과 묶어서 - 하나, 지금까지의 저널리즘은 잊어라
얼마 전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에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해당 링크를 통해 볼 수 있다. (미디어오늘 기사 - 청와대 기자들이 뉴미디어비서관실에 뿔난 이유) 그러나 이에 반하는 움직임이 생겼다. 청와대에 상주하는 기자단을 해체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등장했고 (링크), 이 기사를 쓰는 현재, 3만 명이 넘는 사람이 동의했다. 이와 관련한 미디어오늘의 기사를 링크로 볼 수 있다. (미디어오늘 기사 - 청와대 기자단 해체 청원글 폭주, 뜨거운 감자 떠올랐다)
링크를 누르기 귀찮은 분들을 위해 아주 거칠게 요약하자면,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을 이야기하자면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채널을 열고 활용한 것에 있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꾸준히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와 관련한 일정이나 인물을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맞이를 위한 캠프 험프리스 방문이나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아세안 회의 등 여러 행사를 중계해왔다. 이에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취재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며 미리 공지하라고 하거나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제이티비씨JTBC 소셜 라이브에서 ‘청와대 라이브 중계는 언론이 아니다’로 해명했지만, 함께 출연한 JTBC의 이성대 기자는 ‘언론이 접하기 어려운 인물이 나오면 기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동아일보와 조선비즈는 청와대가 내놓는 콘텐츠를 경쟁 대상으로 생각하는 어처구니없는 기사를 내놓았다. 아마 지금의 변화한 환경에서 목소리 크기로 밀릴 것 같다는 불안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청와대의 집단사고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청와대의 생중계를 보면서 그걸 주체사상처럼 받아들일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이는 ‘출입 기자’라는 자리에 담은, 기존 언론이 가진 기득권 인식과 서비스 수용자를 낮게 보는 인식이 모두 드러나는 기사다. 기성 언론이 이렇게 견제하는 이유 중 하나는 프레임의 소멸 때문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직접, 실시간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그들의 프레임으로 해석하고 편집해서 다시 내놓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목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1차 자료다. 청와대의 생중계와 언론이 경쟁할 이유는 전혀 없다. 청와대의 생중계는 언론이 아니며, 일종의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지 그것을 ‘빼앗겼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공기관의 채널과 언론을 스스로 동일시하는 희안한 사고다.
청와대 역시 노출에 있어서 꺼리는 것이 없어야 할 것이다. 복스Vox는 설립 1년 만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직 당시 1:1 인터뷰를 성사시킨 바 있다. 버즈피드Buzzfeed 또한 백악관 출입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복스가 대통령을 인터뷰하고 버즈피드가 백악관에 입성한 것은 한국의 언론들이 과연 얼마나 곱게 바라볼지 궁금하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사전 예고 따위 우습게 여기듯 실시간으로 트윗을 한다. 그러면 한국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 것인지 궁금하다. 농담이지만, 여기에는 어느 정도 진심도 담겨 있다.
독자와 기자가 바라보는 저널리즘은 차이가 크다. 저널리즘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기자는 그렇지 않다. 독자는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빠르게 적응하고 있지만 기자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기자에게 과거 저널리즘이 지닌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탐사, 취재라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더욱 강조되고 또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잊지 말자. 바이스Vice의 탐사 보도는 어지간한 대형 매체, 강한 전통을 지닌 기존 매체보다 훨씬 낫고, 나우디스NowThis나 쿼츠Quartz는 깊이와 섬세함을 동시에 유지하며 시사 문제를 다루는가 하면, 그것을 이해하기 쉽게 선보인다.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사랑을 받는다 하여 그 내용도, 준비도 가벼워서는 결코 경쟁력을 지닐 수 없다. 이제는 데이터 저널리즘, 알고리즘 저널리즘이 생겨나는 가운데 인간 기자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면 답은 의외로 쉽게 나온다. 그들이 할 수 없는 걸 해야 한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지면을 통해 이야기하기로 한다.
재미있게도 문제가 되었던 JTBC의 소셜 라이브 역시 뉴미디어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 저널리즘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은 기사 하나도 어떻게, 언제 노출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소셜 라이브는 뉴스룸이 끝난 뒤 진행되며, 뉴스룸 끝에 항상 이 사실을 손석희 앵커가 언급한다. 더하여 수많은 어뷰징 기사와 보도자료를 베껴 쓴 기사가 여전히 많은가 하면, 취재가 아닌 머릿속 신념으로 가짜 기사를 쓰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검색 알고리즘, 포털 메인 관리, SNS 알고리즘 등 여러 가지 사안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기사라는 콘텐츠 그 자체도, 그것을 만들고 또 꾸려 나가는 방향이 정말 중요하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뉴 미디어와 기술, 그리고 미디어 스타트업 세 가지의 관계를 좀 더 풀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