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화 사업자 Truphone이 지난 1일 첼시 축구 구단주로 유명한 러시아의 부호 Roman Abramovich를 비롯한 투자자들로부터 약 7천 5백만 파운드(한화 13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휴대전화 간의 무료 또는 저렴한 통화를 가능하게 하는 영국의 모바일 네트워크 Truphone이 2006년 설립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펀딩이다.
Truphone의 서비스는 최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선보이는 인터넷 전화와 일부 유사하지만 기존의 전화통화의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Truphone의 사업 영역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로는 선불 Sim카드와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 유럽 표준 이동통신 방식)을 이용해 220개국 사이의 저렴한 전화통화를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이다. 특히 영국, 미국, 호주에서는 지역 내 무료 통화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Truphone는 올해 안에 네덜란드, 홍콩, 폴란드, 독일, 스페인의 지역 통신사와의 파트너십을 맺어 지역 시장을 넓히고자 한다(가상 네트워크 사업자인 Truphone은 지역 통신사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거래가 성사되면 12개월 안에 Truphone의 잠재적 시장의 크기는 두 배 이상 커질 것이다.
두 번째는 GSM 네트워크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전화하는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안로이드와 iOS에서 가능하며 이번 주에 블랙베리에도 서비스가 시작된다. 세 번째는 기업 서비스로, 기업의 통화와 데이터 이용료를 낮추고 통화 녹음 등을 지원한다.
이러한 Truphone의 사업은 각 국가 이동통신사들의 비싼 서비스, 특히 국제 통화 부분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아직 풀가동하지 않은 이 스타트업의 영향은 유럽을 넘어 한국까지 올 수 있을까? 조 단위 규모의 이동통신 3사가 버티고 있는 철옹성 한국의 장벽을 Truphone가 뚫고 들어오기엔 벽이 너무 두꺼워 보인다.
작년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인터넷망에서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 기준(안)’에서 실질적으로 통신사들의 네트워크 관리 권한을 인정해, 통신사가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를 차단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현재 통신사들은 mVoIP를 한정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통신요금의 인하를 위해 이동통신 요금제에 mVoIP를 허용하는 방안을 약속한 바 있다.
Truphone의 CEO Steve Robertson은 “연결되어 있는 것은 우리 삶의 방식과 삶 자체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연결’에 대한 요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어요. 이번 펀딩을 기회로 전 세계에 국경을 뛰어 넘은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저희의 비전을 실현시킬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KT, SKT, LGT의 모토는 이와 반대로 한국을 버뮤다 삼각지대로 만드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시장조사기관인 주니퍼 리서치(Juniper Research)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mVoIP의 사용자는 향후 5년간 6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OTT(over the top)방식으로 제공되는 mVoIP서비스가 이동통신사의 음성통화 수입을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는 네 곳의 주요 이동통신사들이 모두 mVoIP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 한국도 분명히 언제까지나 지금의 삼자구도를 지키고 있을 수만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