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에서 안전합니까?
1월 3, 2019

ARE WE CHINA-PROOF?

겨울은 자동차들이 그간 참아왔던 아픈 곳을 드러내고 각종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필자의 차도 겨울을 피해갈 수 없어, 얼마 전부터 대쉬보드 아래에서 귀뚜라미 한 마리가 살고 있는 것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엔진을 들어 올리는 수준이 아닌 정비는 직접 하는 필자이기에 원인을 찾아보았고, 곧 그 소리가 블로워 모터(Blower Motor)라는 실내로 에어컨 및 히터 바람을 불어내 주는 부품의 수명이 다해 나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인을 알았으니 이제 교체할 부품을 구할 차례가 되었다. 미국에서라면 '오토존(Autozone)' 같은 곳에서 쉽고 저렴하게 부품을 구할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부품을 파는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설령 찾는다고 하더라도 그 가격이 상당했다. 겨우 찾아낸 수입차 부품 전문몰에서는 오토존에서는 140달러 정도면 구할 수 있는 블로워 모터가 거의 4배에 달하는 50만 원에 팔리고 있었다!

국내 모 수입차 부품 전문몰에서 판매중인 블로워 모터
오토존(Autozone)에서 판매 중인 블로워 모터

 

같은 부품에 네 배의 값을 치르는 것은 명색이 카가이(Car guy)인 필자의 성에 차지 않는 일이었다. 결국 블로워 모터를 해외에서 직구로 들여오기로 하고, 여기저기 검색을 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국의 B2B 소싱 플랫폼(Sourcing Platform)인 '알리바바(Alibaba)'에 들어가 보았다.

있다! B2B 플랫폼인데도 1개씩 판매하는 판매자들이 있고, 심지어 가격도 미국에서 사는 것의 절반도 안되는 45달러(국제배송료 별도)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알리바바에서 같은 부품을 $45 에 구매할 수 있었다

 

배송도 역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알리바바를 필두로 한 글로벌 전자상거래 규모 증대는 중국의 국제 배송 서비스 산업의 성장을 유도했고, 그 결과 이번 필자의 경우 놀랍게도 15,000원 정도의 비용으로 단 5일 만에 블로워 모터를 손에 넣을 수가 있었다. 알리바바가 아니었다면 거의 70만 원은 들었을 수리비가 단 60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판매자와 위챗(WeChat, 웨이신)을 통해 연결된 필자는 그것이 구동계나 제동계와 같이 안전에 직결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앞으로 판매자와 단 몇 줄의 메시지 교환과 페이팔 결제만으로 아주 저렴하고 간단하게 필요한 부품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우와 좋네, 알리바바!”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러나 한 편에서는 두려움이 생겨났다. 이번 경험은 명실공히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영향력이 필자와 같은 개인 소비자가 가진 자동차 부품이라는 아주 특수한 분야의 소비패턴까지 변화시키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고, 그러한 영향력이 곧 우리 스타트업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게 될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AI 스피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스타트업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AI 스피커를 보급하기 위해 특정 통신사의 망에 종속되지 않으면서도 현재 출시되어있는 제품들의 절반 이하 가격에 제품을 내어놓는 것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스타트업의 AI 스피커는 그 사용자로 하여금 저렴한 가격에 그리고 통신사 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한 번 구입한 AI 스피커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획기적인 제품인 것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AI 스피커라는 것이 사실 기기 자체는 인터페이스 수준의 기능만을 수행하며 실제 음성인식을 통한 각종 작업 같은 핵심기능은 구글이나 애플, 혹은 각 통신사의 서버에서 구동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제품과 같이 여러 플랫폼에서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은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어 있지 않은 일반 OE 제조사에게는 사실 그리 특별한 개념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제 이 제품의 성공 여부는 AI 스피커라는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수많은 시장 내 제조사들보다 얼마나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는가 하는, 즉 가격경쟁력에 의해 결정되게 될 것임을 예측하는 것은 지극히 논리적인 추론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제품의 성공 가능성이 가격경쟁력에 의해 결정되게 되는 순간 그것이 어떤 기업, 어떤 제품이든 이제 그는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에 존재하는 수만 곳의 제조사와의 경쟁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가정하고 있는 AI 스피커 스타트업이라 해도 결코 예외가 아닐 것이며, 따라서 우리의 스타트업이 기업이 이미 상당한 자본과 그에 더불어 제조시설까지 보유하고 있는 중국 제조사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공산품이 아니라 하이테크(High-tech) 제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중국제조 2025' 이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국제조 2025'는 2025년까지 자국 제조업체들의 혁신능력과 품질, 그리고 친환경성을 제고하여 세계 시장에서 제조대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중국제조 2025'가 자국 제조업의 고도화를 넘어 차세대 정보기술, 바이오 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 스마트 그리드 및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 등 전력설비, 신소재, 고정밀 수치제어 및 로봇, 에너지 절약 및 신에너지 자동차와 같은 첨단 분야 등을 10대 전략 산업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와 같은 첨단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쉽을 획득함으로써 현재 제조업 위주인 중국의 산업 체질을 첨단 산업으로 바꾸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제조 2025' 정책이 첨단 산업에서의 리더십 획득을 위해 우리나라의 수십 배에 달하는 인적 자본에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하게 될 것이며 또 투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국의 거대한 인적 자본과 세계 2위로 부상한 중국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자본의 결합이 만들어낼 위협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기업이 과연 존재할 것인가?

