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 유치 지금처럼은 안된다

얼마 전 필자가 있는 LA에서 국내 정부기관의 주최로 한국 스타트업 데모데이(Demo Day)가 열렸다. 필자 역시 지인의 소개로 참여한 이번 데모데이는 오랜만에 우리나라 스타트업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반면 이전과는 달리 필자 스스로가 ‘해외투자자’의 시각에서 해외 데모데이를 지켜보며 느낀 아쉬운 점을 해외 시장 진출에 관심이 있는 분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국내외('글로벌'을 표방하는) 데모데이에서 쇼케이스를 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은 ‘우리가 이렇게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으니, 우리에게 투자해 주면 그 돈으로 해외에서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 보겠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해외 투자사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일은 여러모로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본격적으로 해외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해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과연 그런 스타트업과 그들의 해외 쇼케이스를 주최하는 주체들이 실제로 스타트업 피치(Pitch)를 듣게 될 투자자의 관점을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런 관점과 피치가 지향하는 방향이 부합하는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를 묻는다면 아마도 그 답은 ‘아니오’가 될 것 같다.

시장 접점과 트랙션(Traction)

필자와 가끔 의견을 교환하는 미국 내에서 가장 큰 엔젤투자단체 중 하나의 대표(편의상 'S 대표'라 하자)와 얼마 전 대화를 나누던 중 그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왔다.

“한국 스타트업을 보면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보다 ‘(B2C) 서비스’를 개발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은 데 정말로 그런가요? 만약 그렇다면 왜 기술 개발을 하는 스타트업들이 적나요?”

이 주제로 한참을 대화를 나누었으나 그 내용은 이번 칼럼과는 관계가 없어서 자세히 소개하지는 않겠다. 다만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필자가 S 대표와,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시장에서 투자를 받고 더 나아가 엑싯(Exit)까지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나온 것이라는 점에 있을 것이다.

심지어 미국인인 S 대표도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 스타트업 대부분은 B2C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고, 실제로도 어떠한 이유로든 해외 쇼케이스에 등장하는 스타트업의 거의 전부가 서비스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하이테크, 혹은 하이테크적인 요소가 결여된 단순한 서비스 수준의 프로젝트라면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 어디에서라도 똑같은, 혹은 유사한 개념의 시도들이 이미 많이 이루어지고 있거나 이미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그들 유사한 프로젝트 간 성패는 그것이 투자 유치에 관한 것이든 아니면 실제 시장성과 창출에 관한 것이든 어느 쪽에서 더욱 많은 시장과의 접점을 경험하여 트랙션(Traction)을 형성하였는지에 달려있을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해외 생활 경험이 있는 창업자나 외국인 창업자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생태계가 국제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은 일부에 그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아직도 절대 다수의 창업자는 해외에서 생활 경험이 거의 없는 순수한 ‘국내파’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대다수 국내파 창업팀이 국내에서만 개발하고 실험한 프로젝트라면 당연히 해외 현지 시장에 대한 가설부터 실제 접점을 통한 검증, 그리고 그 결과로 얻어지는 트랙션까지 현지 프로젝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할 것이며 따라서 해외 투자사는 그들이 현지에서 발견해 투자할 수 있는, 현지에서 충분한 트랙션을 형성하고 있는 유사한 스타트업을 제치고 한국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할 충분한 논리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문화적 차이

아울러 문화적 차이점 역시 분명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얼마 전 LA에서 활동하는 VC 한 명과 대화를 나누던 중 필자가 한국에서부터 알고 있었던 엔지니어 한 명(편의를 위해 'A 씨'라 하자)을 그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필자가 아는 A 씨는 한국인으로 국내 대기업에서 인정받고 있었으나 스타트업을 하기 위해 최근 휴직을 하고 미국에 머물고 있었다. 이 LA 지역의 VC는 A 씨를 지인으로부터 소개를 받았으며 최근 A 씨의 초대로 점심을 함께 했다고 했다.

