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앤 레퍼토리(A&R), 인디펜던트 퍼블리싱 컴퍼니 ‘오션케이브’ 그리고 배수정 대표
5월 14, 2019

JYP 엔터테인먼트에서 멜론 차트 1위 곡을 만들었고, 회사를 나와서도 멜론 차트 1위의 곡을 만들었다. 그것도 회사를 세운 지 1년이 되지 않아 만들어낸 성과다. 이제는 한국을 넘어 중국과 일본에서도 곡이 나왔다. 배수정 대표의 <오션케이브>는 조용히, 하지만 공격적으로 초반 행보를 잘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에서 몇 안 되는 프리랜서 A&R, 한국에서 찾기 힘든 인디펜던트 퍼블리싱 컴퍼니 대표를 모두 해내고 있는 배수정 대표는 오히려 지금까지 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많다고 한다. 여성 창업자의 이야기를 듣는 Female Founder Formation, 그 첫 번째로 <오션케이브>의 배수정 대표를 소개한다.

배수정, 인디펜던트 퍼블리싱 컴퍼니 '오션케이브(OCEANCAVE)' 대표

JYP 엔터테인먼트에서 A&R*로 약 3년간 일하면서 소속 아티스트의 앨범 제작을 담당했다. 이후, 음악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잠시 일하다가, A&R 일이 그리워져 <오션케이브> 회사를 세워 프로젝트 단위로 앨범 A&R을 맡기도 하고, 국내외 작곡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곡을 만들어 국내외 기획사에 곡을 피칭하기도 한다. <오션케이브>로써 A&R을 담당했던 첫 앨범은 프리스틴V의 'Like a V'이었고, 최근에 작곡가들과 함께 작업하여 발매된 곡은 THE BOYZ (더보이즈)의 'Butterfly(몽중)'라는 곡이다. 

*A&R은 레코드 회사의 직무 중 하나로, Artist and Repertoire (아티스트 앤 레퍼토리)의 약어이다. 아티스트의 발굴, 계약, 육성과 그 아티스트에 맞는 악곡의 발굴, 계약, 제작을 담당한다.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A%26R

1. 창업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요? 

JYP를 퇴사하고 음악 콘텐츠를 만드는 스타트업 회사에 잠시 있었습니다. 음악을 다루는 곳이라서 A&R의 일을 계속 하긴 했지만 앨범을 기획하는 등의 일은 예전처럼 자주 하지 못했죠. 그리고 때마침, JYP를 퇴사하자마자 해외 작곡가들에게 곡을 피칭해달라는 요구를 받기 시작했고, 다른 회사로 이직한 예전 동료 등 다른 분들이 저에게 자신들의 아티스트를 위한 곡을 구해줄 수 있냐고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두 부분의 일을 충족시키며, 가장 좋아했고 그리워했던 A&R 일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2017년에 제 회사, 인디펜던트 퍼블리싱 컴퍼니 <오션케이브>를 세웠습니다.

2. 인디펜던트 퍼블리싱 컴퍼니는 생소한데요, <오션케이브>는 어떤 회사입니까?

<오션케이브>는 A&R을 위한 회사입니다. A&R이란 부분은, 프리스틴 V처럼 제가 직접 앨범 제작에 참여하기도 하고 (앨범 크레딧에는 ‘A&R 배수정 (Vanna) for OCEANCAVE’라고 표기되어 있어요) 국내외 작곡가들과 함께 곡을 만들어 주로 한국 기획사에 곡 피칭을 하기도 합니다. AOA, 프로미스나인, 여자친구, 더보이즈 등 케이팝 아이돌 앨범에 참여하였고, 최근에는 일본 알앤비 아티스트 RIRI의 곡 'Luv Luv'에도 참여하였습니다. 지금도 발매될 곡들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곡을 만들거나 앨범을 기획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특히 곡의 피칭이나 컨펌을 위해서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데요. 저는 A&R로서의 경력을 계속 쌓아 왔기 때문에 앨범 기획뿐 아니라 작곡가들에게 빠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한 프로듀서는 본인이 트랙을 작업하면서 저에게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는 편입니다. 이 부분은 저와 일하는 거의 모든 작곡가가 그러는 편이고요. 물론, 저와 일하는 작곡가 중에서는 이미 케이팝이나 제이팝에 대한 경력이 저보다 뛰어나서 제 피드백 없이도 이미 좋은 곡을 만들어오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러한 분들을 제외하고는 (물론, 저분들도 때로는 제 피드백을 필요로 하실 때도 있어요) 곡 피칭 이후, 기획사의 피드백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기에, 저와 곡을 거의 완성한 다음에 피칭하여 그 시간을 줄이려고 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제가 좋아하는 해외 작곡가와 국내 작곡가가 함께 곡 작업을 하는 편을 더 쉽게 만들기도 합니다. 국적이 다른 두 작곡가 사이에 제가 중간에 껴서 커뮤니케이션을 함께하며 아이디어를 주며 곡을 만들기도 하죠.

