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면 그럴 줄 알았다. 여성생활미디어 <핀치> 정세윤 대표
5월 21, 2019

"정제된 뉴스와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여성들의 생활 미디어" 핀치(https://thepin.ch/ 대표 정세윤)는 2016년에 창간되었다. 여성들이 여성혐오 없이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와 그런 콘텐츠를 담을 플랫폼이 전무하다는 판단에 창업하게 되었고, 부분 유료화 정책과 함께 독자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구성원 전원이 여성이며, 여성혐오 없는 컨텐츠 제작을 방향으로 넷플릭스, 책, 여행, 영화와 같이 가까이에 있는 문화부터 비혼, 관계, 노동 등 일상에 깊숙이 반영된 주제까지 담아내고 있다.여성 창업자의 이야기를 듣는 Female Founder Formation, 핀치의 코파운더이자 편집장을 맡고 있는 정세윤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세윤, 여성의 삶을 확장하는 미디어 <핀치> 코파운더이자 편집장, 대표

프로필:

<핀치> 코파운더이자 편집장, 대표로 일하고 있다.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다니면서 <핀치>를 창업했고, 졸업하자마자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 <핀치>는 첫 직장이기도 하다. 대학 시절의 막바지를 보내면서 뭘 하고 살지 몰라서 막막하다고 느낀 시절을 꽤 오래 보냈는데, 막상 창업하고 나니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너라면 그럴 줄 알았다’고 했다. 페미니스트이며,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독서, 혼술, 넷플릭스 보며 늘어져 있기를 좋아하며 글을 쓰고 글을 읽으며 다듬는 것을 좋아하는 다소 내향적인 사람이다. 우리 팀에서 필요한 외향성은 다른 팀원들이 책임져 준다.

1.여성의 삶을 확장하는 미디어, <핀치>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습니까?

<핀치>가 메인 타겟으로 삼은 고객층은 저와 동일한 한국의 밀레니얼 여성들입니다. 당장 포털 뉴스에만 들어가 봐도 ‘OO녀’, ‘여성미 뽐내다’ 같은 혐오 표현이 넘실대고 웹툰에서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거나 도구화하는 일이 일상과도 같죠. 저는 한국의 이러한 여성혐오적인 환경에 서서히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고 느꼈거든요. 비단 이게 문학적인 비유만은 아닙니다. 2018년도 기준 세계경제포럼 성격차 지수에서 한국은 118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피해자 중 93.5%가 여성이죠. 이게 실화냐고 하도 묻는 분들이 많아서 <핀치>에서는 <핀치 넘버스>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여성의 안전과 여성의 사회 속 현실에 대한 통계를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이 주인공이 되고 여성 서사를 적극적으로 다루며, 여성이 읽었을 때 불편하지 않은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발굴하고 공급하는 곳이 한 곳은 반드시 있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을 원하는 수요 역시 분명하다고 판단했고요. 특히나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돈을 실제로 쓰는 파워컨슈머가 20~30대 여성이라는 사실을 상기해 봤을 때 말입니다.

<핀치넘버스> 핀치 제공

2.창간 이후 지금까지 <핀치>의 성과는 어떻습니까?

서비스 4년 차로 접어든 지금, 서서히 <핀치>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져서 별도의 대규모 마케팅 없이도 꾸준히 유료 멤버십 가입을 유치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핀치>는 아직 규모가 큰 서비스가 아니지만, 알찬 서비스입니다. <핀치>만의 오리지널 콘텐츠와 일러스트레이션을 즐기는 유료독자들의 <핀치> 사이트 체류 시간은 평균 20분에 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엔 기존에 서비스하던 에세이 중심의 콘텐츠를 넘어 실용 정보를 담은 글을 다루려고 노력 중입니다. 여성 독자들의 수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3.독자들은 <핀치>의 어떤 점에 만족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용자들이 가장 만족하는 점이라면 역시 <핀치>의 깔끔하고 가독성 좋은 사이트와 앱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최근(2019년 4월)에 재단장을 마친 웹사이트와 앱은 한국 콘텐츠 플랫폼 최초로 다크모드를 도입하였으며 큼직하고 시원한 이미지가 다수 들어가는 콘텐츠의 로딩 속도 역시 굉장히 빠릅니다. <핀치>가 오픈했을 때도 사이트의 디자인을 맡았던 박효정 디자이너가 사이트의 크고 작은 구성요소를 모두 맡아 디자인했습니다. 사이트를 조금만 둘러보시면, 그 구성이 아름다워서라도 자꾸 보고 싶어집니다.

