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스타트업의 다른 이름, 나의 웹진 생존기
1월 18, 2018

우선 나는(첫 글에서도 밝혔지만) 힙합엘이, 스캐터브레인, 웨이브, 일다, 뮤직매터스, 고함20, 일-일, 플라워베드, 비하이프, 아이돌로지, 레드불 미디어, 비석세스, 브리티시 서브컬처 등에 글을 써왔다. 비정기적으로 기고하는 네이버나 아이즈, 온라인 신문 등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 중에 어떤 것은 미디어, 매체, 웹진 혹인 인터넷 신문으로 분류되거나 스스로를 정의하였다.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땐 온라인 매체들을 웹진이란 이름으로 많이 불렀다.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웹진은터넷으로 발행되는 잡지라는데 오프라인 잡지가 온라인화되기 시작할 때라 그렇게 이름 붙여진 것 같다. 사실 웹진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때의 웹진이나 지금 시작하는 스타트업 미디어들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으니까.

이 모든 곳을 거치며 계속 봐왔던 운영자들의 고민은 '수익 모델(Business Model, BM)'이었다. 물론 수익 모델이 필수는 아니다. 이들이 각자 다른 곳에서 돈을 벌어 쏟아붓는 방법도 있고, 꼭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할 필요도 없다. 다수의 웹진이 그저 좋아서, 각자가 이야기하고 싶어서 시작하는 경우도 많았다.

처음 시작했던 힙합엘이Hiphople도 그랬다. 다만 힙합엘이는 올해로 8년째 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는 다 해봤다. 따라서 그 처절한(?) 발자취는 가장 마지막에 이야기하겠다. 내가 두 번째로 거쳤던 곳은 스캐터브레인Scatterbrain이다. 스캐터브레인은 아직 남아있긴 하다. 본진은 호스트 서비스 종료, 테마 서비스 종료 등으로 몇 차례 무너졌지만, 벅스에 스캐터브레인이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과거 스캐터브레인은 포털의 카페로 시작했다. 이후 웹진화 과정을 거치며 독립된 사이트로 거듭났고, SNS 운영을 했다. 웹진화를 했을 때는 수익도 있었고, 고료도 줬다. 지금은 기존 사이트가 폭파되어 그 과거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오픈형 웹진으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었다. 다만, 내부 스탭에 의해 필터링이 되거나 고료 측정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후 스캐터브레인은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저Deezer와 협력하여 수익을 나누는 구조를 만들어보기도 했고, 외부 요청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고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지금으로 치면 광고형 기사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후 호스트 서비스 종료 등의 시련(?)을 겪으며 웹진의 힘이 약해지고, 대표가 스캐터랩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스타트업의 길을 걷게 되며 스캐터브레인은 현재 5명의 필진이 벅스에, 그리고 가끔 홈페이지에 글을 쓰고 있다. 이후 만났던 곳 중 하나는 웨이브인데, 웨이브 역시 지금은 (홈페이지에 글이 올라오긴 하지만) 멜론에 여러 필진이 글을 쓰는 것으로 유지되고 있다.

웹진을 시작했을 때 결국 이것을 전업으로 하든, 부차적인 업무로 하든 최소한의 보상을 줘야 동력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리워드를 만들어내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가장 쉬운 방법은 웹진의 이름으로 다른 곳에 글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곳도 수익 모델이 없긴 마친가지라 글을 써서 돈을 벌어 그 돈으로 웹진을 운영한다는 것은...(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나마 멤버 중 유명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인지도나 포트폴리오를 팔아(옛날엔 다 그랬다) 프로젝트 제안을 하거나 제휴를 맺기 수월했다. 그 결과로 배너 등의 광고를 받을 수도 있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더라도 다른 프로젝트에 가담할 수 있다. 아무튼 운영을 하려면 자금이 필요하고 매거진의 자금은 어디서 온다? 바로 광고이다. 오프라인 매거진에서 그랬든 온라인에도 광고를 넣는 것이 가장 베스트(였기도하고 이다), 그러면 광고주는 또 물어본다. 늬그 영향영이 우짜되노? 온라인 잡지는 주로 발행 부수로 말하지만 웹으로 넘어오니 결국 일일 유저 수(Daily Active User, DAU), 월별 유저 수(Monthly Active User, MAU), 순방문자(Unique Visitor, UV), 페이지뷰(Page View, PV) 등과 같은 수치를 통해 보여줄 수 밖에 없다. 당연히, 광고주가 호응할만한 수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조작이 또 그렇게...어렵진 않다...라는 말을 이렇게 하네요. 편집자 주)

틈새를 비집고 나와 주류가 아닌 비주류를 다루는 전문 매체들도 시장에 나와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지속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뮤직매터스나 플라워베드가 그러한 경우다(플라워베드는 문을 닫았다). 뮤직매터스나 플라워베드 모두 시장에서 필요한 기능을 했다(고 생각한다). 뮤직매터스는 팝 음악에 관한 이야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플라워베드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에 관한 이야기가 부족한 때 나와 역할을 했지만 결국 동력을 유지하지는 못했다. 일-일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페미니즘 문화 전문 웹진으로 좋은 역할을 했지만, 꾸준히 이어 나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 반대로 아이돌로지는 기사가 많진 않으나 아이돌 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여전히 살아 있으며, 비하이프의 경우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컨트리뷰터로 참여하고 있다. (그 덕인지 느슨하지만 오랜 시간 유지되고 있다.) 여성주의저널 일다와 고함20의 경우에는 앞서 말한 곳과 다르게 후원을 받는 형식이었고, 시작할 때부터 자발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참여가 가능한 곳으로 세팅했다. 레드불 미디어와 브리티시 서브컬처의 경우 기업이나 상품의 브랜딩을 위한 회사의 홍보 창구이기 때문에 수익 모델이 필요하기보다 우리 회사 제품이 쿨하고 멋들어져 보여 제품이 잘 팔리면 그로써 탄생의 목적을 성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광고비보다 적은 금액으로 유지하고 더 많이 벌 수 있다면..)

이렇게 힙합엘이를 제외한 여러 웹진의 이야기를 해봤는데(힙합엘이는 앞서 말한 것 외에도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봤다. 너무 많은 탓에, 다음 지면을 통해 하나씩 풀어보도록 하겠다.) 미디어 스타트업을 이야기하며 웹진이라는 단어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웹진 역시 미디어 스타트업의 한 형태임을 말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웹진이라는 단어보다 미디어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할 테지만, 많은 미디어 스타트업에 웹에 본진을 꾸리고 있지 않은가.

bluc
글 쓰는 일을 합니다. 주로 음악에 관해 쓰고, 가끔 영화에 관해서도 씁니다. 긴 시간 여러 온라인, 오프라인 매거진과 함께 일했고 뉴스 서비스를 비롯한 미디어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