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의 세계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컴퓨터 기술을 통해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여 현실과 유사한 환경을 창조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가상현실 속의 사용자는 디바이스를 통해 가상현실 속 구현물과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가상현실은 디바이스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될 수 있다. 우선 데스크톱이나 스마트폰에서 입체감이 구현된 콘텐츠를 원하는 각도에서 즐길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큘러스와 같은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 Head Mount Display)를 활용할 수도 있으며, 키넥트(KINECT)와 같은 게임기 형태도 있다. 또한, 향후에는 원거리에 있는 로봇을 아바타처럼 조종하는 것도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는 이미 일체형(오큘러스 리프트)에서부터 스마트폰 탈부착형(기어VR), 카드 보드 형(구글) 등 다양한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아직은 사업자가 주도하는 시장
가상현실 시장은 스마트폰과 동영상, SNS 그리고 게임의 미래다. 그래서 이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인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기업은 직접 또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가상현실 시장은 소비자 주도(Customer-Driven)형 마켓이라기 보다 사업자 주도(Supply-Driven)형 시장의 성격이 강하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기존 시장의 포화에 따라 스마트워치와 같은 신규 시장이 필요한 상황이며, 디스플레이 업체는 가상현실 시장에서 요구되는 UHD 급 디스플레이 시장이 개화되기를 원할 것이다. 소니 역시 침체한 비디오∙콘솔 시장을 부흥시켜야 할 니즈가 크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결국 가상현실 콘텐츠의 플랫폼을 선점하거나 구글카∙구글 글래스 등 자사의 신규사업에 시너지를 내기를 바랄 것이다.
사업자들의 희망과 달리 아직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하고는 가상현실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3D TV의 실패에서 볼 수 있듯이, 가상현실 콘텐츠 역시 기술적인 성숙 이후에도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엇갈리는 가상현실 시장 전망
가상현실 시장에 대한 시장 전망도 다양하다. 2020년에 3.2조 원(비즈니스 인사이더)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부터 83조 원(트렌드포스), 426조 원(한국정보화진흥원)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어느 추정치가 더욱 현실적인지는 중국의 보급형 HMD∙콘텐츠 사업자인 '폭풍마경' 등 선도적 사업자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편 가상현실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니즈, 사업자가 제공하는 콘텐츠와 단말기 이외에도 UHD 급 콘텐츠를 무리 없이 송수신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한국 시장은 글로벌 가상현실 시장의 중요한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으며, 국내 스타트업이 국내 시장에서 성장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가 있다고 본다.
가상현실의 비즈니스 영역은 아직 체계화되지 않았지만, 매우 광범위하다. 이번에는 특히 콘텐츠와 디바이스(부품)을 중심으로 국내 주요 스타트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게임 콘텐츠, 스코넥 엔터테인먼트(Skonec Entertainment)
가상현실 시장의 성장에 따라 일차적인 영향을 받을 분야가 바로 게임 분야이다. 가상현실에 기반을 둔 게임은 기존의 게임보다 플레이어의 1인칭 성이 강조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게임 몰입도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현실감을 강조하는 슈팅게임 등에서 이러한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게임개발 산업은 최근 다소 주춤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다. 이러한 게임개발업계에서 가상현실 게임 콘텐츠 시장을 개발하고 선점할 스타트업이 등장할 수 있을까?
국내 기업 중 가상현실 게임 분야에는 상당히 많은 스타트업이 진출했거나 진출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이 분야의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스코넥 엔터테인먼트다. 스코넥 엔터테인먼트가 오큘러스와 협력하여 개발한 건 슈팅게임 '모탈블리츠(Motal Blitz)는 2015년 3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5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갤럭시 기어 VR에 장착되어 시연된 바 있다. 이후에는 코카콜라사의 '환타' 관련 VR 제작, 연예기획사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아이돌 유니버스' 게임개발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연예 콘텐츠, 무버(mooover)
게임산업에서의 가상현실이 게임의 몰입도를 증가시켜 게임의 매력도를 증가시키지만, 게임산업 전체가 변한다기보다 몰입도가 중요한 일부 장르에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연예콘텐츠 시장에서는 이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물론 3D형 콘텐츠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과적으로는 MP3 등 단순 음원 시장을 제외한 뮤직비디오나 영화∙드라마 시장은 전체가 가상현실 산업의 성장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연예인은 본래 일상적으로는 접촉이 어려운 존재이다. 하지만 유명 연예인의 집 근처를 방황하는 10대들과 같이 그만큼 일반인들이 접촉해보고 싶은 니즈가 큰 대상이기도 하다. 영화∙드라마 시청자들 또한 현재의 시청방식보다 더 불편하지만 않다면 현실감이 높은 가상현실형 콘텐츠를 더욱 선호할 것이다.
