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기사와 알파고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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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로 한동안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알파고(AlphaGo) 간 대국이 끝이 났다. 그리고 이번 대국은 1승 4패라는, 보는 이에 따라 조금은 아쉬울 수도 있는 성적표와 함께 알파고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비록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전문가는 아니지만, 필자의 일레븐줄루 캐피털에 도움을 주는 어드바이저로부터 전해 들은 바를 토대로 이야기해 보자면, 세계 최정상급의, 그리고 명실공히 세계 최정상인 기사(棋士) 두 명을 연달아 격파한 알파고의 알고리즘은 분명 엄청난 의미가 있는것 같다. 특히,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높은 승리 가능성을 가진 포석을 정확히 연산해 내어 돌을 놓는 알파고의 능력은 그 구현 차원과 향후 활용 가능성 모두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우리가 기술을 활용해 어떤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할 점을 남겨주었다.

동시에 이번 대국, 더 정확하게는 구글이라는 기업의 등에 올라타 엄청난 성과를 이루어 낸 딥마인드의 사례 역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커다란 주안점을 던져준다. 이에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진 미국 생태계 속 VC를 하는 필자의 시각에서 이번 사례로부터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지, 그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먼저 이번 대국을 통해 우리 기업은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전환해야 함을 배워야 할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2010년에 영국 런던에서 창업한 딥마인드를 구글이 인수한 것은 2014년 1월로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인 구글은 창업한 지 불과 4년도 되지 않은 신생기업에 6억4,500만 달러(한화 약 7천6백억 원)라는 가격을 지불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 생태계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이 ‘스타트업을 인수했다’거나, ‘아직 R&D 단계에 있는 초기 기업을 몇천억 원에 인수했다’는 단편적인 사례가 아니라, 딥마인드를 인수한 2014년에만 구글이 35개의 스타트업, 그러니까 월평균 3개꼴로 스타트업을 “먹어치웠다”는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구글이 인수한 그 35개의 스타트업은 딥마인드가 속한 인공지능 분야뿐 아니라 보안, 가정 자동화(Home Automation), 전자상거래(E-Commerce), 모바일 광고, 인스턴트 메시징, 무선통신기술(Wireless Technology), 그리고 고도 무인기(High Altitude UAV)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인터넷 관련 산업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한 것은 2014년으로 오늘과는 2년이라는 시차가 존재한다. 그 기간 구글은 딥마인드에게 자신들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와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주었으며, 딥마인드는 구글이라는 브랜드 및 그들이 가진 자본을 토대로 엄청난 역량을 갖춘 인물들을 영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결합을 통해 이 둘은 불과 2년 만에, 인류의 수천 년의 역사 상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던, 인류와 대등한 수준의 인공지능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다.

이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결합한 후 서로의 자원과 시간을 함께 투자해 미래를 만들어 나아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인터넷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구글이 먹어치운 스타트업들이 구글이라는 토양 위에서 각기 딥마인드와 같은 성과를 창출하게 된다면 앞으로 구글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 것인지는 굳이 예측하려 노력하지 않더라도 쉽게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며, 그렇지 못한 다른 기업들이 향후 그들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할 것임 역시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을 '인수'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M&A, 즉 인수·합병(Merger and Acquisition) 중 인수(Acquisition)에만 그 시각을 한정하는 것이며, 그와 같은 시각 위에서라면 몇 개의 지적자산 이외에 별다른 유·무형의 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은 스타트업들에 수천억 달러를 지불하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구글과 딥마인드의 사례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M&A 중 나머지 절반인 합병(Merger) 즉 각기 다른 역할을 가진 기업들 사이의 '통합'이라는 시선으로 스타트업을 바라본다면 기업들은 분명 그들과의 결합에서 새로운, 그리고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와서 아직 많은 수는 아니지만 몇 곳의 스타트업을 만나보았다. 그럴 때마다 많이 우려되는 것이,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서비스' 혹은 그와 유사한 단어들을 사용한다는 것이며, 또 실제로 ‘서비스’ 형태의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서비스’ 스타트업들이 나쁜 것은 전혀 아니며, 그 안에서도 커다란 파급력을 갖춘 기업들이 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유, 무형 재화의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 중 한 부분에 진입하여 그와 같은 재화가 제공되는 방식을 변화시키려는 그와 같은 ‘서비스’ 모델들은 대부분 기존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거나, 대기업이 진입하기에는 너무 작은 것들이며, 동시에 대기업이 인하우스 (In-house)로 개발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들이라는 점에서, M&A 가능성 측면에서는 그 전략적 가치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문제를 가진다는 것을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반드시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딥마인드가 완성되지 않은 초기 기업으로서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글의 품으로 들어가 오늘날의 알파고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타 사업자가 모방하거나 우회할 수 없는 훌륭한 역량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공지능이라는 분야 자체가 엄청나게 넓은 분야로의 활용 가능성, 즉 전략적 가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역시 자신들의 사업이 어떤 전략적 가치를 내포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그에 앞서 미래를 고려했을 때 어떤 전략적 가치를 제공해야 할 것인지를 조금 더 진지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살펴보고 싶은 것은 생태계 내에서 투자사들의 역할이다.

