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대표 알파고, 인간 대표 이세돌을 꺾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국 전에는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친 전문가들도 많았지만, 결과는 처음 3판을 연달아 이긴 알파고의 승리로 나타났다.
3월 13일 치러진 4국에서 이세돌 9단의 승리로 분위기가 다소 호전되기는 했지만, 예상치 못한 알파고의 승리에 많은 사람이 당황스러워하고, 일부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지배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과연 공정한 게임이었나
순수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이번 게임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보자. 알파고와 이세돌의 승부를 가른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만약 둘의 '능력'이 같거나 이세돌 9단의 능력이 한 수 위라고 해도 '승부'에서는 충분히 알파고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1) 경험의 차이 : 인간에게는 몇 개월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매일 3만 대국을 치르는 알파고는 하루 평균 3번 대국하는 프로 기사를 기준으로 볼 때 하루가 35.7년에 해당한다. 알파고는 인간의 기준으로는 이미 천 년 전부터 '현재 중국식 바둑'을 두어온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수재도 천 년 정도 노력하면 길어봐야 30년 정도 노력한 천재를 이길 수 있다.
2) 기억력의 차이 : 기억력에서도 인간과 차이가 있다. 알파고는 천 년간 둔 자신의 기보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 이 기억력의 차이는 실제로 바둑을 두는 상황에서도 차이를 발생시키는데, 수를 결정하기 전의 알파고의 계산은 인간의 생각과 차원이 다르다. 알파고는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실제로 바둑을 두어보고 그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과 같다. 겉으로는 알파고-이세돌 간의 한 대국만이 '표현'되지만, 실제로는 '연산'을 통해 몇십 수 이상까지 실제로 '두어보고 물리고'를 여러 번 한 다음에 자신의 수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세돌은 한 번밖에 둘 수 없다.
3) 부담의 차이 : 알파고는 프로그램의 일종인 만큼 심리적으로 흔들릴 일이 없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의 부담은 상당하다. 대국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이런 성향은 더욱 두드러져 나타난다. 프로야구에 비유하자면, 마치 상대 팀에 선동열이나 류현진급의 마무리가 있어서 7회 이전에 이기지 못하면 그 경기는 포기해야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이세돌 9단에게는 인류 대표로서의 짐과 함께 초반에 승부를 내야 하는 부담 역시 클 수밖에 없다.
기술발전과 문화충격
하지만 사실 공정성의 문제는 '알파고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 대중으로서는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던 갑작스러운 알파고의 승리에 문화적인 충격을 느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는 '스마트폰의 등장' 등으로 인간에게 이롭기만 하던 기술이 앞으로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와 같은 암울한 미래로 이끄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그 원인이다.
하지만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은 인간의 적이 아니라 인간의 피조물이다. 결국,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은 다음에 소개하는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의학, 생물학을 포함한 일상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하고, 인류가 꿈꾸는 미래를 더 빠르게 이루도록 도울 것이다.
미래 기술에 대한 인식의 기회
알파고 사건은 이를 눈앞에서 겪은 한국 사회, 그리고 인공지능 분야와 이와 관련된 스타트업계 전반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는 알파고와 같은 단순히 인공 지능에 관한 관심뿐만 아니라 이의 기반인 빅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기술' 등 다양한 미래 기술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이 환기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 이미 구글이나 IBM, 소프트뱅크, OSRF(Open Source Robotics Foundation)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 관련 기관에서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컴퓨터가 먼저 승리한 '체스'의 유망주였던 '하사비스(Hassabis)'가 오늘의 알파고를 만든 것처럼, 알파고의 승리로 인한 한국 사회의 충격이 미래 인공지능 기술발전을 이끄는 한국의 리더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코노랩스(KONOLABS)
여러 사람이 모여 스케줄을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제가 정해진 뒤에는 우선 참석자를 결정하고, 만날 시간을 결정해야 하고, 장소를 결정해야 한다. 이 경우 대부분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일정과 대략적인 장소를 정한 다음에,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일정을 정리한다. 어떤 사람은 데스크톱으로 아웃룩의 초대기능을 활용하거나 스마트폰으로 구글∙애플 캘린더에 입력하여 일정을 각자 정리하는 사람도 있다.
미팅 참석자 중 두 명만 바쁜 사람이 포함되어도 시간을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시간이 비어있다고 잘못 생각했다가 뒷수습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보면 회의하는 것보다 더 힘든 스케줄링을 간단하게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코노랩스(KONOLABS)'의 '코노(KONO)'는 머신러닝 기반의 스케줄러 앱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포함된 장소∙위치 등과 같은 정보, 캘린더에 포함된 과거 이벤트, 엘프(yelp), 트위터, 구글맵 정보 등을 활용해서 개인별 상황에 맞는 시간과 장소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앞으로는 섭스크립션이나 장소추천 등을 통한 유료화 모델도 고민하고 있으며, 카카오톡과 같은 메시징 서비스와의 연동도 염두에 두고 있다.
