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스타트업, 저널리즘과 묶어서 – 둘, 미디어 스타트업의 저널리즘은?
12월 6, 2017

미디어 스타트업, 저널리즘과 묶어서 – 둘, 미디어 스타트업의 저널리즘은?

한때 ‘인터랙티브 뉴스’라는 것이 유행이었고(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곳이 많다. 경향신문이 대표적이다), 기사는 사건의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유행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것이 이곳의 생태계이며 흐름인데, 당시 인터랙티브 뉴스는 때마침 등장한, 반응형 웹 제작에 유용한 Html5의 등장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모았고 각 언론사는 공도 많이 들였다. 그러나 깊이와 재미를 모두 캐치할 것만 같았던 시도는 다시 줄어들었고 한국의 언론은 제자리 걸음에 가까워 보인다. 중앙일보가 내부에 큰 변화를 주는가 하면 썰리ssully와 같은 베타 서비스를 런칭하기도 했으며, 외에도 여러 뉴스 서비스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보기에 한국에서의 시도는 소극적이며 거기에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전통적인 저널리즘, 그리고 언론고시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팔리는 시대에 종이 매체가 얼마나 권위가 있냐고 묻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은 불행히도 여전히 언론이 지닌 권력이라는 것이 실재한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 조선일보는 여전히 프레임 생산을 통해 현 정부 지지의 기세를 뒤집고자 노력하며 기자들은 각종 출입증을 소중히 여긴다. 그러나 출입증 같은 건 없어도 탐사보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도 그 정도는 변했다. 여전히 언론고시 준비반이라는 것이 실재하며 전통적인 저널리즘만이 사회 여러 현안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만약 언론고시 스터디 한 팀마다 컨셉을 만들어 미디어 스타트업을 만들면 한국의 언론 생태계는 더욱 혼란을 지닐 것이다. 물론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이들을 향해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바란다. 다만 한국은 여전히 상상력이 부족하다. 오히려 대형 언론사는 포털의 손 안에 있으며 독자와 다이렉트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이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동시에 이러한 부분을 개선할 여지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산재하며 개선해야 할 것이 많은데, 어제도 폰으로 어떤 아저씨가 신문 구독을 하라고 전화가 왔다. 피부로 느끼는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AI 저널리즘, 로봇 저널리즘, 그리고 데이터 저널리즘

미디어 스타트업에 보다 밝은 비전이 있다면 많은 이들이 뛰어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성공 사례나 본보기가 없으며 무엇보다 최소한의 안전망이 없다. 여기서 더욱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것이 있으니 바로 기술의 발전이다. 진중권 교수 이후로 수많은 지식 소매상들이 인문학과 기술은 결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실제로 인터랙티브 뉴스의 사례를 보니 좋은 콘텐츠와 좋은 기술이 만나면 더욱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 그러나 기술은 점점 많아지고 그걸 따라가는 사람은 콘텐츠 제작자가 아닌 기술자들이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데이터의 접근성과 활용이 유용해지며 저널리즘의 패러다임은 크게 흔들리는 듯했다. 데이터 기반 기사는 흔히 생각하는 취재와 달랐고 인공지능 저널리즘은 인력을 어느 정도 대체하는 듯했다. 그러나 로봇이 기자의 자리를 뺏는다는 루머는 결과적으로 틀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로봇이 사람들과 라포(사람 사이의 유대관계 혹은 신뢰)를 형성하며 집중 탐사를 하는 것이 아직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읽게 만드는 것’의 가능성과 한계

중앙일보의 썰리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언론사보다 강한 양대 포털은 각각 네이버 요약봇, 다음 자동 요약이라는 서비스를 지니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뉴스를 쉽게, 빠르게 전달해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SNS에서는 영상, 카드 콘텐츠가 힘을 지니고 있다. 수많은 미디어 스타트업이 영상과 이미지로 뉴스를 선보이며 텍스트의 시대가 지났다는 말에 힘을 실어주는 듯하다. 포털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뉴스 소비는 SNS, 특히 페이스북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영상 저널리즘이 힘있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글보다는 훨씬 직관적으로 현실을 드러내며, 편집의 여지가 있지만 우선 보여줌으로써 더 빨리 믿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하지만 영상 저널리즘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매체의 품격은 달라진다. 극단적인 구분이지만 결국 짜깁기 콘텐츠로 가느냐, 오리지널 콘텐츠로 가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오리지널 콘텐츠 없이, 결국 1차 콘텐츠에 해당하는 깊고 풍부한 콘텐츠 없이 재가공을 통해 운영되는 매체는 저작권의 문제든 소재의 문제든 한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워싱턴포스트는 저널리즘 자체에 집중하고 있으며,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에 충실한 모습이다. 또한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개념도 부상하고 있다.  특히 기사를 접하며 좌절하게 되는 매커니즘에 반발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과정에 관한 보도를 이야기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은 한 차례 유행에 그친다 할지라도 한 번은 생각해볼 만하다. 미디어 스타트업이 결국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를 이야기할 때, 당연히 그에 관한 정답은 없다. 각 미디어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그리고 다루고자 하는 가치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미디어 스타트업 중에서는 보다 가벼움을 추구하는 곳도, 더 묵직함을 추구하는 곳도 있을 것이며 경중에 상관없이 나름의 비전과 청사진을 향해 달려가는 곳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게끔 콘텐츠를 생산해낸다. 기성 언론이 포기하지 못하는 가치에 항변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사례를 이야기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각자의 미디어 스타트업을 만들어갈 때, 기존의 사례를 참고할지언정 답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쓰다 보니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버렸는데, 다음 회차부터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례를 꺼내며 다양한 미디어 스타트업의 양상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bluc
글 쓰는 일을 합니다. 주로 음악에 관해 쓰고, 가끔 영화에 관해서도 씁니다. 긴 시간 여러 온라인, 오프라인 매거진과 함께 일했고 뉴스 서비스를 비롯한 미디어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