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 이후의 스타트업은 투자 이전과 같지 않아야 한다

필자가 일레븐줄루 캐피털(ELEVEN:ZULU CAPITAL)의 창업자이자 의장으로서 이번 한국 및 아시아 국가들의 방문 목적 두 가지 중 첫 번째는 당연히 현재 구성 중인 첫 번째 펀드의 투자사를 발굴하는 것이다.

그러나 첫 번째 목적만큼 중요한 두 번째 목적은 펀드가 투자할 수 있는 훌륭한 아시아 스타트업을 많이 만나는 것이기에 실제로도 이런저런 경로로 연락해주시는 모든 스타트업을 만나려 노력하고 있다. 다만 미국 LA에 위치한 일레븐줄루 캐피털이 3백만 달러에서 5백만 달러(한화 약 35억~58억 원) 사이의 금액을 투자(관련 기사)하게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국내외 VC로부터 투자를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 받았거나 첫 번째 투자 유치가 어느 정도 가시화된 시점의 스타트업을 주로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스타트업과 그 창업자를 만나보면 VC 투자를 유치한 이후에도 투자를 유치하기 이전의, 그러니까 시드 단계의 경영 마인드를 유지하려는 관성을 가진 경우가 적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창업자, 혹은 소수의 창업팀으로 구성된 창업 직후의 스타트업이라면 빠른 프로토타입 개발과 생존이 우선순위의 연장선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스타트업의 모든 면이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운이 좋게 초기 투자를 유치한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이기에 프로젝트의 개발은 생각했던 것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이고 게다가 그것이 시장과 부합하는 접점을 찾는 것은 더욱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마른걸레도 다시 짜는 것 같은 자세로 안 먹고 안자면서 '될만한' 프로덕트의 최초 방향성이 발견될 때까지 살아남는 게 중요한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힘들게 생존하며 찾아낸 시장과의 접점, 그리고 그 접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지면 이제 스타트업은 본격적으로 VC라는, 고위험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투자회사와 만날 최소한의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시장과 그 시장의 니즈에 대한 상당한 양의 데이터, 그리고 그러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충족시키는 제품이 준비되었다는 의미다.

그렇게 준비가 된 스타트업의 스토리를 듣게 되는 VC들은, 스타트업이 아무런 증명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그 창업자, 혹은 그 창업팀이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거의 100%라고 보아도 무방할 엔젤이나 액셀러레이터 등의 투자사들과는 달리, 해당 창업팀이 들려주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투자가 집행되었을 때 어떠한 성과가 발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투자 가설(Investment Thesis)을 만들어보게 되고 그 가설이 투자를 정당화할 수 있을 만한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 투자를 집행하게 된다.

이는 VC의 자금이 그 투자를 유치하는 기업의 '성장'을 위한 자금임을 의미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때 스타트업의 우선순위상 기본 방향성은 생존을 위한 '효율성'에서 성과 창출을 위한 '효과성'으로 전환되어야만 한다. 이것은 과거에는 외부로부터의 '도움'을 필요로 했던 스타트업이 이제는 그 대가가 무엇이더라도 '훌륭한' 자원을 획득하여 성과로 연결해야 할 책임을 진 주체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투자 유치 시 흔히 마일스톤, 즉 해당 투자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의 현실적인 설정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게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했다면 해당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자금 규모도 자연스럽게 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유치를 원한다면, 혹은 투자를 유치했다면 해당 스타트업은 이제 적정한 규모의 지출을 통해 의도했던 성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그 방향성을 집중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방향성의 실현을 위해서라면 이전까지의 단계에서 검증했던 시장과의 조합을 제대로 공략하기 위한 자원의 집중적인 획득이 필요할 것임을 자명할 것이다.

많은 창업자가 ‘적은 금액의 투자일수록 유치하기 쉬울 것’이라는 오해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예를 들어 럭셔리 여행 가이드북을 쓰기 위해 한 달 동안 취재를 위한 해외여행을 가겠다면서 실제로는 2주 정도만 버틸 수 있는, 그것도 모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나 머물어야 2주를 버틸 수 있는 여비를 투자해 달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특히,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초기투자를 유치해 흥청망청 써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님을 독자 여러분들께서 잘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생존과 수익성 같은 바텀라인(Bottom Line)(관련 칼럼)은 그 단계를 막론하고 모든 기업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다만,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 규모의 투자가 가능한 투자사들이라면, 사실 투자를 집행하는 쪽에서는 매력적인 마일스톤의 효과적인 달성을 위해 적정한 규모의 자금지출을 계획하는 회사들이 투자 결정을 하기에 훨씬 편하다는 것을 스타트업은 이해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만약 초기 단계에서 성장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의 규모가 수십억 원 이상으로 너무 크게 보이는 예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자신이 위에서 언급한 럭셔리 여행 가이드북을 쓰기를 원하지만 실제로는 1주일 남짓의 휴가밖에 쓸 수 없는 직장인이 아닌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첨언으로 본 칼럼을 마무리하려 한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여행을 위한 사전 조사 및 럭셔리 가이드북 시장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실제로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를 따져보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은세와의 직접 소통은 그의 개인 블로그인 http://eun5e.com 을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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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e Lee is a Co-founder and a Special Partner at ELEVEN:ZULU CAPITAL, a Los-Angeles-based venture capital firm, which invests in early stage companies. Prior to his career as an investor, Lee was a management/strategy consultant at a firm he founded and led multiple cross-border projects in the industries such as ICT, Service, Automotive and FMCG. He is also a visiting professor of business strategy and entrepreneurship at Yonsei University and Yonsei School of Business MBA in Seoul, Korea, and an advisor to a number of Korean Government agencies and startups. 이은세는 미국 Los Angeles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VC인 ELEVEN:ZULU CAPITAL의 공동창업자이자 Special Partner이다. 이전에는 자신이 창업한 경영/전략 컨설팅펌인 EICG에서 경영 및 전략 컨설턴트로 자동차, 교육, 소비재, 서비스, IT/ICT 등의 다양한 산업에서 성공적인 프로젝트들을 지휘하였다. 실제 비즈니스 경험에 바탕을 둔 강연자로 선별된 자리에서 자신의 전략프레임워크인 The Fan-oriented Strategy에 대한 내용을 대중들과 공유하고 있고, 지난해까지 연세대학교 및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MBA에서 기업가적 시각 위에서의 전략 수립에 관한 내용을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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