A 씨가 전 직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던 것을 알기에 필자는 혹시라도 A 씨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좋은 말을 더해주기 위해 A 씨에 대한 그의 느낌이 어땠는지를 물었다.

“He was the dumbest founder I had ever met!”

필자의 질문에 대해 이 VC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A 씨가 자신이 만나본 창업자 중 가장 멍청한 창업자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놀라운 마음에 그에게 필자는 다시 왜 그가 그렇게 느꼈는지를 물어보았다.

“He would agree with everything I said and never challenged any of my perspectives, even when I challenged him on his idea! He never asked any question, but just said “Yes” to everything I said! I never learned anything from him! He might be a lot of things but never a good founder!”

(번역) "그는 내가 말하는 모든 것에 동의했고 내 관점을 한 번도 설득하려 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그게 그의 아이디어에 관한 것이었을 때도요! 그는 한 번도 질문하지 않았고 그저 내가 말하는 말에 "네"라고만 답했다니까요! 그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었어요! 그가 다른 곳에서는 어떤 일들을 잘해낼지 몰라도 좋은 창업자는 못 될 거에요!"

아마 A 씨는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투자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가능한 수용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그에 대한 인정을 표현하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곳 미국 문화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 문화권에서 공유되는 그런 겸손함의 미덕이 오히려 자신의 지적 능력 부족을 의심받도록 하는 약점이 되는 것이다.

또, 솔직히 필자도 아직 때때로 어려워하는 스몰토크(Small Talks, 본격적인 비즈니스에 대한 대화 이전에 상대방과의 유대감 형성을 위해 진행하는 일상 대화나 잡담) 등이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약점이 될 것이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우리나라라면 한 5분이면 끝났을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이, 이곳 미국에서는 자신이 어떠한 일을 했고 그 안에서 갖게 된 어떠한 생각이 지금 하는 이 일로 이어졌으며 지금까지 어떠한 진전을 이루었는지 등을 서로 나누는 것인데, 때로는 중간마다 농담과 잡담까지 섞여 한 시간 이상 계속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문화가 당최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이기도 할뿐더러, 당연히 영어로 진행이 될 이 긴 대화가 자칫 잘못했다간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멍청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기게 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최악의 경우, 서로에 대해 충분한 유대감을 갖기 이전에 섣불리 일을 진행하려 했다가는 자칫 상대로 하여금 “I don’t know you!(나는 당신을 잘 몰라 함께 일할 수 없겠다)”라는 말과 함께 관계를 아예 닫아버리게 만들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지금은 다루지 않았으나, 이곳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서 실제 비즈니스 이상으로 중요한 수없이 많은 문화적 차이점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자를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만에 하나 정말 훌륭한 프로덕트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 스타트업의 성장이 실제 비즈니스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투자자는 그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실행 역량에 의문을 가질수 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실제 투자 성사는 정말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해외 투자 유치를 원한다면,

단편적으로 이야기해 보았으나 이처럼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실제 그 시장, 다시 말해 실질적인 소비자에 대한 경험이 없으며 아울러 비단 투자 유치뿐만이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를 위해 필수적인 문화적 친밀도가 부족해 현지 스타트업에 비해 그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에서 투자를 유치하고 그를 디딤돌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 보고 싶은 스타트업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그들 스타트업이 가진 투자에 대한 논리부터 전적으로 재점검해 보아야 한다고 믿는다.

서두에 이야기한 것과 같이 대다수의 국내 스타트업은 한국에 적을 둔 스타트업으로서 투자를 기점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서 공감할 수 없는 가설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과는 상이한 시장에서 개발된, 혹은 현지 시장 상황에 무지한 채 이미 기존 시장에 존재하는 프로젝트를 가지고 해외 시장에서 외국 스타트업으로서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생각해 보라. “나는 그 시장을 모르는데, 그래도 돈을 투자해 주면 잘할 수 있어요.”라는 논리가 결코 매력적으로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싶고, 또 그를 위해 해외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고 싶다면 스스로가 먼저 해외로 나가야 한다.

