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멘토들이여, 당신은 무엇을 바라고 멘토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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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스타트업 멘토링 프로그램’ 홍수의 시대다. '멘토'라는 단어는 〈오디세이아 Odyssey〉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충실한 조언자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집안일과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그의 친구인 ‘멘토'에게 맡겼는데,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오기까지 무려 10여 년 동안 멘토는 왕자의 친구, 선생, 상담자, 때로는 아버지가 되어 그를 잘 돌보아 주었다. 이후로 멘토라는 그의 이름은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지도자'의 동의어로 사용되었다.

즉, 멘토는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의 의미이다. 멘토의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멘토링이라는 행위는 다분히 이타심(altruism)에 기반한,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한 동기에 의해 실천되는 행동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투자하는 시간 대비 수익율(ROI)을 끊임없이 계산하도록 강요하는 자본주의 사회라는 요인과,정부 주도하에 인위적으로 조성되는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대안으로서 한국의 스타트업 '멘토링 교육’이라는 시스템은 '멘토링'의 본질적 의미를 담아내기엔 다양한 측면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ㄴㅇㄹㅇㄴㄹ[표 1] 멘토링 시스템

'멘토링 교육’의 성과측정지표가 워낙 추상적인데다가, 단기적으로 지원한 금액대비 결과물을 조속히 내어 놓아야 하는 정부 산하의 창업지원 중간조직은 질보다는 양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시스템하에서 스타트업은 창업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수십 시간의 의무교육을 받으며, 하루하루 스타트업으로서 진심으로 충실해야 할 '고객과 비즈니스 모델 검증'이라는 화두와는 멀어지게 마련이다.

민간의 영역 역시, 창업을 위한 멘토링은 풀어내기 쉽지 않은 숙제이다. 예를 들어 한 멘토가 찾아와 당신에게, “내가 당신 사업 영역에 영향력 있는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사업 아이템의 투자 유치를 도와줄 테니 나에게 매월 300만 원과 지분 3%를 다오.”라는 제안을 받게 되면,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마도 이 사람이 사기꾼이 아니겠느냐는 의심부터 하게 될 것이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의 멘토링 역시, 소수의 진정성 있는 파트너들의 신선한 기획을 제외한다면, 업계의 한정적인 인력풀에 의존한 미투(Me too) 전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척박한 한국의 '스타트업 멘토링’ 시장에서도, 멘토링의 본질을 고민하며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자생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장기적이고 긴 호흡으로 의미 있는 레퍼런스를 차곡, 차곡 쌓아나가고 있는 멘토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멘토링에 대해 이렇게 정의내린다. “멘토링은 이타적 행동이 아니다. 받기 전에 주는 것이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다.’라는 탈무드의 명언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들은 스타트업의 고민을 듣고 이를 해결해 나아가는 과정을 봉사와 이타적 행위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트렌드에 대한 이해, 혹은 인간과 삶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는 수련의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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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 테크스타(Tech Star)의 브래드 팰드(Brad Feld) 역시, “받기 전에, 주는 것”이 자신이 20대부터 운영하여 온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핵심 가치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15분 동안 아무 조건 없이 다양한 이들과 멘토링을 진행하는 랜덤 데이를 통해 그는 테크 스타 런던과 같은 마술을 얻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시금 와이(Why)중심의 프레임과 긴 호흡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멘토링이라는 행위의 본질에 대한 통찰과 프레임의 전환 없이는 당신의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멘티들만이 양산될 뿐이다. 스타트업 멘토들이여, 혹시 당신은 ‘창조경제’라는 미명하에 거품처럼 쏟아지는 창업지원 정책에 편승하여, 백화점식 프로그램으로 스타트업을 현혹하고 있지는 아니한가? 당신은 무엇을 바라고 멘토를 하고 있는가?

Writer's Note: 필자 역시, 주제넘게 멘토로 활동을 겸하고 있으니, 이 글은 무엇보다 저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반성이기도 합니다. 비석세스 독자 여러분들과 건전한 멘토링 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표 1] 이미지 출처 : http://www.benfarahmand.com/2012/11/mentoring-progress-report.html

이 한종
이한종은 연쇄 창업자로, KBEAT의 공동창업자이자 CXO. 스타트업을 위한 초기투자 심사역 및 엑셀러레이터로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디지털 콘텐츠 및 뉴미디어 플랫폼 영역의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연세대학교, SKP,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의 멘토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06년 런던 영화학교를 졸업했고, 2011년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walterlee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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