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기대되는 한국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5선
2016년 03월 07일

식비 지출 비중과 규모

우리는 한 달에 얼마나 식비를 지출할까? 2015년에 우리는 한 가구당 매월 260만 원을 소비지출*하며, 전체 지출의 약 14%인 약 35만 원을 식료품(알코올, 담배 제외)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고, 비슷한 수준(약 13%)인 약 34만 원을 외식비로 썼다(통계청,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 도시 기준). 둘을 합하면 전체 소비지출의 약 27%인 약 69만 원을 이 항목에 소비한 것이다. 이는 가구당 통신비 약 12만 원(약 4.8%)의 5.6배에 달하는 큰 금액이다.

소비지출은 전체 지출 중 조세, 연금, 사회보험, 이자비용 등을 제외한 지출을 의미

푸드테크란?

이러한 푸드 비즈니스에 스타트업의 침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푸드테크 비즈니스는 좁게는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이 융합된 분야를 의미하지만, 굳이 그런 의미로 한정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기존의 푸드 비즈니스에서 소비자 편의성이 증대된 비즈니스를 포괄하는 의미로도 정의할 수 있다.

정부의 실패 vs 푸드테크의 성공

특히 농산물 유통시장은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현 정부에까지 수많은 정부에서 개혁을 시도했다가 좌절했던 분야이기도 하다. 처음 농수산물 유통개혁을 추진했던 1993년에는 중개인들이 집단 반발하여 한동안 농산물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상당 부분 해결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그래서 국민이 농식품부에 바라는 정책 리스트 Top 3도 모두 유통과 관련되어 있다.

국민이 농식품부에 바라는 정책 버킷리스트 Top 3 (2013)
1.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새로운 직거래 모델을 만들어주세요
2. 대형유통센터를 건립해 유통단계를 축소해주세요
3. 농산물 수급 안정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주세요.

푸드테크 산업은 정부가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한 소비자의 숙원을 근본적으로 해결해내고 있다. 다만 푸드테크, 특히 농산품 유통분야의 스타트업은 점차 노령화되는 농촌의 현실을 중·장기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농촌인구가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도 2015년 37%에서 2024년에는 44% 수준으로 향후 10년간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변화하는 농촌의 현실을 고려하여 비즈니스를 개선해갈 필요가 있다.

헬로네이처(hello NATURE)

HELLONATURE

'헬로네이처(hello NATURE)'는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 시장에 특화한 온라인 리테일러다. 현재 800여 개 이상의 농가와 협업하여 약 1,000여 개에 달하는 신선·가공식품을 직접 소비자에게 배달한다. 서울 일부와 경기도 일부(분당) 지역에는 곤지암에 있는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자체 배송 인프라를 갖추고 주문 다음 날 배송해준다.

'헬로네이처'의 특징은 유기농 농산물을 소량으로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문한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장악한 일반 농산물 시장과 달리 유기농 농산물 시장은 소규모 업체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는데, '헬로네이처'는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헬로네이처'의 배송 인프라는 매우 훌륭하지만, 여전히 개선할 점이 있는 것 같다. 가정배달은 소비자로서도 가장 편리한 방법이지만, 관리실이 없는 원룸이라든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어 하는 고객에게는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편한 방법이기도 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고객이라면, 실리콘밸리 지역의 '커브사이드(Curbside)'와 마찬가지로 퇴근길에 일정한 장소에서 헬로네이처 직원이 직접 자동차 트렁크에 실어주는 방법은 어떨까?

테이스트샵(tasteshop)

TASETSHOP

요리를 준비하려고 마음먹으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요리하는 것에 취미가 있거나 웬만한 경력이 있지 않고서는 요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늘 부담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요리학원에 다니지 않는 이상 할 수 있는 요리가 정해져 있다.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 이외에도 가끔은 별미를 만들고 싶지만, 거기에 투자할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선뜻 시작하기 힘들다. 요즘은 대부분 가정이 맞벌이인 상황을 고려해볼 때, 요리를 잘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그래서 집에서 먹는 음식에는 질리고, 그렇다고 매일 외식할 수도 없는 모순을 사람들은 경험한다.

'테이스트샵(tasteshop)'은 소비자들의 이러한 니즈를 충분히 만족하게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허니브레드 크림 파스타, 멕시칸 치킨 스튜와 같은 음식점에서나 먹을 수 있을 법한 요리를 집에서 할 수 있게 해준다. 매주 1개 또는 2개의 요리재료를 2만 원 정도의 가격에(1개 요리 기준) 레시피와 함께 제공해주는 것이다. 게다가 바쁜 주에는 건너뛰는 옵션도 있다.