4.여성 창업가라서 특별히 겪는 점이 있을까요

여성 창업가,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 여성 창업가로서 사업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 수익화에 대한 인사이트가 약하다는 '편견'은 일상적으로 겪습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핀치>의 비즈니스 현황에 대한 수치적 점검과 검토를 꾸준히 팀원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좋은 점을 꼽는다면 저와 같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 창업가들이 날로 늘어나고, 빛이 난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있기에 어떤 기회든 손을 내민다면 흔쾌히 협업하는 동료 여성 창업가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합니다.

5.여성 창업가 입장에서 한국 사회, 혹은 스타트업 생태계 내에서 부족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에서 최근 창업, 그중에서도 특히 청년창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편인데 이상하게 '청년창업'이라는 말을 할 때면 대부분 창업가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20대 남성으로 상정하더라고요. 더 많은 20대 여성이 창업에 부담 없이 뛰어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뿐만 아니라 청년창업의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다면?

사실 창업하면서 가장 스스로 아쉽다고 느꼈던 부분은 커리어를 쌓지 않고 바로 창업에 뛰어든 일은 어떻게 보면 꽤 무모한 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신입이지만 동시에 리더여야 하고, 모든 일은 처음 해 보는 거지만 실수 없이 잘 해내야만 하니까요. 어떤 분야든 자신의 뚜렷한 장점이 부각되는 커리어와 여기에서 따라오는 인맥을 쌓은 뒤 창업하면 더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7.사업을 하면서 어떤 실수를 하셨나요? 어떻게 실수를 해결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2018년 여름에 <핀치> 신규가입 프로모션을 위해 <핀치>만의 뱃지를 제작해서 지급하는 기획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당시 핀뱃지 3종의 테마는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여성이었는데, 이 뱃지를 만들 때 컬러감만을 생각해서 진한 핑크로 메인 컬러를 선택하고 제작했었거든요. 그런데 독자들로부터 핑크를 메인 컬러로 잡은 것은 여성에 대한 성편견을 고착화시키는 일이며 진부하다는 피드백을 크게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핵심 독자에 대한 파악이 저희가 부족했던 셈이죠.

이때 당시 얻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그 이후 <핀치>의 포스터, 굿즈, 이미지를 제작할 때 미처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면에서 우리 스스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하거나 재생산하는 부분이 없는지를 꼭 중점적으로 피드백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키 컬러와 이미지를 더욱 역동적이고 세련되게, 동시에 성차별적이지 않게 가져가려는 팀의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 브랜드 컬러 리뉴얼을 기획했고 올해 상반기, 웹사이트 재단장과 함께 새 브랜드 컬러를 공개하였습니다.  

8.<핀치>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핀치클럽(유료 구독 멤버십) 회원 수를 확보하는 것이 올해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회원 베네핏과 회원 대상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동료 여성 창업가들과 콜라보레이션 및 제휴를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9.우리 매체 이름은 "비석세스"입니다.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성공"의 기준은 사업적인 관점 또는 개인 입장에서 무엇인가요?

사업적인 관점에서는 팀이 꾸준히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매일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하는 일을 이 팀에서 해내는 것입니다.


비석세스는 핀치와 정세윤 대표를 통해 우리 사회 여성이, 여성 창업자가 일상적으로 겪는 '편견'이 깨지기를 지지한다. 

bluc
글 쓰는 일을 합니다. 주로 음악에 관해 쓰고, 가끔 영화에 관해서도 씁니다. 긴 시간 여러 온라인, 오프라인 매거진과 함께 일했고 뉴스 서비스를 비롯한 미디어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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