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스타트업, 생각할수록 답답하긴 한데…
October 26, 2017

미디어 스타트업은 세계적인 ‘가짜 뉴스의 흥행’ 추세에 힘입어 더욱 어려운 점을 겪고 있다. 근거 없이 신념만으로 짜깁기한 영상과 글이 기자가 발로 뛰며 만든 기사보다 빨리 퍼지는가 하면, 스낵이라고 불리는 편집 큐레이션 영상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촛불 정국 기간에 뉴스 소비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지만, 기성 언론의 SNS가 활발해지는 동시에 늘어났던 것은 유투브에 잡다하게 생겨난 온갖 편집 영상이었다. 정치가 엔터테인먼트화된 것은 좋았지만 영상에 담겨있는 건 사실적 근거가 아닌, 믿고 싶은 걸 믿기 위해 만들어놓은 편집 콘텐츠가 다수였다. 발로 뛴 취재의 결과보다 맹목적 믿음에서 비롯된 왜곡의 편집이 더욱 통할 때가 많은데, 이는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트럼프 시대, 아베 시대, 그리고 독일을 위한 대안(AfG) 시대에 머무는 지금, 뉴미디어는 방향도, 내용도,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아졌다.

출처: 미디어오늘 

이는 기성 언론도 함께 겪는 어려움 중 하나다. 최근에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뿐만 아니라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마저도 하나로 묶여서 '한경오'라는 이름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다만 정권이 바뀐 이후로 종합편성채널이 편향된 정치 성향의 인사를 섭외하지 않는다는 점 등 아주 약간의 개선은 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재직 당시의 경험에 언론에 관한 불신, 실제 언론 탄압이 더해져 미디어는 이제 불신의 존재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정보를 전송하는 부분에 있어 정치, 사회 이슈가 아닌 다른 정보는 어떨까. 최근 KBS와 MBC의 장기 파업이 가능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KBS와 MBC가 별 필요가 없어서다. 사람들은 더 이상 방송으로만 정보를 접하는 것이 아니며, 공중파 방송만 보는 것도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BS와 MBC가 공백을 지니더라도 답답하거나 불편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케이블 프로그램,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이 공중파보다 더욱 재미있거나(재미의 지표는 상대적이지만) 시청률이 높은 경우가 많다. 기성 언론은 기성 언론대로 위기를 겪고 있다. 여기에 젊은 세대는 예능 프로그램도 네이버TV의 클립으로 보는가 하면 유투브, 페이스북 등 곳곳에 널린 재미를 쫓는다는 점은 더 큰 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국은 기성 언론이 스스로 몸집을 깎은 탓에 저널리즘의 문턱이 낮아지긴 했지만, 새로운 세대의 미디어는 아직 확실한 한 방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여전히 언론고시라 불리는 잔재가 남아있고 뉴미디어 자체에 관한 큐레이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당장 음악, 문화만 해도 인디포스트, 아이즈eyes, 다이드DYED, 힙합엘이 등 재미있고 새로운 매체가 알찬 정보, 탄탄한 콘텐츠를 지니고 있음에도 대중에게는 물론 업계 전반에도 널리 알려지진 못하고 있다. 각자의 씬,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며 새로운 영역을 만드는 것은 멋지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뉴미디어 역시 하나의 사업이다. 유명해지는 것이 각 매체의 과제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미디어라면 좋은 방식으로 좋은 이야기를 전파하는 것이 기능이다. 인터넷 시대에 사이트 주소만 알면 가볼 수 있는 곳을 여러 사람이 알지 못한다는 것은 아이러니지만, 그만큼 뉴미디어도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혹은 SNS라는 도구를) 맹목적으로 믿고 사용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의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페이스북이나 네이버라는 플랫폼 안에서 태어난 미디어 스타트업도 존재한다. (ex. 딩고, 피키캐스트 등)물론 네이버나 페이스북이 하루아침에 망할 일은 없지만, 그리고 네이버는 그래도 아카이빙이 가능한 형태이지만 형태 자체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은 꾸준히 공존해왔다. 이러한 방식도 미디어가 살아남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는 의견과 자체적인 생존 기술의 부재라는 의견의 충돌이 대부분이다. 다른 플랫폼을 통해, 그러니까 채널을 다양하게 두면서 미디어가 존재하는 것은 장단점이 모두 있다. 그러나 결국 채널의 톤과 매너에 어느 정도 맞는 콘텐츠를 내보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것을 하나의 온전한 미디어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텍스트든 영상이든 소위 말하는 1차 콘텐츠, 가공 이전에 깊이 있게 많은 분량으로 제작된 콘텐츠가 흥하지 못하다 보니 축약과 편집의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지금 유행하는 영상 콘텐츠들의 원본에 해당하는 자료는 누가, 어떻게 만들며 그것을 가공하는 데 있어 저작권과 같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관한 숙제가 남아있다.

첫 번째 글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나는 신념과 열정으로 미디어 스타트업에 뛰어든 경우를 많이 봤다. 그래서 앞서 말한 아이즈나 다이드처럼 꾸준히 멋지고 크게 미디어를 끌고 나가는 케이스를 주의 깊게 봤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탐사 보도 형태의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반갑고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나 새로운 매체들 역시 눈여겨보게 된다. 특히 주류의 프레임이 아닌 다른 프레임을 적용하기 위한, 그리고 새로운 세대를 위한 뉴스 서비스가 계속 생겨나고 또 사라지고 있는데, 그러나 그들이 참 안타깝다. 뉴스 서비스만큼 많이 뛰어드는 영역이 문화 쪽인데, 문화 쪽은 뉴스 서비스보다 조금 더 먼저 수많은 웹진이 태어났다 사라졌다. 그만큼 동력을 구하기란 쉽지 않으며, 좋은 비전과 콘텐츠가 있어도 그 외의 부분에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다.

읽다 보면 답답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 역시 이렇게 무겁고 진지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길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딘가에서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겠지만, 그리고 ‘이 정도는 나도 알아’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 번쯤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렇게 정리해봤다. 한국의 미디어 스타트업 중 다수는 여전히 확장성이 부족하다 느껴지고, 동력의 측면에서 성과를 낸다 해도 그것을 널리 알리고 자랑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거운 이야기를 한참 했으니, 다음 회차에서는 좀 더 가벼운 이야기, 그러니까 나의 경험과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부디 재미있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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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c
글 쓰는 일을 합니다. 주로 음악에 관해 쓰고, 가끔 영화에 관해서도 씁니다. 긴 시간 여러 온라인, 오프라인 매거진과 함께 일했고 뉴스 서비스를 비롯한 미디어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