주요 스토리만을 감상하고 싶은 고객이 있는 반면 특정 연예인에 관심이 많은 유형도 있을 것이고, 주요 스토리 이외 조연 간 작은 스토리에 관심 많은 관객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미래의 영화∙드라마는 주인공이 앞에서 연기를 펼치는 동안 뒤에서 고객이 선호하는 조연의 활동을 더 보고 싶어 하거나 특정 연예인에 포커스 하고 싶어하는 관객의 수요까지도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버(mooover)는 이런 연예 분야 가상현실 분야에서 한 발짝 앞서가고 있다. 이미 지난 해말 네이버케스트 VR 채널을 공식 오픈하고, 인피니트, 스텔라 등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바 있다.
실내공간 콘텐츠, 어반베이스(Urbanbase)
영화나 드라마, 게임 이외에 가상현실에 적합한 콘텐츠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실내 공간정보일 것이다. 어반베이스는 건축가 출신 프로그래머들이 모여, 실내 공간정보를 활용한 콘텐츠 및 VR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특히 어반베이스는 건축물의 2D 도면을 수초 내에 3D로 변환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어반베이스가 향후 확보하게 될 실내 공간정보는 그 자체로도 활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구글맵과 같이 가상현실에서 중요한 인프라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유명 명소의 공간정보는 잠재적 여행객들에게 제공될 수 있고, 지도 사업자와 협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사업자와 협업하여 게임의 배경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어반베이스의 비즈니스가 이처럼 기존의 사업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건축물 스캐너와의 시너지를 통해 신규 비즈니스를 발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어 3D 도면과 공사현장을 비교하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가능하다면, 건설사가 공사진행 현황을 발주처와 공유하여 그들의 니즈를 맞추는 것도 간편해질 것이다. 현재는 대형건축물의 경우에 건물의 외형은 소형비행기나 드론 등을 활용하여 진척도를 확인하지만, 실내공간은 감리나 발주처 관계자가 직접 방문하지 않고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라온텍(Raon-Tech)
가상현실 단말기는 미래에 어떤 모습일까? 현재의 오큘러스와 같은 일체형 단말기는 여전히 가격이나 크기 모두 부담스럽다. 그래서 현재로써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스마트폰 탈부착형이 당분간 대세이겠지만, 결국에는 선글라스 형태의 일체형 단말기가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일체형 단말기에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손톱 크기만 한 작은 크기에서 구현해야 한다는 제약이 존재한다. 스마트폰 등에 주로 사용되는 LCD나 OLED는 이 작은 크기에서는 고해상도를 구현하기 힘들다. 가상현실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역시 별도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라온텍이 개발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는 실리콘 반도체 웨이퍼에 일반 반도체 공정이 아닌 'LCoS(Liquid Crystal on Silicon)' 공정을 적용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웨이퍼를 자른 뒤 특수 거울과 액정을 올린 것이다. 향후 전용단말기 시장의 확대에 따라 회사의 성장세도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픽 프로세서, 실리콘아츠(Siliconarts)
실리콘아츠는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Realtime Ray-Tracing) 기술로 유명한 팹리스 업체로, 미국 전자∙IT 전문매체인 'EE Times'가 발표한 '2015년 주목해야 할 반도체 스타트업'에 선정되었다. 당시 실리콘아츠의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 기술 기반의 '레이코어 GPU'는 모바일 그래픽스 생태계를 흔들 기술로 소개되기도 했다.
레이트레이싱(Ray-Tracing) : 컴퓨터 그래픽 상의 개념으로, 표시할 물체와 광원을 설정한 후 광원에서 나온 광선이 물체에 반사되는 모습을 시뮬레이션해서 색의 변화를 표현하는 기법을 의미. 각 화소는 각각의 광선의 추적으로 표시되어 많은 양의 계산이 필요하게 되지만, 더욱 사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실리콘아츠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가상현실, 증강현실을 지원하기 위한 개발작업을 진행 중이다. 가상현실 시장의 성장에 따라 실리콘아츠의 성장 가능성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픽스 관련 전문 시장조사∙컨설팅 업체 JPR에 의하면 실리콘아츠는 현존 그래픽 프로세서 업체들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며, 향후 5년 내로 인수될 것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