스케줄러 앱의 특성상 메신저 앱과 같이 어느 정도 이상의 사용자가 확보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용 앱이라는 측면을 고려하여 B2C(Business to Customer) 마케팅과 함께 B2B(Business to Business) 영업을 동시에 진행할 필요가 있다. 또는 B2B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앱과 협업을 추진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기업 고객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 경험이 전파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루닛(Lunit)
의료 진단분야에서는 작년 '테라노스(theranos)'로 인한 소동이 있었다. 종전의 1,000분의 1분량의 혈액만으로도 수백 가지 질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해서 2014년 포천지 커버 스토리에도 등장하고 기업가치 90억 달러(한화 약 10조 원)로까지 평가받는 스타트업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만한 기술력이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진실로 드러났다.
테라노스의 실패와는 별개로, 의료영상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필두로 한 스타트업의 의료분야 진출은 지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루닛(Lunit)'은 이미지 인식분야 국제대회인 '이미지넷'에서 2년 연속 10위권에 진입한 딥러닝 기술력을 기반으로 기존의 의료영상 판독 소프트웨어보다 더욱 높은 정밀도로 이미지를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유방 촬영술과 유방 병리조직 검사와 관련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루닛의 핵심 성공 요인은 판독 대상인 영상의 확보를 통한 분석결과 제공과 의료진과의 협업을 통한 지속적인 검증이다. 기존 영상판독 소프트웨어의 정밀성이 이슈가 되는 분야를 선정해 분석 가능한 데이터와 의료진과의 협업이 쉬운 시장을 선점해 상용화를 추진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루닛의 백승욱 대표는 이와 관련해 유럽이나 개발도상국 지역으로 우선 진출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스탠다임(Standigm)
인공지능을 통해 신약개발 일정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우선 개발비 부담이 줄어든 제약사로서는 기존보다 더 많은 신약을 개발할 것이고, 개발이 끝난 이후에도 후속 약품을 계속 개선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질병이 출현한 때도 그에 대응하는 약을 개발하는 일정이 단축되어 그에 대한 좀 더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다.
'스탠다임(Standigm)'은 인공지능과 시스템생물학의 성과를 제약 분야에 적용하여, 대규모 의학∙생물학 정보를 통해 약물의 효과를 예측하는 모델링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과정에서 약물 후보군을 결정하거나 임상 환자군을 선별하는 데 있어서 최적화 수준을 높일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기존에 10년이 넘는 기간과 1조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던 약물 개발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현재 스탠다임은 '약물 조합의 효능예측'을 주제로 세계 10대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주최로 열린 '드림 챌린지'에 참가 중이다.
플런티(Fluenty)
외국어 공부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책 제목 중의 하나는 '많이 쓰는 문장 500개'와 같은 유형이다. 실제로 우리가 매일 쓰는 말은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그다지 많은 문장을 쓰지는 않는다. 특히 개인 간의 간단한 인사말은 대부분 패턴이 정해져 있다. 이런 일상적인 말들은 굳이 일일이 입력하지 않더라도 몇 개의 추천옵션 중에서 고를 수는 없을까?
이러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된 스타트업이 '플런티(Fluenty)'다. 플런티가 개발한 텍스트 딥러닝 기반의 '토키(TALKY)'는 4억 건 이상의 대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 사용자의 메시징 편의성을 높일 수 있게 해주는 앱이다. 김강학 플런티 대표는 향후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하여 이에 맞는 메시징을 제안하는 예측형 서비스로 개발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개인이 사용하는 표현 중 상당한 비중이 반복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나이나 기분∙상황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이 개인마다 조금씩 다른 것도 사실이다. '토키'와 같은 서비스가 개인 간의 미묘한 표현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상대방에게는 당황스러운 느낌의 문자가 발송될 수도 있다. 특히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대화를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 주로 친한 친구나 동료 등이라고 생각해보면 그런 위험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플런티 역시 이런 개인화의 문제를 지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스캐터랩(Scatter Lab.)
올해 초 애플은 사람의 표정을 분석해 감정을 읽어낼 수 있는 인공지능 분야 스타트업 '이모션트(Emotient)'를 인수했다. 이모션트는 하루 10만 개의 표정을 수집하고 분류해서 표정인식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1970년대에 이미 감정에 따라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발생하는지를 연구했던 심리학자 폴 에크먼의 조언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얼굴 움직임 코딩 시스템(Facial Action Coding System)으로 불리는 감정판독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직 애플이 이 기술로 무엇을 할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에도 감정 분석과 관련된 스타트업이 있다. '스캐터랩(Scatter Lab.)'은 '진저(Ginger)'와 '텍스트앳(TEXTAT)' 앱을 통해 커플 간의 의사소통 패턴을 분석해 그와 관련된 정보를 지속해서 알려준다. '진저'는 커플 전용 앱인 '비트윈'과, '텍스트앳'은 '카카오톡'의 대화 내용을 분석할 수 있다. 말투의 변화나 답장에 걸린 시간, 답장 길이 등을 통해 사용자의 기분이나 생활패턴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분석과 함께 대응방안을 제안해주는 것이다. 앞으로는 '진저'와 '텍스트앳'에서 확보된 커플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를 확장하고 상황이나 분위기에 맞는 데이터를 가이드 형식으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진저'와 '텍스트앳' 모두 지나친 유료화로 인해 처음 앱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처음 제공되는 '당근' 한 개로는 제공되는 보고서 중 하나 밖에 살펴볼 수 없다. '스캐터랩'의 서비스가 훌륭하다고 해도 경험해볼 수 없는 서비스에 고객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각 보고서 중 일부분을 무료로 개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지 : naturevideo, IT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