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 투자자를 찾아 헤매는 스타트업을 위한 3가지 조언
2015년 0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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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최근 몇 년간 양적으로 활발히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시드(Seed) 투자 등 초기 자금 확보에 대한 스타트업의 필요도(Needs) 역시 폭발적으로 증대되었다.

기쁜 것은 그와 같은 필요도의 증대와 더불어, 초기 투자에 특화된 투자사들을 비롯해 정부 지원자금이나 액셀러레이터 등 그와 같은 초기투자를 담당해 줄 여러 자금원(Funding sources)들 역시 생태계 내에 훌륭히 함께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생태계 내에서 회자하였던 “이제 돈이 없어서 창업할 수 없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말이 그야말로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결국 기업이 살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동력이 결국 '돈'이기에, 어떤 돈을 어떻게 수혈받는가가 얼마나 수혈을 받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최초의 투자 등 초기 투자를 유치하려는 스타트업들이 이에 대해 충분한 고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안타까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따라서 본 컬럼에서는, 그처럼 중요한 “돈”의 수혈에 있어 국내외 투자 환경을 경험하며 필자가 체득한 가장 기본적인 세 가지 주안점들을, 특히 투자유치의 측면에서 나누어 보고자 한다.

1. (Just like anything else,) It’s all about timing!

가장 먼저 독자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은, 언제 초기투자의 유치를 도모해야 하는가, 즉 타이밍에 관한 것이다.

창업자들을 만나다 보면 많은 경우 '왜 투자를 받아야 하는가'하는 투자유치의 당위성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많은 수의 창업자들이, 단지 '돈이 없기 때문에'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는, 어떠한 단계에서라도 비즈니스에, 그리고 제품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지 스타트업의 존속을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래 Figure 1은 스타트업들이 어떠한 투자상의 라이프사이클을 거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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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Startup Funding Lifecycle (Source: Adapted from Venture-Financing, 2005)

 

일반적으로 우리가 초기 기업이라 부를 수 있는 단계는 X 축의 세 번째 눈금인 스타트-업(Start-up) 단계이다. 그리고 이는 아이디어로부터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 및 그를 통한 초기 검증(Initial Validation)이 마무리되어, 제품의 최종화(Finalizing)만을 거치면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상태에서 스타트업은 단지 아이디어나 간접 자료(Second-hand data)가 아닌, 프로토타이핑으로부터 획득된 자사만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인 비즈니스모델을 포함한 구체적인 비즈니스 플랜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이는 투자 유치가 그와 같은 비즈니스 플랜의 실행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자금규모가 산정되고, 해당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다면 즉시 제품의 최종화 및 출시가 이루어질 수 있는 시점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Y축에 3F와 Seed Capital이라고 적혀있는 부분은 시드투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에 창업자가 준비한 창업자금을 의미하는 것임을 주지하자.)

이 단계에 아직 다다르지 못한 조직에게는, VC를 통해 초기투자를 유치하려 노력하는 것보다 정부의 창업지원금이나 엑셀러레이터 등과 같은 대안적 자금원들을 모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면서 동시에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그 운영상의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특히 해외에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스타트업 장려정책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 바로 이처럼 창업자들에게 전통적 투자원 이외의 대안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와 같은 시드투자를 유치한 이후의 후속투자에 있어서 역시, A라운드(Series A)는 제품의 초기 성장을 위해, B라운드(Series B)는 초기 성장 이후 추가적인 고도성장을 위한 것 등으로 각 단계의 투자 유치를 위한 적절한 타이밍이 있음을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타이밍의 중요성을 이해한다면, 창업자의 역량과 스타트업의 성공은 각 단계에서 보유한 자원을 가지고, 해당 자원이 모두 소진되기 이전에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유의미한 결과물을 실제로 창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됨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 엑시트(Exit)에 대한 매핑(Mapping)을 할 것

