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 때가 되면 흔히 하는 말이지만 올 한 해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그리고 그만큼 독자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생태계에도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였다. 해서 2014 년의 마지막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이 시점에서 올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스타트업계에서 관찰되었던 세 가지 맥락 상의 변화들을 정리해 보고 그를 통해 내년 2015 년을 맞는 소회를 독자분들과 나누고자 한다.
글로벌 인재들의 생태계 영입
창업을 이야기할 때 항상 나오는 키워드 세 가지가 ‘Creativity’, ‘Convergence’, ‘Globalization’입니다. 국내 시장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지요. 설령 초기에 많은 성장을 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어느 순간 한계에 봉착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중략)…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와 시장규모를 감안했을 때, 해외시장 공략은 기업의 성장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게임빌(Gamevil)의 공동창업자이자 前 COO로 게임빌이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는 중심에서 활약했었고, 엑시트 후 현재에는 ㈜위버스마인드를 설립해 제 2의 성공을 향해 달리고 있는 정성은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화’에 대해 이처럼 이야기한다. (관련 보고서)
그의 말처럼 숫자가 말해주는 국내 시장의 명확한 한계는 국내 스타트업들에게 ‘글로벌 시장’에 대한 진출을 필수적인 것으로 만든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에게 글로벌 시장은 그 이름도 생경한 것이었으며, 그에 대한 진출은 더욱 멀고 어려운 것이었다. 정부 및 각종 지원 주체들 역시 이와 같은 필요성과 상황을 인식하고 국내 스타트업들의 글로벌화를 지원하려 노력하여 왔으나 그들 역시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2014 년은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화 원년으로 기록되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글로벌 시장의 진출을 위해서는 먼저 그 스타트업이 다루려 하는 목표(혹은 문제)가 과연 글로벌 시장의 차원에서, 즉 글로벌 시장 내의 소비자들의 시각에서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 다음은 과연 그 목표에 대한 접근방법이 글로벌 시장의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난 후에는 물론 과연 글로벌 시장 안의 소비자들이 보기에 ‘훌륭한’ 비즈니스를 실제로 만들고, 또 그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절대 다수의 국내 스타트업이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들의 목표하는 바가 너무 국지적이었으며, 그 목표의 달성에 너무 지엽적인 접근을 하고 있었으며, 그 결과 글로벌 시장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비즈니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와 같은 국지적, 혹은 지엽적 시각에서 탈피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물론 창업팀 내에 글로벌 시각을 갖춘 인재를 수혈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서 스타트업을 하고자 하는, 혹은 국내 스타트업에서 함께 일해보고자 하는 글로벌 인재는 그리 많지 않았으며, 설령 그러한 인재들이 있다 하더라도 각종 규제가 있어 그들이 실제로 창업을 하거나, 혹은 스타트업이 그들을 적법한 형태로 고용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활약이 계속 두드러지고 있고, 비석세스를 비롯한 여러 주체들이 국내 스타트업들을 해외에 알리려는 노력을 계속한 결과, 해외의 젊은이들은 이제 한국을 ‘혁신’과 동일시 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필자가 가르치고 있는 연세대학교에 교환학생 등의 형태로 공부하러 와 있는 학생에게 ‘왜 한국을 선택했는가’하는 질문을 해 보면 많은 수가 '혁신’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오늘날 혁신은 실제로 많은 경우 스타트업들에 의해 창조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거나, 혹은 한국에서 스스로 스타트업을 해 보려는 글로벌 인재들이 상당히 늘어나게 되었다.
필자의 학생들을 비롯하여, 비석세스에도 연재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한국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프랑스 청년의 사례를 비롯해 이제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여 함께 글로벌 비즈니스를 설계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보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된 글로벌 인재에 대한 ‘창업비자’ 발급 등에 힘입어 스스로 한국에 창업을 시도하고 있는 글로벌 인재들 역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글로벌 인재의 스타트업 업계로의 수혈은 결국 국내 스타트업에게 글로벌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고, 이는 결국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의 VC들을 비롯, 여러 기업들의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높여 줄 의미있는 변화로 기록될 것이다.