딥마인드가 구글과 결합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 그들이 가진 전략적 가치나 기술적 역량이 뛰어났던 것이 주요했을 것이나, 동시에 딥마인드가 일론 머스크(Elon Musk), 파운더스펀드(Founders Fund) 등과 같은 유력 투자사들의 투자를 유치했고 또 그를 통해 그들 투자사가 보유한 대(對) 기업 네트워크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생태계 내에도 이제 마이크로 VC들을 비롯해 과거에 비해 많은 초기 투자사들이 생겨나 스타트업들이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나아갈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된 것 같아 기쁘다. 반면 그와 같은 토양이 지속하고 또 계속 비옥해지기 위해서는 초기투자 이후 엑시트 (Exit)까지 보다 포괄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지원해 줄 수 있는 투자사들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 VC들도 피더펀드(Feeder Fund), 즉 후속 단계의 투자사과 M&A 대상을 물색하고 있는 기업들에 훌륭한 전략적 가치를 가진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연결해주는 펀드의 역할을 조금 더 진지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모태펀드 위주로 구성된 투자자풀 (Investor Pool)의 확장에서부터 투자사 내의 인력 구성 변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한국 생태계가 지향하고 통합되어야 할 글로벌 생태계가 어떻게, 또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와 같은 변화는 필수적이고 또 당연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미국의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 우리나라로 치면 국정원쯤 되는 기관까지도 자체적인 VC 조직인 인큐텔(In-Q-Tel)을 운영하며 2001년 이래 150건에 가까운 스타트업에 건당 수백만 달러에서 때로는 수천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집행해 오고 있을 정도로 스타트업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동력이며, 이번 대국은 우리가 그들의 충격파를 직접 경험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그들의 충격파는 더욱 본격적으로 세상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이제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한 만큼, 이제 본격적으로 어떻게 우리 생태계가 그와 같은 글로벌 차원에서의 충격파를 선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시점이 되었다.

기업들이 스타트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노력하며 동시에 창업자들은 자신들이 어떠한 전략적 가치를 제공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또 그 사이에서 투자사들이 더욱 적극적인 가치 제안자로서 해야할 역할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은세와의 직접 소통은 그의 개인 블로그인 http://eun5e.com 을 통해 가능하다.

이미지 출처: Amazon A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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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e Lee is a Co-founder and a Special Partner at ELEVEN:ZULU CAPITAL, a Los-Angeles-based venture capital firm, which invests in early stage companies. Prior to his career as an investor, Lee was a management/strategy consultant at a firm he founded and led multiple cross-border projects in the industries such as ICT, Service, Automotive and FMCG. He is also a visiting professor of business strategy and entrepreneurship at Yonsei University and Yonsei School of Business MBA in Seoul, Korea, and an advisor to a number of Korean Government agencies and startups. 이은세는 미국 Los Angeles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VC인 ELEVEN:ZULU CAPITAL의 공동창업자이자 Special Partner이다. 이전에는 자신이 창업한 경영/전략 컨설팅펌인 EICG에서 경영 및 전략 컨설턴트로 자동차, 교육, 소비재, 서비스, IT/ICT 등의 다양한 산업에서 성공적인 프로젝트들을 지휘하였다. 실제 비즈니스 경험에 바탕을 둔 강연자로 선별된 자리에서 자신의 전략프레임워크인 The Fan-oriented Strategy에 대한 내용을 대중들과 공유하고 있고, 지난해까지 연세대학교 및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MBA에서 기업가적 시각 위에서의 전략 수립에 관한 내용을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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