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500스타트업(500 Startups)’은 일 년에 4번 전 세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배치(Batch)를 진행한다. 그들이 선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최근 진행된 배치에는 2,200개의 스타트업이 지원했고 그 중 1.9%인 42개가 선정됐다. 전체 지원 스타트업의 3~4%가 선정되던 예년에 비해 경쟁률이 높아진 셈이다.
비석세스는 8월 16일 한국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인(Elizabeth Yin) 500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총괄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2011년 자신이 창업한 런치빗(LaunchBit)으로 500스타트업 배치 2에 선정되었고 3년 후인 2014년 9월 바이셀애드(BuySellAds)에 회사를 매각했다. 2014년 500스타트업에 합류한 이래로 마운틴뷰(Mountain view) 지역 액셀러레이터 총괄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배치 스타트업 선정 시 가장 중요한 건 '성과'
현재의 500스타트업 배치 프로그램은 설립 초기와 달리 성과를 집중적으로 검토해 대상을 선정합니다.
그는 이번에 선정된 42개 스타트업 가운데 몇몇은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 이상의 연간 매출을 예상하고 있고, 대부분은 초기 투자를 유치한 상태에서 500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배치 프로그램의 온라인 지원 양식을 보더라도 활성사용자, 사용자 유입 변동률, 채널별 사용자 유치 비율, 매출 총 이익, 월별 수익, 월별 운영 비용, 누적 투자유치금액 등을 묻고 있는 등 성과를 중시하는 500스타트업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가 제조 전 단계의 하드웨어 스타트업이나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외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핀테크나 헬스케어 등의 분야는 법률적인 제약을 고려해 별도의 방식으로 평가되는데, 예를 들면 스타트업이 법률적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향후 어떻게 사업을 이끌어갈지를 평가하는 식이다.
사용자 유치에 관한 전문 코칭이 특장점
엘리자베스 인은 500스타트업의 가장 특화된 장점으로 사용자 유치에 관한 코칭을 꼽았다. 이는 그들이 배치 팀을 선정할 때 무엇보다도 ‘성과’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칭을 전문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실험 과정이 필요한데, 스타트업이 일정 고객 기반을 갖추고 실제 매출을 내야만 이러한 실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스타트업은 보통 투자나 코칭에 대한 기대가 있어요. 대부분의 창업자나 공동창업자는 마케팅이나 영업 출신이 아니기에 이러한 지원은 스타트업에 큰 도움이 됩니다.
엘리자베스 인이 말하는 500스타트업 코칭의 목표는 스타트업의 빠른 사용자 증대다. 500스타트업은 리프트(Lyft), 훌루(Hulu) 등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고속 성장을 달성한 기업의 전문가를 스타트업과 1:1로 연결되도록 주선한다. 배정된 전문가는 각각의 스타트업 단계와 상황에 맞춰 조언과 실험을 병행한다. 사용자 유치를 위해 어떤 채널을 활용하고, 파트너십, 광고, 프로모션은 어떤 방식이 적합하며 사용자의 재구매율(retention)이나 고객평생가치(Lifetime Value)를 높일 방법은 무엇인지 등이다.
미국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인 한국 스타트업의 지원 바라
500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온라인 지원, 지원서 검토, 인터뷰, 추가 인터뷰 순으로 진행된다. 제출한 지원서를 반복해서 업데이트 할 수 있고 재지원도 가능하다. 엘리자베스 인은 접수된 모든 지원서를 하나하나 살펴본 후 각각의 전문가에게 분배한다. 기업 간 거래(B2B) 소프트웨어 사업이라면 B2B 투자를 담당하는 로버트 니버트(Robert Neivert) 벤처파트너에게, 컨슈머 서비스라면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그때부터는 지정된 파트너가 해당 스타트업의 담당자가 되어 사업 전반에 대해 조언한다.
엘리자베스 인은 500스타트업 파트너의 조언을 실제 사업에 반영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물류 서비스 스타트업 시포(Shippo)를 꼽았다. 벤처캐피털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시포도 처음 배치에 지원할 당시에는 하나의 비즈니스라고 하기 어려운 많은 아이디어가 복잡하게 얽힌 상태였다. 500스타트업은 시포의 창업자에게 하나의 문제점에 집중해 매출 목표를 달성하라고 조언했다. 이후 그 창업자는 여러 기능을 담고 있던 초기 버전을 수정해 핵심 기능인 물류 API만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했고 매출에서 단기간에 큰 성장을 보여 500스타트업 배치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
500스타트업의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어 미국 시장으로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에 최적의 선택이 될 거예요. 특히, 개인적으로 진행한다면 많은 시간이 걸릴 미국 내 네트워크로의 진입을 단기간에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배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구축한 스타트업 네트워크, 고용을 통해 확보한 시장 전문가, 데모데이 등의 행사로 연결 가능한 100명 이상의 투자자 네트워크를 통합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현재 500스타트업은 10월 24일 시작되는 샌프란시스코 마운틴뷰 배치 19 프로그램에 참여할 스타트업을 모집하고 있다. 지원 마감은 9월 30일 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