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관람가 62. ‘아폴로 13’ – 성공적인 실패
August 18, 2017

고장 난 우주선을 타고 달에서 지구까지 돌아오기. <아폴로 13>(Apollo 13, 1995)의 주인공들이 집에 돌아오는 과정은 암담했습니다. 이 험난한 여정을 지켜보며 잊고 있던 제 기억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언젠가 인천에서 술 잔뜩 먹고 무일푼으로 종합운동장 집까지 돌아와야 했던 끔찍한 날이었습니다. 만취해서 지갑을 잃어버린 어떤 멍청한 자에게 인천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일은 우주에서 조난을 당한 것만큼이나 암담했습니다. 바보같이 죽을 뻔했습니다. 이불 밖은 위험합니다.

<아폴로 13>의 이야기는 놀랍게도 실화죠. 1970년 달 탐사를 위해 로켓을 타고 나간 우주비행사들은 달에 내려앉지 못하고 우주에 조난 당합니다. 부속품 하나가 문제를 일으켜 우주선 한쪽이 폭발해버렸기 때문입니다. 터져나간 곳은 하필 산소탱크였습니다. 우주비행사 짐(톰 행크스), 잭(케빈 베이컨), 프레드(빌 팩스톤)는 산소, 물, 전력 뭐 하나 충분치 못한 이 극한에서 끝내 생환합니다. 그 기적이 만들어지는 과정 속엔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로켓과 생존에 대한 이야기여서 그랬을까요. 꼭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들 같았습니다.

https://funteambuildingactivities.com/teamwork-and-the-apollo-13-mission/

제품 출시를 해내면 끝나는 아니다. 진짜 여정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은 이즈음 달 탐사에 시큰둥해졌습니다. 볼 건 아폴로 11호 때 다 봤다는 듯, 우주에 나가 생중계를 하겠다고 해도 모든 방송국이 편성을 거절합니다. 근데 그게 뭐 중요하겠어요. 우주비행사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미 저 너머를 보고 있습니다. 주변의 무관심과 무시에도 기어이 일을 벌이는 스타트업처럼, 로켓을 타고 우주로 갈 준비를 합니다.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로켓의 성능을 개선합니다. 그러면서 팀 빌딩을 합니다. 긴 시간을 인내하며 호흡을 맞추고 나자 “이젠 목소리만 들어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로켓은 성공적으로 떴습니다. 이제 됐다고, 성공이라고 모두들 말했습니다. 그러나 곧 진짜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음을 알게 됩니다. 변수가 나타납니다. 예측은 빗나갑니다. 경로는 끊임없이 조정되어야만 했습니다. 그때마다 자원은 말라갑니다.

익숙한 이야기죠. 많은 스타트업들도 제품만 잘 만들어 출시하면 바로 성공하는 줄 착각했습니다. 그런 일은 대체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제품 출시는 그냥 출발일 뿐이라는 걸 곧 뼈저리게 깨닫게 됩니다.

첫 제품으로 성공에 이르는 스타트업은 많지 않습니다. 아니, 아주 적습니다. 반짝하고 쉽게 성공한 것 같이 보이는 회사들도 알고 보면 칠전팔기의 스토리를 품고 있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첫 제품은 부족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그걸 운영해나갈 사람의 실력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사용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만큼이 되려면 제품도 사람도 아직 많은 발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초기자금의 사용계획은 ‘제품 출시까지’가 아니라 ‘제품 출시 후 초기 마케팅 비용과 최소 6개월 운영비까지’여야 합니다. 아니면 산소 부족으로 가다가 사망할 수 있습니다.

우리 팀은 팀웍 하나는 정말 좋다? 위기에서도 좋아야 그렇다고 말할 있다

희망을 품고 같이 타오를 때는 팀웍이 안 좋기가 더 어렵습니다. 근데 제품 출시 후 생각보다 성과가 없고 설령 생존위기에 놓이기라도 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폴로 13호의 항해가 그러했던 것처럼, 스타트업도 긴 항해의 과정에서 예상 못 한 문제들을 끊임없이 마주하게 됩니다. 영화 속 로켓이 작은 부품 하나 때문에 좌초된 것처럼 어떤 작은 문제 하나가 커져서 팀 전체가 흔들리는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때가 되어야 진짜 팀웍이 좋은지 안 좋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속 프레드는 생존위협에 놓이자 잭을 비난합니다. 그걸 보던 짐은 둘 사이의 소모적인 잘잘못 따지기를 멈추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합니다. 리더다운 행동이었습니다.

가끔 싸우고 원망할 수 있습니다. 잘 될 거라 믿고 열심히 했는데 막상 잘 안 되면 속상하니까요. 그럴 때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팀으로서 이겨내야 다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리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굴 비난하는 대신 자진해서 과오를 짊어지고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어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을 제시해주어야 합니다. 그런 리더가 팀에 있다면 다른 팀원들은 그 속 깊음을 알아주어야 하겠습니다. 위기를 이겨내는 이런 과정이 진짜 팀웍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https://er.jsc.nasa.gov/seh/news13.html

https://er.jsc.nasa.gov/seh/news13.html

개인도 세상도, '성공적인 실패들' 쌓였을 비로소 성장한다

아폴로 13호의 생환은 ‘성공적인 실패’ 사례였습니다. 문제가 생기는 걸 막지는 못했지만, 그 문제를 침착하고 현명하고 해결했습니다. 한 번에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거의 없다고 한다면, 우리의 성공은 결국 이런 성공적 실패들이 여러 개 쌓였을 때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도, 실패 앞에서 지나치게 낙담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개인도, 팀으로서도, 몇 번만 성공적으로 실패하면 됩니다.

좀 주제넘었네요. 스타트업 관람가는 돌아보면 늘 제가 저한테 하는 말들인 것 같습니다. 금주의 교훈진지충은 그럼 20000. #성공적 #실패 #성공적

 

영화 이미지 ⓒ Universal Studio

slogup
김상천 coo@slogup.com 슬로그업의 영화 좋아하는 마케터. 슬로그업은 개발중심의 IT스타트업입니다. 자체서비스 개발과 외주개발사업을 하며 늘 가치있는 무언가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