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은행은 원래 '종이나 금속'으로 만들어진 화폐를 보관하기 위한 장소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오히려 보관에 따른 수수료를 청구하다가, 대출을 통해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는데 이러한 '예-대 마진형' 비즈니스 모델은 최소 수백 년간 성공적으로 운영됐다. 그래서인지 은행을 포함한 금융산업은 변화에 매우 보수적이다. 결국, 금융시스템의 변화는 금융산업 내부에서보다 외부인 기존 금융업 종사자나 IT 산업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새롭게 등장하는 이러한 핀테크 분야 비즈니스들이 기존과 본질에서 차별화되는 부분은 바로 이들이 은행과 같은 '매개자'가 중심이 아닌 당사자, 예를 들어 '투자자-피투자자'가 직접 연결된다는 점이다. 또한,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프로세스의 단순함과 안전함을 동시에 요구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트랜드를 주도하는 핀테크 분야 국내 주요 스타트업을 살펴본다.
초간편 송금, 토스(Toss)
송금은 불편하다. 그 불편함은 오프라인 점포에서 ATM으로, 인터넷 뱅킹으로,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점차 줄어들었지만, 아직 만족할만하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이체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넣고, 상대방의 계좌번호와 보안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금액을 입력하고, 또 이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또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이 중 실제로 이체와 관련된 행위는 계좌번호 입력과 이체금액을 입력하는 단계 두 번뿐이다. 게다가 '아는 사람'에 대해서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은 이름과 연락처다. 친한 친구라도 계좌번호를 미리 알고 있기는 힘들다. 이체금액 입력 말고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것이다.
보안과 관련된 네 단계를 건너뛰고 상대방의 계좌번호도 필요 없는 이체방식은 없을까? 이러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스타트업이 바로 '토스(Toss)'이다. '토스'는 이미 송금과 관련된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누적 송금액 1,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단일 간편 송금 서비스 중 최대금액을 취급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최근에는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한 은행이체 수수료가 점점 하향화되는 추세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설정한 이체 한도 내에서 수수료 없이 이체한다. 아무리 '토스'의 서비스가 편리하다고 하더라도 10만 원(혹은 30만 원) 한도 내에서 20회까지 무료라는 제약을 염두에 둔다는 것 역시 불편한 요인이다. 아직 은행 앱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 편리하면서도 한 편으로 불편하기도 한 것이다.
점차 무료 서비스로 전환되는 추세인 송금으로 수익을 내기보다 고객 모집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송금을 통해 모인 고객군을 기반으로 결제서비스 가맹점을 확대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방안이 바람직해 보인다.
P2P 대출, 8 퍼센트(8 PERCENT)
현재의 은행제도에서 예금계좌를 가진 개인은 사실상 대출의 주체이기는 하지만, 대출 과정에서는 철저히 배제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대출과 관련된 복잡한 업무를 은행이 전담하는 대신 은행이자라는 낮은 수익에 만족해야 했다. 지금까지는 은행을 건너뛰고 현실적으로 개인이 대출받을 사람을 찾아내고 그 사람의 신용을 평가하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만 P2P 대출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P2P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중개자로서의 대출 플랫폼의 인지도와 신용평가 역량이며, 같은 신용평가 역량을 가진 스타트업이라면 인지도와 신용평가 역량 모두 선두 사업자가 훨씬 유리한 비즈니스이기도 하다. 또한, P2P 대출은 부동산∙채권 등에 대한 투자방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으나 이러한 비즈니스는 중장기적으로 기존 금융권과의 차별화가 어렵고, 또 직접적인 경쟁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그러므로 핀테크 비즈니스에서는 기존 금융권이 침범하기 힘든 대출을 핵심 사업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8 퍼센트'는 이러한 측면에서 P2P 비즈니스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P2P 대출 비즈니스가 성장하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소비자의 관점에서 예금과 비교해보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P2P 대출은 예금과 달리 일정 기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현재까지는 이런 한계가 투자에 따르는 당연한 제약으로 여겨졌지만 향후 폭발력 있는 성장을 위해서는 예금과 같은 수시 출입금이 필요한 고객까지 유치할 필요가 있다. '8 퍼센트'에서도 이런 점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진 중인 채권양도와 같은 후속 투자자와의 매칭과 더불어 안심펀드의 등을 통한 매입으로 이런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크라우드 펀딩, 와디즈(WADIZ)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크라우드 펀딩은 SNS를 이용한 다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는 지분투자, 후원∙기부 등은 물론 P2P 대출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들은 모두 다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실은 엄연히 다른 분야라고 생각된다. 여기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 또는 후원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크라우드 펀딩 업체로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이슈 케이스'의 발굴 능력이다. 다수 개인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방문으로 연결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지속해서 끌 수 있는 케이스가 얼마나 있는 지이다.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고 이야깃거리가 많다면 사람들은 모여들게 되고, 그 효과는 다른 케이스에도 미치게 된다. 투자받기를 원하는 개인이나 기업 역시 당연히 이슈가 되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업체로 더욱 몰리게 된다.