돈을 정말 많이 벌어서 기업공개를 할 것인지, 아니면 전략적 관점에서의 매력도를 키워 기업매각을 할 것인지, 투자유치에 나서는 창업자는 자신의 엑시트에 대한 매핑(Mapping)을 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상대적으로 많이 요구되지는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적어도 미국 생태계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라면 창업자는 거의 모든 투자자로부터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의 스타트업이 어떻게 엑시트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질문에 창업자가 스스로 획득한 정보들로부터 가능한 논리적인 대답을 내어놓을 수 있다면, 이는 해당 스타트업이 시장에 대한 명확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초기투자의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아울러 창업자는. 엑시트를 포함하는 기업의 성장경로에 대한 매핑을 통해 유한한 자원을 전략적 관점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우선순위를 세울 수 있다. 예컨대, 기업공개를 통한 엑시트를 그리는 경우라면 창업자는 제품의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하고 강화하는 것에, 기업매각의 경우라면 제품의 전략적 우월성을 확보하고 강화하는데 그 우선순위를 두고 투자유치를 포함한 재무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또한, 기업 매각을 목표로 하는 창업자라면, 전략적으로 처음부터 VC 등의 재무적 투자(Financial Investment, 이하 “FI”) 만큼이나 기업들로부터의 전략적 투자(Strategic Investment, 이하 “SI”)를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창업자들이 기업 매각을 통한 엑시트에 대해, “우리 기업이 훌륭한 제품을 만들면 어느 순간 다른 기업이 우리를 알아보고 매각을 제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가 경험하거나 목격한 케이스들에 따르면 그와 같은 경우는 정말 극히 드문 것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기업 간 인수, 특히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는 오랫동안 이어진 ‘관계’의 산물(TechCrunch 관련 기사(영문))이며, 이는 결국 한 기업이 다른 기업에 제공하는 가치라는 것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임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전의 관련 컬럼 및).

따라서 기업 매각을 염두에 둔 스타트업들이라면, 가능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자사가 가질 수 있는 전략적 가치를 잠재적 인수자 내부의 의사결정자들과 소통함으로써 그들의 관심을 제고하고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경우라면, 당연히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스타트업이 그와 같은 잠재적 인수자들에게 보다 커다란 전략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를 발전시킴으로써 그와 같은 전략적 가치를 더욱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3. 파트너로서의 투자자를 선택할 것

2013년에 개최되었던 비글로벌(당시에는 비론치)의 '해외 투자자로부터 성공적으로 투자받는 법(Successfully Getting Invested By Overseas Investors)' 이라는 세션에서, 가장 왕성하게 한국 스타트업들과 만나고 있는 VC 중 한 명인 한 김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투자를 받는 것은 수년 동안을 그 투자자와 함께 일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략) 흔치 않은 일일 수는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창업자들이 투자자들에게 레퍼런스를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투자자가 어떤 회사들에 투자했는지를 알고, 그리고 그 회사들의 CEO들과 이야기를 통해 해당 투자자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들어본 후에 그 투자자와 함께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들을 ‘선택’한다는 것이 사치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에릭 김 대표 역시, “투자는 결혼”이라며, “결혼 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데이트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실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창업자들이 이 둘의 말처럼 투자자들에 대한 레퍼런스 체크를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쉽지 않다고 이 '데이트'를 소홀히 하기에는, 그 후회가 너무 클 수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Y Combinator (이하 “YC”)의 경우 그들의 웹사이트에 일반적으로 12만 달러(우리 돈으로 1억3천만 원 정도)를 10% 정도의 지분에 투자한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다른 엑셀러레이터들의 경우에는 각각 차이는 있지만 많은 경우 미화 3만~5만 달러 정도를 6%~7% 정도의 지분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경향은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를 통해 환산해보면 YC 등 초기투자사들은 대략 100만 달러 정도(편의상 10억 원 정도로 환산하자)를 프로토타이핑 단계에 있는 일반적인 스타트업의 가치(Valuation)로 산정하며, 따라서 이 단계에서의 투자라면 100만 달러의 Post-money Valuation을 협상의 참조점(reference point)로 두고 투자금액과 지분 제공 비율을 결정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여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때 반드시 이해해야 할 것은, 100만 달러의 Post-money valuation을 기준으로 한 투자금액 및 지분제공비율 결정은, 그 단계에서 스타트업이 실제로 얼마의 가치를 가지는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스타트업이 프로토타이핑을 제대로 마칠 때까지, 즉 후속투자를 받을 수 추진할 수 있는 수준의 초기제품을 만들어내기까지 일반적으로 태워야(burning) 하는 자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에 대한 시장의 암묵적 동의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라면 최소한 3만~5만 달러 정도의 돈을 태우고 나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프로토타이핑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심지어 프로토타이핑도 끝나지 않은 이 단계에서는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의미가 없으니 그렇게 태워야 하는 돈의 규모로부터 기업의 가치를 가설적으로 역산하는 것이 오히려 맞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초기투자사들은 투자사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창업자들에게 문제를 야기한다. 1,000만 원, 혹은 2,000만 원 정도만을 투자하거나, 심지어는 그 정도 투자금에 10%, 혹은 20% 지분을 요구하는 경우가 바로 그러한 경우가 될 것이다.

