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르게 보기
4월 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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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는 동안 나는 맥킨지 사람들과 컨설팅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 가지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맥킨지에 의뢰를 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counterpart는 당시 마케팅 실무자였던 내가 배정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맥킨지 사무실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지인들이 많이 있었지만 내가 직접 이들과 일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같이 일한 3개월은 매우 재미있고 – 짜증 나고 힘든 적도 많았지만 – 많은 배움을 얻은 기간이었다.

솔직히 컨설팅 결과물은 프로젝트 가격에 비해서 실망스러웠지만, 이 중 상당히 새로운 내용이 있긴 있었다. 비밀보장(Confidentiality) 때문에 다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당시 우리의 최대 고민 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사들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하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보호하는지에 대한 문제였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당시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제품을 파트너사들만을 통해서 판매했고 직접 판매하지는 않았다).

당시 맥킨지 컨설턴트 중 이동통신사 프로젝트를 많이 한 분이 있었는데, 이통사들이 파트너들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방법을 소프트웨어 파트너사들에게 적용해 보자는 이야기를 꺼냈다. 컨셉은 단순했지만, 소프트웨어 업계에 이런 방법을 적용한다는 걸 우린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잔뼈가 굵은 나이 드신 분들은 역시나 “업계에서 이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안 될 거다.”라면서 저항을 했지만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의 고집으로 시도했고 그 과정과 결과는 상당히 재미 있었다. 숲 안에서 나무만 보고 살면 그 숲의 크기를 보기가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계기였다.

위의 맥킨지 이야기와 같이 완전히 다른 업계에서 온 사람들이 오히려 그 업계에서 평생 일했던 사람들보다 더 혁신적인 생각을 한다. 젊고 경험이 전혀 없는 창업가들이 기존의 플레이어들을 완전히 갈아 엎어버리는 것도 비슷하다. 같은 일을 너무 오래 하다 보면 아무리 오픈마인드와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그 업계의 관행에 물들여지고 생각이 굳는다. 누군가 새로운 생각과 방식을 가지고 오면 열린 마음으로 새로움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자동으로 그 업계의 관행과 항상 일을 해오던 방식의 관점에서 그 새로움을 평가한다. 결론은 당연히, “원래 이 바닥에서는 그렇게 안 해.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나도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하면 안 돼.”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기존 플레이어들의 이런 경직된 사고는 창업가들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된다. 경험이 없고 한 번도 이 업계에서 일해 보지는 않았지만 그렇기때문에 모든 걸 새롭게 보고 그 새로움이 가능하다는 걸 종교처럼 믿는다.

평생 희귀병을 연구한 샤론 몰렘(Sharon Moalem)이라는 의사도 이런 경험을 했다. 그는 희귀 유전병의 상태와 그 심각함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 환자들의 얼굴 사진을 찍어서 비교하는 모바일 앱을 수년 동안 개발했다. 앱 개발은 했지만, 문제는 환자들의 얼굴 크기도 다 다르고 사진의 화소랑 크기도 달랐기 때문에 여러 얼굴들을 비교할 때 비율이 맞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딱히 해결하는 방안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해커톤에서 만난 – 의학 분야의 경험이 전혀 없는 – MIT 학생이 단번에 솔루션을 제안했다. 이 학생이 제안한 방법은 환자들 이마에 25센트 동전을 올려놓고 사진을 짹어서 동전 크기를 기준으로 사진 비율을 맞추는 방법이었다. 몰렘 박사는 이 말을 듣자마자 자기 이마를 손으로 치면서, “아, 왜 나는 한 번도 이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현재 이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켜서 실제 기능으로 구현시키고 있다고 한다.

어리고 경험 없는 창업가로서 왜 저렇게 하지? 다르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존 플레이어들이 이미 장악하고 있는 분야에서 새로 시작하고 있다면 주위의 비난과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말들을 하면서. 하지만,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소신있게 계속 도전해 봐라. 기존 업계를 디스럽트(disrupt)하고 수 조원 대의 비즈니스를 만드는 건 세상을 다르고 새롭게 보는 시각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원문 보러 가기 = http://www.thestartupbible.com/2014/04/different-perspectives-disrupt-industries-and-build-unicorns.html
이미지 출처 = http://www.wikihow.com/Do-a-Coin-Trick-on-Your-Forehead

배 기홍
배기홍 대표는 한국과 미국의 네트워크와 경험을 기반으로 초기 벤처 기업들을 발굴, 조언 및 투자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스트롱 벤처스의 공동대표이다. 또한, 창업가 커뮤니티의 베스트셀러 도서 ‘스타트업 바이블’과 ‘스타트업 바이블2’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어린 시절을 스페인에서 보냈으며 한국어, 영어 및 서반아어를 구사한다. 언젠가는 하와이에서 은퇴 후 서핑을 하거나, 프로 테니스 선수로 전향하려는 꿈을 20년째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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