음악 상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물질 형태로 존재하고 셀링 (selling) 또한 생산량에 비례하여 나오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퀄리티 높은 곡을 많이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업계는 음악으로 이루어지지만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에, 저와 일하는 작곡가나 아티스트를 감정적으로 많이 케어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3. <오션케이브>의 클라이언트는 작곡가와 아티스트이군요! 이분들이 <오션케이브>의 어떤 점에 만족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기획에 참여했던 프리스틴 V 앨범의 경우, 한국에서도 평가가 좋았지만, 유럽에서는 유독 반응이 좋았습니다. 곡에 참여했던 스웨덴 퍼블리셔는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재생수를 저에게 보내며 업데이트해 줄 정도이니깐요. AOA의 '빙글뱅글' 역시, 설립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음악 회사로써는 분에 넘치는 포트폴리오의 한 부분이 되었고요. 아무래도 음악 상품 특성상, 기획사와 케이팝 팬들의 반응을 다 확인하는 편인데, 기획사는 저와의 빠른 커뮤니케이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빠름'이 중요합니다.)을 가장 만족해하는 편이시고 케이팝 팬들은 기존의 다른 색깔의 곡에서 많은 흥미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이 이유는 제가 '대세'라고 말하는 것을 잘 따르지 않고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하는 성격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와 작업하는 작곡가분들은 거의 하드 트레이닝을 하고 계십니다. 제가 계속해서 새로운 작업 제안을 해서요.

4.대표님께서 일하시는 음악 시장에는 여성의 비중은 어느 정도 입니까?

이상하게 이 업계는 많은 여성분이 일하고 있지만, 여성 작곡가분들은 많지 않은 편입니다. 제가 여자라서 그런지 '여성'에 맞는 음악이나 콘텐츠를 잘 만드는 편이긴 합니다. 분명 케이팝 팬 중에는 남자가 많을 텐데 이상하게 이 일을 시작했던 때부터 들었던 이야기는 '여성향 콘텐츠'를 잘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걸그룹을 하게 되어도 여자 팬들이 좋아하는 쪽으로 색깔이 만들어지거나 그런 편입니다. 그래서 일과는 별개로, 한국 여성 작곡가분들과 많이 작업하고 싶어 디깅을 많이 하는 편이고요. (이 업계에서 성차별 등은 많이 일어나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얼마 전에 한 남자 작곡가분에게 얼평 아닌 얼평을 당했던 적이 있어 운 적은 있었습니다.) (*편집자주, 얼평은 얼굴 평가의 준말이다 )

5.여성 창업가 입장에서 힘들고,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굳이 여성이 아니더라도 영세 자영업자라면 힘들어하는 부분은 '세금' 문제인데요. 특히나 저희 쪽은 매출이 전부인 사업이 아닌데, 무엇이든 기준을 '매출'로 든다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 예정고지는 전 분기를 기준으로 부가되는데, 이번 분기에 납부할 부가가치세가 예정고지에 미치지 못하면 또 다음 분기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 부분은 좀 해결해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업계에서 면세사업자의 기준이 굉장히 모호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서 면세라 하더라도, 매출이 높으면 일반사업자로 전환시켜는 기준이 있었으면 합니다.

6.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이나, 창업을 준비하고 있지 않더라도 젊은 여성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굉장히 외로운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좋은 분들이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만 정말 사업하시는 분들이 왜 자살하는지 이해가 갈 정도로 심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고, 공황장애를 의심할 정도로 심한 두통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본인 혼자 서야 할 때가 오게 됩니다. 저는 그때가 조금 일찍 오게 되었고요. 이 업계는 접대라는 것이 흔하지 않은 편인데, 흔하지 않게 아주 가끔 접대를 통해 좋은 매출을 올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저런 유혹에 빠지지 마세요. 그리고

본인의 커리어가 회사를 통해 만들어졌는지 혹은 본인이 잘해서 그런 것인지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더라도, 본인의 브랜드를 만드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7.사업을 하면서 했던 실수와 실수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실수는 보통 커뮤니케이션에서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메일을 항상 체크하고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이 업계도 어차피 사람이 하는 것인지라, 국내든 해외든 제 신용 (Credit)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메일을 바로 체크해서 피드백을 보내는 것, 그리고 오해가 생겼을 때 바로 이야기를 통해 푸는 것입니다. 저는 저작권료 정산 계약에서 이러한 오해가 생기거나 협상을 해야 할 때, 바로 이메일을 보내 오해를 없애려고 하는 편입니다.

8.앞으로의 사업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하면서 생각한 목표는 '영화 음악'입니다. 영화 '블랙팬서' 같은 OST를 만드는 것이 목표고요. 계획이라고 하면 첫 번째, 건물에 두 층을 임대하여 한 층은 작곡가들의 작업실과 녹음실로, 다른 한 층은 제 사무실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저 계획이 실행되려면 지금보다 한 열배는 성장해야 할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영미권 아티스트와 작업해 보는 것입니다.

9.우리 매체 이름은 '비석세스'입니다.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성공'은 무엇입니까?

'성공'은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면서 더 이상 스트레스받지 않았을 때, 그때가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미 기반이 많이 쌓여 있을 때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깐요.

10.십년전, 열 살 어린 대표님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시고 싶으신가요? 

10년 전 저에게 이야기하자면, 뉴욕에서 6개월 어학연수 끝마치고 돌아와서 적응을 못했을 텐데 어차피 해외 출장 많이 가게 되니 너무 그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음악은 그때도 많이 듣고 있겠지만 더더더 많이 들었으면 좋겠고, 음악 듣는다고 전공 수업은 그래도 빠지지 않고 잘 들어갔으면 좋겠다... 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bluc
글 쓰는 일을 합니다. 주로 음악에 관해 쓰고, 가끔 영화에 관해서도 씁니다. 긴 시간 여러 온라인, 오프라인 매거진과 함께 일했고 뉴스 서비스를 비롯한 미디어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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