그다음으로는 '기획력'이다. 크라우드 펀딩에 투자나 리워드를 요청하는 아이디어나 기업은 보수적인 금융산업의 투자기준에서는 불합리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들에서 참신한 부분을 가려내고 다듬어주는 것이 크라우드 펀딩에서 담당해야 할 역할이다. 그리고 투자형(또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더욱 중요해진 부분은 '투자가치 정보의 제공'이다. 이 부분은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때와 같은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와디즈'는 선순환 구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이슈가 된 '미래식사, 밀스 프로젝트'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싸이월드 투자'건 등을 지속해서 유치하고 있으며 이들을 호소력 있게 소개하고 있다.
마케팅의 측면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사실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케이블 홈쇼핑 채널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와디즈'의 성장세를 가속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홈쇼핑채널의 성공 요인을 벤치마킹하고, 그뿐만 아니라 홍보채널을 확대하여 주요 아이디어·기업별로 잠재적 투자자와 문답할 수 있는 인터넷 방송을 진행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로보어드바이저, 뉴지스탁(NEWSY STOCK)
주식 투자에 경험 있는 사람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가 아닌 대부분의 개미투자자는 소문에 의하는 경우가 많다. 애널리스트가 분석한 보고서도 대기업이나 이슈가 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자칭 전문가임을 내세우며 투자자문을 해주는 다양한 카페가 있지만, 신뢰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증시 급등락 시마다 수많은 개인이 손해를 봐왔지만, 지금까지는 개인에게는 주식투자라는 것이 그냥 그런 것이려니 해온 것도 사실이다.
사실 주식투자를 성공적으로 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한 가지밖에 없다. 변곡점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는 추세에서는 내리는 추세로 변환되는 변곡점을 알면 그 전에 팔 수 있고, 반대로 내리는 추세에서는 변곡점이 합리적인 가격 수준이나 기간 내에 있지 않으면 팔아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변곡점이 바로 '미래'라는 시점에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은 미래 주가 변화의 '징후'를 미리 파악하는 일이다.
투자 대상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능력도 부족하고, 실제로 활용할 만한 데이터 역시 부족한 개인에게 현재보다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은 없을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뉴지스탁'이다. '뉴지스탁'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1,900여 개 전 종목을 대상으로 계량적 분석(Quantitative analysis)을 통해 추천종목, 매도 시점 등을 선정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종목을 추천받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별로 추천기준을 조정함으로써 개인화시킬 수 여지도 있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S) 운용, 주식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뉴지스탁'은 개인들에게 가장 접근 가능성이 큰 주식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에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역량은 결국 모델의 경쟁력과 데이터의 정합성이다. 국내 금융시장도 향후 한국의 MSCI 선진지수 편입 등에 따라 외부변수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 등 투자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뉴지스탁'이 이러한 투자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기본적인 역량을 지속해서 강화하면서, 현재 준비 중인 바와 같이 투자영역 및 시장확대를 추진한다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는 누적된 글로벌 주식 동향 분석에 기반을 둔 머신러닝으로 각국 주식시장의 예측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스마트 멀티카드, 브릴리언트 카드(BRILLIANT CARD)
핀테크 비즈니스에서 결제서비스라고 하면 페이팔이나 알리페이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전자상거래 이외에도 AT&T 등 통신, 자동차보험, 전기·가스료 지급 시 자동결제로 선택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결제정보를 한 번만 저장하는 것으로 끝난다. 우리나라가 보안에 집중하느라 모든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강요하는 프로세스라면 이들은 우선 결제절차를 최소화한 다음 보험 등을 통해 사후적으로 수습하는 체계이다. 실제로 페이팔의 경우에도 하루 1천만 건의 결제 중 0.33% 수준의 결제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간편결제로의 전환은 제도적인 개선 이후에도 보안기술뿐만 아니라 보험 등과 같은 인프라 개편까지 추진되어야 하는 어려운 길이다.
국내에서 간편결제가 활성화된다고 하더라도 그 서비스로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해외로 진출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는 긍정적으로 판단하기 힘든 것 같다. 그렇다면 최소한 페이팔∙알리페이와 경쟁하지 않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신용카드는 온라인에서는 점차 휴대전화 안으로 혹은 단순 결제정보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갑 속에 몇 장씩 가지고 다니는 신용카드는 미래에는 스마트폰 앱 중의 하나로 남을 수 있다는 전망을 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런데 오프라인 결제에서도 삼성페이와 같은 휴대전화 기능이 신용카드를 완전히 대체하게 될까?
휴대전화가 신용카드를 대체하려면 우선 지갑이 필요 없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려면 운전면허증까지도 휴대전화에 넣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은 단기간에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갑 속의 신용카드 역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휴대전화를 켜고 신용카드 앱을 실행하는 것보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는 것이 오히려 간편하기 때문이다.
지갑이 존재하는 한, 지갑 속의 카드 개수를 줄이는 아이디어가 더욱 실효성이 있다. 그래서 '브릴리언트 카드'는 향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신용카드 플랫폼으로 진화할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브릴리언트 카드'가 이러한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회사와의 제휴 이외에도 몇 가지 개선점이 필요하다. 우선은 우리가 모두 지갑 또는 차 안에 가지고 다니는 자동차보험 증서를 통합하는 방안이다. 신분증 이외의 모든 정보를 이 플랫폼에 통합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최초 발급 카드와 같은 모양으로 디자인하는 등 카드사들이 관심 가질 유인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