그것이 미국이 되었든, 혹은 어디가 되었든 처음부터 아예 해당 시장에서 시작해야만 한다. 처음부터 그 시장에서 직접 피부로 부딪혀 어디가 까칠까칠하고 어디가 부드러운 곳인지를 직접 배우고 이를 처음부터 프로젝트 안에 담아내야만 한다. 운이 좋게 해외 쇼케이스 기회에 선발되어 투자자를 만나고, 단체로 어떤 사람을 만나 고작해야 1~2분 남짓한 수박 겉핥기식의 '피드백(Feedback)'을 들은 것은 결코 실제 시장과의 접점을 경험해 본 것이 아니며, 한국의 사무실이 아니라 해외의 숙소에서 코딩한 것은 단지 지리적 위치가 바뀐 것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해외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진행하는 주체들 역시 그 기본 논리를 재점검해 보아야 한다.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스타트업에게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한국 스타트업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이 실제 투자를 하기에는 매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며, 그 극복을 위해서는 파편적인 쇼케이스가 아니라 지속적인 시장과의 접촉을 통해 실제로 해당 시장 내에 스타트업이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것임을 이해하고 그에 부합하는 지원책을 고심해야 할 것이다.

혹자는 여러모로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처음부터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에서 투자사를 설립하고 투자사에 투자하는 투자자를 만나며, 필자와 같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길 원하는 스타트업을 찾고 있는 필자의 시각으로는 해외 시장의 무엇이 국내 시장에서 스타트업을 하는 것보다 위험한 것으로 만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국내 생태계에서 투자받는 비율이 더 높은가? 국내 생태계의 평균 투자금액이 더욱 커 같은 단계의 투자금으로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는가? 국내 생태계의 경쟁상황이 해외보다 만만한가? 국내 생태계의 엑시트(Exit) 상황이 해외보다 우호적인가? 해외에서 스타트업하는 것이 국내에서 하는 것보다 위험하다면, 역으로 국내 시장이 더 안전하다는 이야기일 텐데, 도대체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찾을 수가 없다.

분명 어떤 프로젝트는 해외보다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도모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옳다. 그러나 '글로벌'이라는 이름을 달고 해외 시장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이라면, 해외에서 투자를 받으면 그때 나가보겠다라는 뜬구름 같은 희망과 수동적인 자세를 가질 것이 아니라 먼저 적극적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해외 시장에 대해 잘 모른다고? 국내 시장에 대해서는 잘 아는가?

이은세와의 직접 소통은 그의 개인 블로그인 http://eun5e.com 을 통해 가능하다.

이미지 출처: JJE

Eunse Lee is a Co-founder and a Special Partner at ELEVEN:ZULU CAPITAL, a Los-Angeles-based venture capital firm, which invests in early stage companies. Prior to his career as an investor, Lee was a management/strategy consultant at a firm he founded and led multiple cross-border projects in the industries such as ICT, Service, Automotive and FMCG. He is also a visiting professor of business strategy and entrepreneurship at Yonsei University and Yonsei School of Business MBA in Seoul, Korea, and an advisor to a number of Korean Government agencies and startups. 이은세는 미국 Los Angeles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VC인 ELEVEN:ZULU CAPITAL의 공동창업자이자 Special Partner이다. 이전에는 자신이 창업한 경영/전략 컨설팅펌인 EICG에서 경영 및 전략 컨설턴트로 자동차, 교육, 소비재, 서비스, IT/ICT 등의 다양한 산업에서 성공적인 프로젝트들을 지휘하였다. 실제 비즈니스 경험에 바탕을 둔 강연자로 선별된 자리에서 자신의 전략프레임워크인 The Fan-oriented Strategy에 대한 내용을 대중들과 공유하고 있고, 지난해까지 연세대학교 및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MBA에서 기업가적 시각 위에서의 전략 수립에 관한 내용을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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