현재 '테이스트샵'에서 구매할 수 있는 멤버십에는 매주 1개 또는 2개의 요리를 고르는 옵션밖에 없다. 앞으로는 요리를 배우고 싶은 니즈도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요리를 재료와 함께 배달해주고 간단한 질문에도 게시판으로 답변하는 '온라인 요리학원' 옵션을 개발해보는 것은 어떨까?

해먹남녀

HAMOK

요리하는 프로세스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다. 상황에 맞는 메뉴를 결정하고 거기에 맞는 재료를 사서 조리하거나 냉장고에 있는 재료에 맞춰서 거기에 맞는 음식을 생각해봐야 한다. 이미 온라인상에는 무수히 많은 레시피들이 있지만, 요리 별로 구분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20~30대의 1~2인 세대들은 기존과는 다른 패턴으로 요리한다. 나가서 사 먹기는 부담스럽지만, 집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 요리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최대한 간단하게, 하지만 맛있는 요리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인터넷에 있는 기존의 레시피들은 대부분 재료를 고르는 것에서부터 손질까지 하나하나 공을 들여야 한다.

'해먹남녀'는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맞는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레시피 공유 서비스인 '쿡패드(Cookpad)'를 한국시장에 도입한 것이다. 우선은 소비자가 요리를 정하는 다양한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따라 레시피를 제공한다. 특히 20~30대 1~2인 가구 소비자의 성향에 맞는 간편식, 반 제조 식품 등 다양한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20~30대 가구가 선호하는 레시피에 대한 DB 구축∙활용을 통해 음식재료 배달이나 오프라인 식당과의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신규 비즈니스 발굴이 가능할 것이다.

다이닝코드(Dining Code)

DINING CODE

미국에서는 맛집이나 헤어샵, 자동차 수리점 등과 관련된 지역 정보는 '옐프(Yelp)'를 통해 얻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네이버의 윙스푼이 철수한 이후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한국의 맛집추천 앱은 춘추전국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기존의 맛집추천 방식과 달라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 가지 정도로 생각된다. 첫째, 무엇보다 평가의 공정성일 것이다. 기존의 맛집 추천 앱들은 사실상 식당들의 마케팅 통로로 활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추천된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가도 객관적으로 맛이 없는 집일 경우가 많았다. 둘째, 평가의 공정성이 확보되더라도 맛집의 평가는 개인의 선호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20대 여대생이 올린 맛집 평가를 40대 직장 남성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실 한국에서는 유명 음식점도 자주 변화하고 사람들의 입맛도 금방 변화한다. 소비자가 3년 전에 좋아했던 맛집을 지금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맛집 앱은 이러한 트랜드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맛집과 관련된 스타트업들이 유난히 빅데이터를 강조하는 이유도 이런 배경이 깔렸을 것이다. '다이닝코드(Dining Code)'는 직접 앱에 올린 평가를 중심으로 하기보다 블로그에 게시된 콘텐츠를 스크롤 해 분석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광고성 블로그를 필터링하는 방법을 통해 평가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하고, 최신 블로그 글에 대해 가중치를 주어서 트랜드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개인의 선호를 반영하여 개인별로 최적화된 맛집 추천도 가능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식권대장

sikon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원증으로 직원식당이나 제휴식당에서 식사 결제를 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직원 수가 적으면 그런 투자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아직도 상당히 많은 회사의 구내식당∙제휴식당에서 종이 식권이나 장부를 활용한다. 문제는 종이 식권이나 장부 역시 정기적으로 총무팀 직원이 일일이 결제하는 등 관리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직원들이 선호하는 제휴식당을 늘이고 싶어도 관리부담으로 쉽지 않다.

인프라 구축 비용을 절감하면서 관리의 부담도 적은 제3의 아이디어는 없을까? '식권대장'은 그런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했다. 기업이 식권대장의 서비스에 가입하고, 직원들은 식권대장 앱을 깔기만 하면, 정산은 식권대장에서 처리해준다. 직원의 관점에서 식권보관의 불편함이 사라지고 선택할 수 있는 식당이 많아질 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에서도 상품권 형태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기업으로서도 식권관리가 편해지고 비용이 절감될 뿐만 아니라, 제휴식당의 입장에서도 환영할만한 일이다.

'식권대장'의 비즈니스가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은 사업기회의 측면과 아울러 비즈니스 모델도 탄탄하다는 부분에 있다. 실제로 기업으로서도 절감된 비용 일부를 수수료로 지급하고, 식당에서도 신용카드 수수료를 더는 만큼 수수료를 낼 여력이 커지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식권대장' 앱을 설치한 기업의 주변 제휴식당에서는 식권대장에 마케팅을 해야 할 니즈도 커지게 된다.

앞으로는 '식권대장' 사업을 추진을 통해 확보된 식당데이터에 바탕을 두어 지역별 맛집을 선정하는 추가적인 비즈니스 기회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건우 기자 (2015~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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