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인 창업자들이 보고 싶다

몇 번인가 과거 칼럼들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필자는 자주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사업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비범한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팀을 찾아 그들과 함께 그들의 아이디어를 훌륭한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업인 필자에게 정부 지원사업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창업자를 만날 좋은 기회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필자는 감사하게도 다시 한 번 스타트업 지원사업 심사에 참여할 수 있었고, 기대했던 대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다양한 배경의 창업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즐거운 기회가 되었다.

반면, 그처럼 많은 창업자들과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을 만나면서 계속 느끼게 되는 아쉬운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막 창업에 나선 초기 창업자나 이제 막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려는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사업의 특성상, 적어도 필자는 그들이 어떻게 인재를 데려오거나 프로덕트를 홍보할 것인가 등에는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는 편이다. 어차피 향후 실제로 창업을 하고 회사를 만들어 나가면서 많은 부분이 원래 계획했던 것들로부터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도 앞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정도의 ‘인식’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필자는, 아마도 지극히 주관적일 것이나, 그와 같은 초기 단계에서는 그들이 '과연 무엇을 하는지'와 더불어 '과연 그것이 얼마나 큰 일이 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정말 많은 수의 창업 아이디어들이, “나한테 ‘1억 원’을 지원해 주면(혹은 투자해 주면), 앞으로 연 매출 30억 원 혹은 40억 원짜리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로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의 매력을 어필하려 한다. 물론 연 매출 30억, 40억, 50억 원짜리 사업을 만드는 것은 훌륭한 일이며 더 나아가 정말 어려운 일임은 이견이 없다. 그러나 동시에, 과연 그 정도의 매출이 매력적인 사업을 규정하는데 충분한 요소가 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창업자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50억 원짜리 사업을 만들기 위해 1억 원을 지원 혹은 투자를 받는 경우, 그 사업의 절대적인 규모는 차치하고라도, 앞으로 머지않은 시점에 다시 몇 차례의 더욱 큰 금액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만약 바로 다음 단계에 5억 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면, 그리고 그 5억 원의 대가로 20% 지분을 내어주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 회사의 가치는 장부상에서 이미 25억 원에 이르게 될 것을 알 수 있다. 정말 운이 좋아 이번 단계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이 회사의 대표는 그다음 단계의 투자는 어떻게 설계해야 할 것인지 매우 힘들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모든 창업자가 이러한 ‘작은 규모’의 함정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서비스든 아니면 물리적 제품이든 애초에 의도한 시장 방향성과 그에 따른 프로덕트 방향성의 설계가 ‘그 정도 규모’에 맞춰져 시작되면 나중에 자신이 공략하려는 시장이 충분한 규모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단 투자 유치나 회사 운영 측면에서 사업을 계획하는 것이 아닌 '더욱 많은 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창업에 나서는 모든 이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비전이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이미 창업에 길로 들어선 이든 이제 막 창업에 나서려 하는 예비창업자든 그 모두가 단지 몇십억 원 정도의 돈을 벌겠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더 큰 비전을 좇아 그것이 가능하든 가능하지 않든 “내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도발적인 자세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필자가 현재 미국 대선후보로 결정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를 한 때 우러러봤다는 것을 알 것이다. 비록 대선후보로 나선 후 실망스러운 언행들로 이제는 그를 우러러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 창피한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 처음 사업이라는 것을 시작하던 십몇 년 전, 필자는 그의 책들로부터 사업가로서 세상을 보는 시각에 대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부자 되는 법(How to Get Rich)'이라는 책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떤 면에서는 브루클린의 나쁜 지역에 위치한 싼 집을 사는 것보다 고층건물을 사는 것이 더 쉽다(In some ways, it’s easier to buy a skyscraper than to buy a small house in a bad section of Brooklyn).”

작은 집을 사는 것보다, 그보다 수십 배 혹은 수백 배 더 비싼 고층건물을 사는 것이 더 쉽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이 고층건물이건 작은 집이건 그를 구입하기 위해 은행이든 투자자이든 남의 돈을 빌려야 할이다. 그렇다면 그 돈을 빌려주는 사람의 시각에서 더 매력적인 투자처는 무엇일까? 아마도 대부분의 투자자에게는 훨씬 좋고, 사람들의 눈에도 훨씬 잘 띄며, 훨씬 많은 세를 받을 수 있는 고층건물이 더 매력적인 투자처일 것이다.

이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더욱 많은 사람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겠다’는 비전을 가진 창업자라면 도발적이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아니 반드시 도발적이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자원이 없어서, 혹은 앞으로 필요한 자원의 크기가 지금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커 보여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자원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 매일같이 쏟아내는 신제품을 보면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와! 이건 정말 멋지다!”라고 생각해 본 것이 언제인가? 반면 전에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무명의 스타트업들이 만들어낸 멋진 제품들이 우리의 페이스북 담벼락을 매일같이 채우고 있고, 우리는 또 그들에 감탄하고 열광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그처럼 스타트업은 세상을 더 멋진 곳으로 바꾸어가는 분명한 동력이 되어 있고, 그에 따라 세상에는 실로 엄청난 규모의 자원이 도발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갈 창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더욱 도발적인 창업자들을 보고 싶다.

정말로 매력적인, 그리고 세상을 바꿔가고 있는 이들은 그런 도발적인 창업자와 도발적인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U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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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e Lee is a Co-founder and a Special Partner at ELEVEN:ZULU CAPITAL, a Los-Angeles-based venture capital firm, which invests in early stage companies. Prior to his career as an investor, Lee was a management/strategy consultant at a firm he founded and led multiple cross-border projects in the industries such as ICT, Service, Automotive and FMCG. He is also a visiting professor of business strategy and entrepreneurship at Yonsei University and Yonsei School of Business MBA in Seoul, Korea, and an advisor to a number of Korean Government agencies and startups. 이은세는 미국 Los Angeles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VC인 ELEVEN:ZULU CAPITAL의 공동창업자이자 Special Partner이다. 이전에는 자신이 창업한 경영/전략 컨설팅펌인 EICG에서 경영 및 전략 컨설턴트로 자동차, 교육, 소비재, 서비스, IT/ICT 등의 다양한 산업에서 성공적인 프로젝트들을 지휘하였다. 실제 비즈니스 경험에 바탕을 둔 강연자로 선별된 자리에서 자신의 전략프레임워크인 The Fan-oriented Strategy에 대한 내용을 대중들과 공유하고 있고, 지난해까지 연세대학교 및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MBA에서 기업가적 시각 위에서의 전략 수립에 관한 내용을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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