창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단 2,000만 원만으로 다음 라운드의 투자 유치가 가능한, 즉 가치 산정(Valuation)이 가능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신이 있는가?

또 다른 경우는, 투자계약서 상에 일반적이지 않은 조항들을 삽입하는 경우이다. 예컨대, 주로 투자은행 (Investment Banking, 이하 IB) 등 전통적 재무업에서 투자업으로 넘어와 투자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투자자들에서 관찰되는 것으로, 자신들을 통해 후속투자가 유치되면 자신들이 해당 투자금에서 몇 %를 중개 수수료로 청구하겠다는 것 등이 그러한 일반적이지 않은 조항들의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조항들은 후기(Later Stage)의 기업들을 상대로 자금을 조달하는 IB에서는 일반적인 것들이지만, 다음 단계(Threshold)까지 태울 자금을 공급하는 VC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펀드에서 집행되는 투자금이 온전히 포트폴리오의 성장에 사용되지 않고 초기투자사가 그 일부를 취하는 것이 반가울 리 없으며, 따라서 이러한 조항들은 많은 경우 후속투자를 유치하는데 불필요한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한 김 대표가 이야기한 바와 같이,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은 앞으로 몇 년, 혹은 심지어 수십 년을 그 투자자와 함께 일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투자를 유치해 본 경험이 없는 창업자를 위해 이야기하자면, 투자 계약서에 ‘투자 무효화’조항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투자를 유치하려는 창업자들은 한 번의 잘못된 투자 유치가 향후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투자사들에 대한 레퍼런스 체크를 통해 그들이 옳은 파트너감인지를 반드시 판단해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스타트업이 초기 투자를 유치하는데 앞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세 가지, 즉 시점과 엑시트 방향성 설정, 그리고 파트너로서의 투자사 선정을 간략히 이야기해 보았다. 그리고 이는, 창업자들은 먼저 자신의 전략적 방향성 및 각 단계(Threshold)를 설계한 후, 그 위에서 다음 단계까지 가기 위해 필요한 자금의 규모를 산정하고, 올바른 타이밍에, 단지 ‘돈’만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투자자를 선택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연쇄창업자로서, 창업을 하고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그것만으로 얼마나 고된 일인지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같은 길을 가는 모든 창업자의 동료로서, 부디 이 컬럼이 그처럼 고된 길에 선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이 불필요한 어려움을 덜어낼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마친다.

이미지 출처: The Economic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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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e Lee is a career founder and now is the founder and Managing Partner at 541 Ventures - a Los Angeles-based VC that invests in frontier tech companies predominantly in their seed and pre-seed stage. Before founding 541, Eunse has served as the Managing Director at Techstars Korea - the first- ever Techstars’ accelerator for the thriving Korea’s ecosystem, after co-founding two prior LA-based VC firms. Having his root in the strategy world, he empowers deeply technical startups to start an industry and strives to be a catalytic partner for them in their journey to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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