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국내 스타트업계를 들썩이게 만든 반가운 이야기 하나가 들려왔다. 국내 기업 파이브락스(5ROCKS)가 미국 최대 모바일 광고 플랫폼 탭조이(Tabjoy)에 인수됐다는 소식이었다.
이번 인수 건으로 매체들은 한국 스타트업계의 'M&A 잭팟'이 터졌다고 표현하며, 그간 서비스 스타트업에 가려 있었던 테크 스타트업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유로 두 기업은 M&A를 결정하게 된 것일까.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파이브락스 이창수 대표를 만나봤다.
- 인수 소식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예, 정말 감사합니다.
- 작년까지만 해도 레스토랑 예약 앱인 '포잉'을 잘 운영하고 계셨는데, 갑자기 매각하신 뒤 '파이브락스'에 전념하시길래 좀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그 사업 전환 과정에 대한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포잉을 매각한 게 작년 12월이니까, 사실 얼마 안됐는데 왠지 5년 정도는 흐른 느낌적인 느낌이 드네요.(웃음) 제작년 크리스마스 때 포잉 예약이 폭주해서 이대로 가면 정말 성공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2012년 12월이었는데, 2013년 1월 달부터 게임 회사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저희가 만든 어드민에 대해 게임 회사 측의 수요가 많다는 걸 알게 됐죠. 그 때 긍정적인 피드백을 굉장히 많이 받게 되면서 게임 분야에도 시장 기회가 있다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됐습니다.
- 당시에는 좀 의아한 면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굉장히 성공적인 판단을 내리셨던 것 같아요. 그 때 만약에 '포잉' 서비스를 계속 이어나갔다면 어땠을까요.
'포잉'을 이어 나갔어도 결론적으로는 비슷한 수순을 밟았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매장에 열심히 서비스를 팔았는데, 수익 자체가 굵직굵직하게 나지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장기간으로 바라봐야 하는 비즈니스였어요. 그리고 저희 팀이 B2B 영업에 특화된 팀이 아니었고요. 결국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 최근 '포잉'도 옐로모바일에서 전략 투자도 받으면서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트러스트어스 정범진 대표님하고 가끔 페이스북에서 대화를 나누는 데, 항상 하시는 이야기가 서비스를 잘 만들어주셔서 영업하기 편하시다고 해요. 포잉 제품은 크게 매장용 앱, 소비자 앱, 통계 분석을 제공하는 어드민 이 세 가지 세트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소비자 앱을 제대로 서비스하려다보니까 구글 애널리틱스로는 부족해서 어드민을 굉장히 크게 만들었죠. 그 때 이 어드민이 게임 회사들에게 꼭 필요한거라는 이야기를 듣게된게 저희에게 있어서는 기회였어요.
- 회사명을 바꾸기 전인 아블라컴퍼니 시절부터 도와줬었던 기존 투자사들이 이번 인수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도 궁금하네요.
스톤브릿지 같은 경우는 '포잉'도 시작하기 이전에 아무 것도 없는 시절에, 저희 팀을 믿고 20억 정도를 투자해주셨어요. 그리고나서 저희가 굉장히 실험적인 도전들을 많이 했죠.(웃음) 좋게 이야기 해 많은 교훈을 얻는 시간들이었는데, '모바일을 통해 오프라인을 혁신하자'는 테마 안에서 테이블케이, 저스팟, 픽소 등등 정말 다양한 서비스들을 내놓았었습니다.
근데 스타트업 하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모든 걸 쏟아부어서 열심히 만들어도 세상에 비춰지는 건 일부에 불과해요. 사람들이 실패해도 '좋은 것 배웠으니 괜찮아'라고 위로하지만, 사실 냉정하게 따져보면 학습한 건 별로 없어요.(웃음) 그렇게 계속 고생을 많이 했는데, 스톤브릿지가 정말 긴 호흡으로 오랫동안 지켜봐주신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 일단 투자자가 기업에 투자를 하고나면 당연히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웃음)
근데 의외로 사람이 잘되게 가만히 내버려두는게 어려워요. 안되게 발목잡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거든요. 나쁜 의도로 발목 잡는 게 아니라, 본인은 도와주려고 하는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냥 가만히 있어주었으면'하고 생각하게 되는거죠.(웃음) 스톤브릿지는 저희 내부 경영진이 심사숙고해서 내린 판단이라면 온전히 지지하겠다는 입장이었어요. 그렇게 긴 호흡으로 스타트업이 하겠다는 것을 충분히 서포트해주는 VC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 작년 비론치(beLAUNCH)에서 만난 일본 투자사 글로벌브레인에게 25억 규모의 투자도 유치하셨었죠.
그게 작년 8월 정도였는데, 당시 글로벌브레인 투자를 안받았으면 파이브락스가 굉장히 어려워졌을거예요. 그 때가 거의 통장에 돈이 바닥났을 때 즈음이었는데, 혹시 비론치를 가을이나 겨울에 했다고 생각하면 끔찍합니다.(웃음) 다행히도 작년 5월 초에 비론치에서 우연히 글로벌브레인의 유리모토 대표님을 만나서 2달 만에 빠르게 투자를 받을 수 있었어요. 글로벌브레인 측에서도 저희가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마치 저희 팀원처럼 굉장히 헌신적으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매달 일본에서 저희 세금 계산서 발행하는 것 까지 글로벌브레인이 다 맡아서 해주시고 계세요.
