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 도서관 심지어 캠핑카 등 다양한 곳에서 정보통신 기술과 각종 기기를 활용해 유목민적인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삶을 살아가는 전 세계 디지털 노마드가 한 데 모이는 '디지털 노마드 밋업 in 제주'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3층 제이스페이스(J-Space)에서 17일 열렸다.
디지털노마드로서의 삶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워드프레스(WordPress) 개발사인 '오토매틱(Automattic)'의 관계자들이 제주를 찾았다. 오토매틱은 웹페이지 제작·관리를 위한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 Contents Management System)을 오픈소스로 제공 중이다.
워드프레스는 작년 11월 전 세계 웹에서 사용되는 툴에 대한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더블유쓰리텍스(W3Techs)'가 발표한 리포트로 주목 받았다. 분석에서는 알렉사에 등록된 전 세계 천만 개의 웹 사이트 중 워드프레스를 사용한 사이트는 약 25%이며, 콘텐츠 관리 시스템의 58.7%가 워드프레스를 사용했다. 현재는 26%의 웹사이트가 워드프레스 기반으로 운영된다.
200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18명으로 시작해 현재 약 450명이 근무하는 오토매틱은 오프라인에 별도의 사무 공간을 두지 않고 전 세계 47개 나라에서 원격으로 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성원이 어디서 얼마나 일하는지 추적하지 않아
4~5년간 오토매틱에 근무하며 일과 여행을 병행 중인 '워드프레스 닷컴 VIP(WordPress.com VIP, 워드프레스의 프리미엄 버전)' 소속의 매트 페리(Matt Perry) 엔지니어와 스테프 이우(Steph Yiu) 워드프레스 VIP 팀 리더는 전 세계 고객사를 만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삶에 익숙하다.
오토매틱은 구성원 스스로가 '완전한 원격근무', '부분적인 원격근무' 등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통의 직장인이 근무하는 오전 9시~오후 5시 또는 오전 10시~오후 6시 정해진 일과에서 벗어나 여름에는 2주에 한 번, 겨울에는 4주에 한 번 간격으로 이동하며 근무한다. 오토매틱은 구성원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추적(track)하지 않는다. 업무의 성과만 측정할 뿐"이라고 스테프가 말했다.
이어 매트는 "가족들은 내가 다양한 곳에서 업무를 하니 비밀요원인 줄 안다.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 모두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별로 다른 업무 방식을 자신의 삶에 패턴에 맞춤화할 수 있다는 데 큰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토매틱은 원격근무를 희망하는 자에 '홈 오피스' 환경 구현 지원금 3,000달러(한화 약 351만 원)와 매달 200달러(약 23만 원)의 원격근무 지원금을 제공한다. 원격근무자는 커피숍을 이용하거나, 코워킹 스페이스 회원권을 구매하는 데 지원금을 활용할 수 있다.
원격 협업을 위한 커넥티비티 구현
30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매트 페리와 스테프 이우가 소속된 팀은 문자 및 메신저를 기반으로 업무를 진행한다.
"소프트웨어 디버깅 등 기술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는 업무의 특성상 전화나 이메일로 업무에 대해 소통하는 게 어렵다. 더불어 전 세계 각각 다른 시간대에 있는 동료들과 소통하기에는 채팅 창이 효율적이다"라고 스테프가 말했다.
오토매틱 구성원은 협업 툴 '슬렉(Slack)' 뿐 아니라 원격근무를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워드프레스 기반 협업 소프트웨어 'P2'를 주로 사용한다. 이메일을 활용하지 않는 오토매틱 구성원들은 원격지에서 P2를 활용해 서로 소통한다. 1:1 소통 위주의 이메일을 과감히 버리고 임원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서로의 업무 내용과 일정을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P2를 통해 3~4년이 지난 업무 기록들도 탐색할 수 있다"고 매트가 소개했다.
그는 이어 "업무에 비효율적인 미팅, 컨퍼런스 콜 등은 지양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줌(Zoom)'이라는 영상회의 서비스를 이용해 팀원들의 안부를 묻는다. 또한, 정기적으로 팀 또는 전사 구성원이 전 세계에서 오프라인 만남을 가진다"고 말했다.
전 세계 각국의 최고 전문가 찾아 함께 일할 수 있어
매트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원격근무를 통해 개개인의 업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회사와 핏이 맞는 능력이 출중한 인재를 전 세계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이는 개발 및 디자인 인력 고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스타트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사무실 임대료 등의 비용을 절감하고자 이 방식을 택한다면 멈추라고 조언하고 싶다. 실제로 오프라인 사무실을 대여하는 것보다 원격근무를 위한 환경을 구성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스테프는 "원격근무를 위한 기업 문화, 업무를 위한 툴 등을 제대로 갖춘다면 충분히 장점이 많다. 모든 구성원의 완전한 원격근무가 부담된다면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4~5년간 급격히 성장한 오토매틱은 2년 전 200여 명이었던 직원을 현재 450명으로 늘렸다. 오토매틱은 현재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에서 채용을 진행 중이며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유능한 엔지니어, 디자이너, 운영 지원, 비즈니스 담당의 많은 지원을 바란다고 밝혔다.