글로벌 성공 사례들의 등장
감사하게도 비석세스가 ‘미디어의 힘을 활용하여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성공을 지원하고자’ 설립된 기업임을 이제 많은 분들이 이해해 주시고 있다. 그러나 그런 비석세스에게도 ‘글로벌 성공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그리고 ‘그러한 글로벌 성공을 실제로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라는 차원에서 그와 같은 미션의 달성은 여전히 많은 도전과제를 남기고 있다.
비론치(beLAUNCH)는 그와 같은 비석세스의 도전 상에서 만들어진 실험였다. 그리고 그 실험은 글로벌 투자자와 기업, 그리고 국내 기업들이 만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발생될 것이다라는 가정 위에서 설계된 것이었다.
그리고 기쁘게도 올 해, 드디어 그 결실들이 하나씩 탄생하고 있다.
먼저 비론치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들과 인연을 맺게 된 해외 VC들이 파이브락스(5Rocks), 브이씨엔씨(VCNC), 코빗(Korbit) 등을 비롯한 많은 수의 국내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집행하였다. 이 중 동경에 본사를 둔 글로벌 벤처캐피털인 글로벌브레인(Global Brain)이 투자한 파이브락스는 지난 8 월, 단 1 년여 만에 탭조이(Tapjoy)에 인수되면서 최근들어 국내 스타트업으로서 가장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이와 더불어, 국내 스타트업 스스로도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를 강화하면서 미국의 500 Startups나 Plug’n’Play TechCenter 등 해외 유력 Accelerator/Incubator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정부 역시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꾸준한 지원을 제공하면서 비단 비석세스 플랫폼 외에서도 여러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VC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실제로 투자를 유치하는 등 훌륭한 성과를 발생시켰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이와 같은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있어서의 성과들은 결국 이스라엘의 요즈마(YOZMA)가 한국에 지사를 개설하고, 구글(Google)은 스타트업 캠퍼스를 개소하도록 하는 등의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발전시키는데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변화들은 함께 앞으로 국내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모태펀드를 중심으로 한 “창조경제”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실효성 발현
이전까지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은 조금은 갈팡질팡 하며 ‘돈만 쏟아붓는’ 형태였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시장에서의 창업자들 스스로가 ‘돈이 없어 창업 못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평가를 할 정도였으며, 심지어는 ‘정부돈을 받기 위한 거짓 창업’까지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이는 큰 틀에서 기존의 정부가 창업을 단순히 기업을 설립하는 ‘행위’에 한정해 일회성의 이벤트로만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가 “창조경제”를 기조로 창업을 국가 경쟁력 심화의 주축 중 하나로 설정함에 따라 스타트업 및 창업자를 위한 지원의 초점이 점차 그 양적 차원뿐 아니라 질적 차원으로도 전환되고 있는 것이 관찰되고 있다. 그와 같은 시각의 전환은 정부가 지난 해 발표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 등 여러 움직임에서 잘 드러난다. 그리고 정부의 이와 같은 시각의 전환은 ‘결국 스타트업의 성공이 “창업”이라는 단발적 행위와는 다른 것이며, 성장 경로 상 존재하는 여러 단계가 순차적으로, 그리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진행될 때에만 획득될 수 있는 것’임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매우 반갑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각 위에서, 올 한해는 무엇보다 스타트업의 동맥이라 할 수 있는 자금원의 확충을 위한 모태펀드(이하, “KVF”)의 활약이 돋보였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계속적으로 지적되어 오던 문제는 국내 VC들의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가 선진 생태계의 그것에 비해 미약하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VC 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초기(Seed & Early Stage), 중기 (Expansion Stage), 후기 (Later Stage)에 있어 거의 1:1:1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국내의 VC 들의 포트폴리오는 아래 Figure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체 중 약 47.4%가 후기 기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따라서 상대적으로 초기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미약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와 