- 이번 파이브락스를 인수한 탭조이와는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되었던건가요.
GDC라는 미국의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만나게 됐어요. GDC에서는 각 기업들이 여는 파티가 정말 하루 종일 열려요. 낮부터 영국 대사관, 탭조이, 구글, 페이팔 등등 그 쪽 지역의 회사들은 다 파티를 엽니다.
사실 그 이전에 탭조이코리아 임창무 대표님 통해서 탭조이 본사와의 미팅이 이미 예정되어 있는 상황이었어요. 탭조이도 GDC에서 파티를 열고있길래, 관심이 있어서 참석했는데 그 곳에서 저희 고객사 분들을 만나게 됐어요. 핀란드 회사인데, 꽤 잘나가는 게임 회사죠. 그 분들이 저희 파이브락스 서비스를 정말 좋아하세요. 핀란드 분들이 대체적으로 목소리가 큰데, 저를 알아보시고는 '너희 서비스 정말 최고다', '모바일 애널리틱스가 가야하는 이상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호들갑을 떠니까 주변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쳐다봤죠. 마침 옆에 탭조이 임원분들이 계셨는데, 그 때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인상을 줬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웃음)
그 다음 날 낮에 공식적으로 찾아가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당시는 인수가 아닌 제휴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나눴었습니다. 그게 올 3월 정도 였어요.
- 탭조이에서는 어떤 이유로 파이브락스 인수를 결정하게 된건가요?
사실 탭조이 같은 경우는 데이터 분석 기업 인수를 위해 1년 간 탐색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탭조이는 미국 최대 규모의 모바일 광고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만, 사용자의 행태 분석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어요. 결국 모바일 마케팅의 제일 큰 축은 신규 유저들이 오래 머물 수 있게하는 것인데, 그러려면 유저들을 분류하고 각 유저들별로 수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수익화 하는 전 단계를 다뤄줘야 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탭조이가 미국에 있는 모든 데이터 분석 업체를 검토했는데 팀, 제품, 기술력 모든 부분에서 만족스러운 곳을 못 찾은 상태였어요. 갑자기 트래픽이 30배, 40배 높아져도 감당할 수 있는 백엔드(back end)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서비스를 찾고 있던 찰나에, 파이브락스를 보고 만족해서 인수를 결정하게 됐죠.
-그럼 반대로, 파이브락스 측에서는 어떤 이유로 탭조이에 매각을 결정하셨는지요.
저희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미국에 지사를 세워서 비즈니스를 넓히는 게 당시 목표였어요. 미국 기업들 중에서도 영어권에 강한 회사랑 제휴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렇게 제휴 기업을 찾던 중 탭조이에서 인수 제안이 오게됐고, 우리에게 부족한 영어권 고객을 4억 5천만 명 정도로 탄탄하게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빠르고 부드럽게 인수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 그래도 회사를 파는 일이기 때문에, 인수 이야기가 오갈 때 굉장히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매각 과정에서는 아마 많은 기업가들이 동일한 고민을 할 것 같아요. 우리가 혼자 다 할건지, 리스크를 감안하면서 함께 하는 것이 나은지에 대한 거죠. 선택지가 두 개밖에 없어요. 이제 국내 스타트업에게 글로벌 진출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지만, 현지 파트너 없이 혼자 모든 걸 해보겠다는 것은 굉장히 무모한 일이예요. 시장 상황과 타이밍을 잘 맞춘 진입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죠. 혼자하려고 하면 굉장히 오래 걸려요. 저희도 글로벌브레인의 투자를 받으면서 일본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었고요.
모바일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는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고, 글로벌 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가 미국과 중국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미국 쪽에서는 어떤 파트너사와 제휴를 맺을까 고민하던 차에, 탭조이라는 가장 좋은 옵션을 선택하게 된거죠.
- M&A 과정에서 양사 간 가장 큰 이슈가 됐던 사항은 어떤 것이었나요?
줄여서 GTM(Go to Market)이라고 하는데, 일단 탭조이와 파이브락스의 프로덕트를 합칠 때 어떻게 시장에 내놓을건지가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탭조이도, 저희도 기존 고객사가 많은데 이것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을것인지가 관건이었죠. 브랜딩부터 가격, 데이터 통합, SDK 통합 등 모든 부분에서 어떻게 부드럽고도 경쟁력 있게 결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계속 대화를 나누어왔어요. 앞으로도 이야기 해나갈 사항이 많고요.
- 양사의 M&A 후 기업 구조는 어떻게 변화하나요?
인수 이후에도 파이브락스의 법인과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저는 파이브락스에서 탭조이의 데이터 분석 분야를 총괄하는 부사장직을 맡아 기존 사업을 그대로 이끌 예정입니다. 현재 25명의 직원이 파이브락스에서 일하고 있는데, 탭조이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할 일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몇 명 더 충원이 될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파이브락스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연말까지는 탭조이의 광고 솔루션과 파이브락스의 이용자 행동 분석 기술을 부드럽게 결합시키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고요. 탭조이와의 협력을 통해 최고의 앱 지원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