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스타트업, 하고 싶으신가요?
September 21, 2017

글 하나. 미디어 스타트업?

200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복스Vox와 버즈피드Buzzfeed 같은 회사가 생겨났고, 2010년이 조금 지나 한국에서도 ㅍㅍㅅㅅ를 비롯한 미디어 스타트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미디어 스타트업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반대로 일본과 미국처럼 경제적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시장이 형성된 국가가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 조금만 찾아보면 알겠지만, 미국은 한 가지 비즈니스 모델만으로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으며 일본은 버티컬 미디어로 흡수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유럽의 미디어 스타트업의 경우 높은 가치를 측정받는 데 성공하거나 다양한 투자 단계 및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있다. 무작정 한국과 비교할 수도 없고 제한된 몇 가지 사례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미디어 스타트업'이라는 말은 적어도 생소한 존재는 아니게 되었다.

글 둘. 한국의 미디어 스타트업은?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작고 또 아쉽다. 비석세스를 포함해 스타트업을 다룬 미디어도 생겨나고 있고, ㅍㅍㅅㅅ처럼 밖에서 보기에 안착에 성공한 듯한 뉴스 서비스도 있다. 또 강정수 박사가 꾸려가는 메디아티에서 자라고 있는 미디어 스타트업도 다섯 곳(닷페이스, 긱블, 디에디트, 디퍼, 코리아 익스포제)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 ‘한국은’으로 시작하는 제한된 환경을 얘기할 수밖에 없지만, 미디어 스타트업이라는 존재는 여전히 생소하며 냉정하게 말해 아직 본보기로 삼을 수 있는 미디어 스타트업은 없다고 느껴진다. 당연히 미디어 스타트업이 매체에서 이야기하는 몇 회사가 전부인 것도 아니고, 그들이 반드시 이 시장을 개척하고 이끌어 나가라는 책임이나 사명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글 셋. 비즈니스 모델, 끝나지 않을 숙제

나는 힙합엘이, 스캐터브레인, 웨이브, 일다, 뮤직매터스, 고함20, 일-일, 플라워베드, 비하이프, 아이돌로지, 아이즈, 레드불 미디어, 비석세스까지 열 곳이 넘는 온라인 매거진에 있거나 있었다. 자연스럽게 온라인 매거진 전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내가 직접 글을 쓰는 곳이 아니더라도 여러 웹진에 관심이 있었다. 여러 매체의 흥망성쇠를 경험하고 또 지켜보면서 생존 방식을 찾다 보니 외국의 사례를 꾸준히 찾아볼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고 연구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내 매체를 가지고 싶은 나로서는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기획이 좋고 의미나 취지가 좋아도 생존이 보장되지 못하면 열정과 의욕은 동력으로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고, 각자 생업이 있지 않은 한 온라인 매거진이라는 것도 결국은 매체이고 종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금전적인 동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 금전적인 동력이라는 것은 여전히 숙제처럼 남아있다. 나는 여러 매체를 통해 경험하고 또 지켜봐 온 사례들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넷. 미디어 스타트업이 부딪혀야 할 것은

물론 금전적인 동력만이 전부가 아니다. 돈이 다가 아니라는 그런 말이 아니라, 금전적 동력 외에도 구축해야 할 과제는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미디어 스타트업을 정말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한다면 누군가는 엑시트Exit를 고민해야 하고 누군가는 기존 미디어와 경쟁할 수 있는 부분을, 누군가는 새로운 시장 환경 형성을 고민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미디어 스타트업 역시 기존의 미디어가 만나는 한계나 상황을 부딪칠 수도 있다’, ‘미디어 스타트업은 기존 미디어와 경쟁해야 한다’ 혹은 ‘미디어 스타트업은 기존 미디어와 다른 바가 없다’는 등의 지적과 부정적인 분석을 하기도 한다. 그들이 내놓는 지적 역시 현실이다. 그러나 만약 미디어 스타트업이 기존 미디어와 자꾸 비교를 당하고 그들과 부딪혀야 하는 거라면, 미디어 스타트업은 야심을 가지고 그들과 정말로 경쟁을 해서 기존 미디어를 밀어내고 대체해버릴 수 있는 전략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미디어 스타트업이라는 존재가 타겟으로 삼을 수 있는 연령대나 환경, 독자의 페르소나나 매체의 페르소나가 제한되어 있지만, 이는 한국 특유의 프레임 선취 경쟁에서 이기기만 해도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사회적 위상이나 메리트 있는 컨텐츠(탐사 보도, 신선한 소재, 비가시적 영역의 주목 등)가 있어야 한다. 기존에 언론고시를 통해 기자가 되었던 이들과 부딪혀야 하고, 이는 어쩌면 한국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싸워야 한다는 체력적 부담이 따르기도 한다.

글 다섯. 그래서 써볼까 합니다

해외와 달리, 한국은 매체나 매거진의 개체 수 자체가 적은 편이다. 그 상태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미디어 스타트업을 런칭했을 때 기존 매체가 가진 독자를 뺏어와야 한다는 것도 전략이다. 이처럼 미디어 스타트업은 수많은 전략이 필요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신념과 열정으로 미디어 스타트업에 뛰어든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왔다. 그러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다. 요즘 '냉정한 이타주의자'라는 책이 유행이지 않은가. 그만큼 미디어 스타트업에 있어서도 냉정한 이타주의자가 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이기적이어도 좋다. 미디어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살아남는 것 이상으로 ‘잘 살아남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쭉 지켜보면서 신규 뉴스 서비스를 비롯한 미디어 스타트업이 좀 더 많이 살아남았으면 하는 바람에, 그리고 앞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름의 도움이 되는 정리를 써보는 차원에서 이러한 기획을 해보게 되었다. 앞으로 이 기획을 통해 미디어 스타트업은 무엇이고 해외와 한국에는 어떤 미디어 스타트업이 있는지, 미디어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이들이 지닌 상황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혹시나 놓친 것이나 궁금한 것이 있다면 AS 역시 할 생각이다.

 

bluc

글 쓰는 일을 합니다. 주로 음악에 관해 쓰고, 가끔 영화에 관해서도 씁니다. 긴 시간 여러 온라인, 오프라인 매거진과 함께 일했고 뉴스 서비스를 비롯한 미디어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