오늘 살펴본 것과 같이 심지어 알리바바의 제품 소싱 및 배송 역량이 그 어떤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에 견주어서도 부족하지 않게 되었으며, 전자상거래 이외의 분야에서도 글로벌 리더쉽을 가진 중국 기업들을 목격하기 시작한 지가 이미 오래다. 게다가 앞으로는 국가 차원에서 중국의 체질을 제조에서 첨단 산업으로 바꾸려는 노력과 함께 첨단 산업에서까지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이 더욱 거세게 휘몰아치며 우리 스타트업들을 몰아세우게 될 것이다.

미국 생태계에서 이제 고래가 된 '아마존 (Amazon)'이 수많은 산업에 엄청난 파도를 일으키고 있을 때 모든 스타트업들에게 던져진 화두는 “Are you Amazon-proof?”, “당신은 아마존으로부터 안전합니까?”라는 것이었다. 이제 우리 스타트업들은, 필자가 이번에 부품을 구입하면서 느낀 것과 같이, 중국이라는 아마존보다 훨씬 거대하고 강력한 거인으로부터 안전한 우리만의 '국내 시장' 같은 것은 더는 존재하지 않음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처음부터 넓은 시야로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을 생각하지 않는 스타트업은 성장은 고사하고 생존조차 어려울 것이다.

2019 년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 우리나라의 모든 스타트업들이 “Are we China-proof?” 즉, “우리는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에서 안전합니까?”를 자문해 보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unse Lee is a Co-founder and a Special Partner at ELEVEN:ZULU CAPITAL, a Los-Angeles-based venture capital firm, which invests in early stage companies. Prior to his career as an investor, Lee was a management/strategy consultant at a firm he founded and led multiple cross-border projects in the industries such as ICT, Service, Automotive and FMCG. He is also a visiting professor of business strategy and entrepreneurship at Yonsei University and Yonsei School of Business MBA in Seoul, Korea, and an advisor to a number of Korean Government agencies and startups. 이은세는 미국 Los Angeles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VC인 ELEVEN:ZULU CAPITAL의 공동창업자이자 Special Partner이다. 이전에는 자신이 창업한 경영/전략 컨설팅펌인 EICG에서 경영 및 전략 컨설턴트로 자동차, 교육, 소비재, 서비스, IT/ICT 등의 다양한 산업에서 성공적인 프로젝트들을 지휘하였다. 실제 비즈니스 경험에 바탕을 둔 강연자로 선별된 자리에서 자신의 전략프레임워크인 The Fan-oriented Strategy에 대한 내용을 대중들과 공유하고 있고, 지난해까지 연세대학교 및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MBA에서 기업가적 시각 위에서의 전략 수립에 관한 내용을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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