같은 포트폴리오의 구성을 조금 더 들여다 보면, 지난 정부에 비해 그 투자액 비중이 증가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오히려 그보다 실제 창업자에게 보다 중요한 지표라 할 수 있는 “투자건 수”, 즉 몇 개의 기업에 투자가 이루어졌는가 하는가 하는 측면에서 초기기업에 대한 VC의 활동이 상당히 활발해 졌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와 같은 초기기업 투자의 증대는 작년 동기와 비교하여 볼 때 금액 기준으로는 5.9%p, 투자건수 기준으로는 1.4%p 증가한 것이며, 지난 정부와 현재의 월 평균 초기기업 투자금액을 비교하여 보면, 2010 년의 266억 원이었던 것이 2014 년 9 월 현재 373억 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국내 VC들은 올해 9 월까지 전체 포트폴리오 중 약 54%에 후속투자를 시행하였으며, 나머지 46%의 신규발굴 투자건 중 과반에 가까운 41.8%는 스타트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 역시 정책의 성공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와 같은 국내 VC가 투자한 초기기업의 당기순이익 중간값은 Δ74백만 원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는 국내 VC가 영업실적이 거의 없는, 순수 개발 단계의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에도 상당히 공격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는 결국 KVF가 대형 LP로 참여하여 VC의 Hurdle Rate에 대한 부담을 크게 경감시켜 주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KVF의 성과는, KVF가 30% 이상 참여한 Fund들이 다른 경우보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아래 Figure에 잘 드러난다.
정리하자면, 이는 정부가 KVF를 활용하여 주요 LP로서 국내 VC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독려하고 있으며, 그 결과 국내 VC들은 실제 스타트업을 위한 Seed Capital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중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는 기업들에는 Growth Capital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각종 정부지원금 등의 금융적 지원 및 교육프로그램 및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 사업 등의 비금융적 지원 역시 크게 확충하여 많은 수의 스타트업이 그 수혜를 받았다. 또한, 정부는 중간 및 조기 회수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는 결국 단지 자금을 지원하기보다는 효과적인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스타트업의 성공을 보다 본질적인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앞으로 효율화가 이루어지면 보다 의미있는 성과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5 년을 바라보며
내년에는 8조 원이 넘는 예산이 “창조경제” 활성화에 배정되어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예상된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에서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이미지 제고는 보다 많은 수의 글로벌 인재들이 우리나라의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이는 올 한해 있었던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와 맞물려 보다 적극적인 해외 VC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필자 역시 창업자로서, 누가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먼저 조금 회의적으로 생각해 보라고 권유하는 편임을 고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의미에서 창업이란 그야말로 “Me Against the World” 같은 일임을 지난 10 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몸으로 부딪히며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내가 이것을 해야만 한다’하는 소명의식이 있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내가 이것을 해 내겠다’는 의지를 가진 독자가 있다면 아마도 지금까지의 그 어떤 해보다도 내년이 창업을 하기에 좋은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만, 결국 이것은 ‘내 일’임을 창업을 하고자 하는 독자가 있다면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어떤 지원도, 어떤 환경 상의 기회도 결국은 유한하거나 변하게 마련이고 그 다음은 경쟁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지금까지 어느 때보다도 많은 기회들이 우리 앞에 펼쳐지는 2015 년을 우리는 맞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회는 결코 공평하지 않고, 본질적으로 공평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모쪼록 모든 비석세스의 독자들께서 올 한 해 남은 시간 동안 잘 준비를 마치고, 그것이 창업이 되었든, 혹은 어떠한 프로젝트가 되었든, 그 걸어가는 길에서 만나게 될 내년의 기회들을 스스로의 것으로 만드실 수 있기를 기원하며 올 한 해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